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때의 우리가 헤어진 이유를 조금은 알듯하다.
그때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린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었다.
헤어짐을 말하던 그날 오고 갔던 수많은 말들은
어쩌면 그날의 헤어짐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순간의 이유들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린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닮아가고 있다고,
같은 곳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미련하게도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옳다고 믿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렇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린 이미
너무 먼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서로 마주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서로가 그리는 우리의 미래가 같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린 이미 너무 먼 곳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의 길이 정답이라고, 어떤 이의 선택이 더 의미 있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
그저 자신이 옳다 믿는 길을, 더 가치 있다 믿는 길을 조금씩 걸어갔을 뿐이니까
누구를 비난할 수도, 어떤 이를 원망할 수도 없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따라오고 있다 믿은 나의 오만이 낳은 결과일 뿐이니까
내가 걷는 길이 그에게도 가치 있을 꺼라 믿은 나의 자만이 만들어낸 결과였으니까
그렇게 멀어진 길 위에서 우린 헤어짐을 선택했다.
그때의 우린 그 길이 가장 편한 길이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저만치 멀어져 버린 서로를 바라보며 때늦은 손짓을 해보지만
그 누구도 다른 이가 서있는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저 그가 내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버린 그를 원망하고만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멀어져 버린 그 길 위에서 우린 헤어짐을 선택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기 때문이었는지, 내 길이 옳다 주장하는 고집 때문이었는지,
다시 돌아갈 방법조차 찾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때의 우린 헤어짐이 가장 편한 길이라 여겼던듯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가 걸어가던 길 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내가 같이 갈 수 없다 믿었던 그 길 위에서
그에게 난, 나에게 그는 그렇게 더 이상 함께 걷는 이가 아님을 선언하고
각자 걷던 그 길 그대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혼자 걷는 길 위에서 나의 길이 옳았음을
그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증명할만한 이유들을 찾으려 애썼다.
그래야만 조금은 위로가 될 듯했다. 그렇게라도 헤어짐의 이유를 찾고 싶었던 듯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상하게도
그가 걸어갔던 길 위 어느 한복판에 서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때는 같이 갈 수 없다 믿었던 그 길을, 그땐 가치 없다 말했던 그 길을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듯하다.
그가 걸어가던 그 길 위에서도 가치 있는 그런 사람
그를 향한 복수심인지, 그때의 나를 향한 후회인지,
나 자신을 향한 조금의 위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듯하다. 그가 걸어가던 그 길 위에서도 가치 있는 사람
그저 그 사람을 조금은 이해해보고 싶었던 듯하다.
그 길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날을 후회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듯하다.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며 냉정하게 돌아섰던 그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