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표류기 22.2.4
서울에서 두 번째 직장을 다닐 때, 부장이 점심시간에 마포 을밀대로 불렀다. 평양냉면집은 처음 갔다. 부장은 냉면 애호가였는데 공장에서 나온 B급 냉면은 평양냉면 맛을 알고 나면 못 먹는다고 했다. 평양냉면의 계보도 자세히 설명해줬는데 기억에는 없다. 술을 좋아하는 부장이라 술을 먹었는지 냉면을 먹었는지 평양냉면 첫인상은 무덤덤했다.
옛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 장소를 생각하다 을밀대가 생각났다. 부산 친구여서 평양냉면 먹어봤나 하는 마음으로 불렀다. 친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뿌듯했다. 이때도 나는 그저 그랬다. 몇 달을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평양냉면 맛이 생각났다. 먹고 싶어졌다. 그 뒤로 평양냉면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을밀대를 시작으로 충무로 필동면옥, 을지로 우래옥, 장충동 평양면옥 등을 주고 다녔다. 인기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덩달아 올라 자주 안 가지만 맛의 유혹을 참기 힘들 때면 간다.
와이프와 연애 초반 맛집을 소개해 준다며 을밀대를 데려갔다. 와이프는 미각이 상당히 예민한 편인데 너무 맛있다고 감동하며 먹었다. 내가 을밀대를 소개해준 사람 중 가장 격한 리액션이었다. 그 뒤로도 가격이 계속 올랐다. 손님이 많다고 배짱이다. 맛있으면 비싸도 사 먹겠지란 심리일까. 서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좀 더 시민들과 더불어 갈 수 있는 금액이면 좋겠다. 다음 인상 전엔 고민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