서울 표류기 22.1.26
광화문 광장이 오늘 7월이면 새 단장해 문을 연다고 한다. 나에게 광화문 광장은 돈을 버는 직장이 있는 곳이지만 정들지 않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석방되기 전 광화문 광장에서 태극기 집회가 자주 열렸다. 우리 가족이 덕수궁 옆 와플집에서 와플을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태극기 부대 아주머니가 유의물을 주길래 가져가라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나랑 언쟁이 붙었다.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사람은 말은 하지만 듣지는 않는구나. 귀는 있지만 들으려고 마음은 없구나. 이 와중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스티커를 잔뜩 붙인 검은 차량은 문재인 대통령 쌍욕을 하며 매일 돌아다닌다.
일요일 광화문 광장은 더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2미터 간격으로 앉아서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보며 무언가 중얼중얼거리고 있다. 본인들 교회 시설 폐쇄에 반대해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한다. 오후 1시 30분쯤 되었나 8차선 도로 사이에 두고 길 양쪽에 늘어선 사람들이 동시에 아멘이라고 외쳤다. 일요일 광화문은 사람이 없어서 그들의 소리는 빌딩 골목 사이사이로 퍼졌고 그 울림이 스산했다.
다른 교회에서도 수시로 여댓명씩 집회를 했다. 노래도 부르고 큰 소리로 전도를 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시위를 했다. 적게는 한 명, 많게는 수십 명이 모여 마이크를 잡고 본인들의 억울한 사연을 울부짖었다. 조중동 폐간하라는 현수막을 늘 걸어놓고 상설 시위하는 단체도 있다. 어느 날 지하철역을 올라오는데 달의 퇴진이라는 글이 적힌 큰 풍선을 들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풍선이 달처럼 너무 크고 예뻐서 내용을 떠나 사람들이 많이 쳐다봤다. 조중동 폐간 운동하는 아저씨가 부러웠는지 어디서 구했는지 묻더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나날이 시위 방법이 발전한다.
새로 문을 연 광장에 이런 사람들보다 가족이나 직장인들이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다. 햇살 좋은 날은 누워서 한 숨 자도 될 만큼 평화로운 광장이 되면 정이 좀 붙을 거 같다. 시위꾼들도 와서 쉬는 광장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