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표류기 22.1.28
10년 전쯤 내가 살던 집에 가려면 영등포역 내를 가로질러 지나가야 했다. 영등포역을 돌아서 가는 길은 찾지 못했다. 매일 2,3번은 영등포역 안을 드나들었다. 영등포역 내부는 창이 높고 넓다. 규모로 치면 제법 큰 역이다. 낮에는 역사 안에 볕도 잘 들어 온화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랬을까 저녁이면 이곳으로 노숙자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매일 저녁 노숙자들을 보며 지나다녔다. 노숙자들은 몸에서 심한 냄새가 났다. 씻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그때 알았다. 역내 노숙자는 한 두 명이 아니었다. 한쪽 구석엔 꼭 3,4명이 모여 소주를 먹고 있었고 누워 있는 사람도 곳곳에 있었다. 소주를 들고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길에서 엉덩이를 까고 행인들에게 보여주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 노숙자를 사이에 두고 남자 노숙자 둘이서 서로 한쪽 팔을 잡아당기는 모습도 기억난다.
씻고 집을 가지고 제대로 된 옷을 입는 행위는 스스로의 존엄을 수호하는 행동이다. 의식주를 외면한 노숙자들에게서 개인의 존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영등포역을 갔더니 노숙자가 없었다. 노숙자들이 돌봄 센터에 가도 못 견디고 나온다고 들었는데 의지 있고 눈 밝은 누군가가 이런 문제를 해결했나 보다. 당시의 노숙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든 씻고 갈아입을 옷 2,3벌은 갖추고 사는 환경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