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야구장 22.1.27
고향 부산에서 사직구장을 가면 거의 모든 좌석이 롯데 팬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 모습을 본 나에게 야구장에 모인 사람들이 한 팀만 응원하는게 당연한 일이었고 3루에 가끔 보이는 상대팀 응원단은 별종이었다. 그렇게 롯데 팬으로 단결되었다.
10년 뒤 서울에 살면서 야구장을 열심히 다닐 때 롯데가 홈팀 엘지나 두산과 경기를 하면 응원석 절반이 롯데 팬이었다. 절반이나 롯데 팬이라 가슴 뿌듯했다. 서울에 롯데 팬이 이렇게 많았구나. 어린 시절부터 단결된 전우들이 여기 있구나. 타향살이를 하는 전우들과 목소리 높여 부산갈매기를 불렀다.
부산은 생기를 잃어가는 도시다. 부산의 청춘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경기도로 상경했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은 야구장에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했고 표준어를 쓰는 서울 사람들을 상대로 고향의 매서운 힘을 보여주길 바라며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마! 마! 마!” 니 잘 있제? 어 내는 잘 있다. 니도 괘안체? 어 내도 괘안타. 쓰레기 봉지를 귀에 건 우리는 응원으로 안부를 물으며 위안을 받았다. 그 시절 서울 사람 반 부산 사람 반(범 롯데 팬) 잠실구장은 타향살이를 위로하는 만남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