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하쉴로샤Gan Hashlosha 국립공원, 현존하는 에덴동산
간 하쉴로샤 국립공원을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 때 사진 속 천혜의 자연경관은 내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초록빛의 함초롬한 잔디, 제각기 높이 치솟아 있는 야자수, 무화과나무, 올리브나무 같은 푸릇푸릇 한 이국적인 나무들, 청옥 색의 깊고 맑은 샘, 그 안에서 유유히 수영하는 사람들. 그곳은 가히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현존하는 에덴동산이라 여겨지는 이곳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임지는 간 하쉴로샤 국립공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20에 포함했고, 이스라엘에서 가장 예쁜 장소로 꼽았다.
바로 그 장소로 우리 가족은 2월 초 제법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예루살렘에서 차를 렌트하여 사진 한 장이 심어준 강렬한 이미지를 따라 여행을 떠났다. 구글맵이 알려준 가장 빠른 길인 90번 도로를 탔다. 아랍지역을 관통해 가는 90번 도로는 갈릴리 호수부터 홍해까지 이어진 도로인데 드라이브 코스로도 훌륭했다. 창밖에 이어지는 드넓은 논밭, 들판, 사막 그리고 지역마다 달라지는 마을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 시간 반 만에 마침내 간 하쉴로샤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음에도 간 하쉴로샤의 우아하고 환상적인 경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에덴동산의 위치가 이곳이었을 거라 믿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광경을 보니 절로 이해가 됐다. 평일 비수기라 그런지 공원은 한산했다. 친절한 안전요원 아저씨는 아이들이 있는 우리에게 다가와 수영하기 적합한 풀pool과 어느 지점에서 샘이 갑자기 깊어지는지 안내해 주고는 우리를 환영하였다.
행복감에 젖어 물놀이 중인 미국인 가족을 보자니 덩달아 내 마음도 급해졌다. 수영복 위에 입은 원피스를 훌러덩 벗고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속으로 성큼 입수했다. 따뜻한 천연 온천수로 이루어진 샘물은 일 년 내내 28도를 유지한다. 그래서인지 11도의 서늘한 날씨였지만 물속만큼은 적당히 미지근했다. 짝지는 물 만난 고기처럼 깊은 풀에서 원 없이 수영을 즐겼고, 아이들은 얕은 물에서 스노클링하며 물고기를 친구 삼아 신나게 놀았다.
잠시 소나기가 내렸다. 비가 오건 말건 튜브에 몸을 맡긴 채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유랑하듯 헤엄쳐 다녔다. 간 하쉴로샤는 빗속에서조차 특유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과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냈다. 비가 그친 후 샘의 얕은 지점에서 튜브를 베개 삼아 누웠다. 점점 개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온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팔과 다리에 순식간에 달라붙었다. 마치 각질 제거와 전신 마사지를 받는 듯했다. 에덴동산에서 물고기에게 받는 천연 마사지라니. 정말이지 특급 호텔 서비스가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수영 후 도시락을 까먹은 후에도 우리는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아이들은 잔디에서 마음껏 뛰놀고 어른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전경을 눈으로 두루 만끽하며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공원 안에는 고고학 박물관, 전망대, 과수원도 있었는데 겨울철이라 공원 자체가 오후 4시에 일찍 폐장하기도 하고 우리도 다음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들러보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은 간 하쉴로샤처럼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신비로운 장소가 많기에 자유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나라다. 이스라엘은 2018년 10월에 2주 동안 자유 여행으로 다녀왔고, 올해도 한 달 넘게 여행했음에도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 넘치는 여행지다. 알면 알수록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와 남도를 합쳐놓은 거만큼의 작은 나라 안에 없는 게 없이 다 있다. 사막, 광야, 초원, 들판, 산, 바다(지중해, 홍해, 사해), 스키장, 온천, 유적지 등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도시마다 다른 나라를 가듯 완전히 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은 대부분 성지순례로 오지만 성지순례로만 오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