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잊었을 사람에게
49재를 치렀다. 여기 기준 49일이 거기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일지. 가늠할 순 없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라고만 가늠해 본다. 좋은 보살 변호사를 만났길. 다음 생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면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길.
이제 꿈에서 나타나거나 혹은 환영으로 얼핏 나타나지 않기를. 좋아하지 않던 반찬이 갑자기 맛있다거나, 갑자기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거나, 갑자기 높은 곳에서 아래를 한참 바라보게 될 때, 당신이 내 몸에 잠시 스쳤나 하는 생각도 하지 않겠다. 당신은 이미 다른 길에 들었을 테니까.
다만 매우 시간이 흐른 뒤에 갑자기 낯선 모습이지만 익숙한 느낌이 드는 어린 분이 있다거나, 오래 시선이 가는 참새가 있다거나, 괜히 먹기 주저스러운 상추가 있을 때, 예뻐보이지도 않는데 괜히 사고 싶은 손수건이 있다거나 하면 어쩌면 당신일지도 모르겠다...정도로 생각하겠다.
이제 당신은 한국어를 모를테니,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때늦은 기원이나 울컥하는 분노도 발설하지 않겠다. 다만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몇몇의 기억들만을 적어두도록 하겠다. 웃으며 적거나 울면서 적지 않겠다.
오래 알고 지냈다. 이제 나만 당신을 안다. 다시 태어날 당신은 나를 모른다.
그러니 이제 오지 말라. 오늘부터는 불을 끄고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