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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Oct 16. 2021

4분기의 다섯

선선하고 포근하던 가을바람도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1. 지난 토요일, 밴드 친구 하나가 결혼을 했다. 나는 나머지 밴드 친구들과 축가를 불러주기로 했다. 그리고 결혼식 2시간 전, 그 친구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황망했다. 결혼식은 그대로 진행되었고, 우리는 제대로 된 축하도, 위로도 해주지 못한 채 눈을 바라보며 손을 잡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3일 동안 토요일은 결혼식, 일요일은 장례식, 월요일 아침 일찍은 화장장에 다녀왔다. 


2. 유난히도 슬픈 3일이었다. 평소 타인의 일이나 감정에 대단히 공감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10년 동안 얼기설기하게 밴드를 하며 감정을 주고받았기 때문 아니었을까? 덕분에 이틀 동안 제대로 못 자다가 화장장에 친구 아버지를 모셔드리고 온 후에야 정신없이 잠에 들 수 있었다. 


3. 기쁘고, 또 슬픈 이유로 3일 내리 만났기에 즐거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찜찜했다. 코로나 때문에, 일이 바쁘고, 더 중요하다는 핑계로 만남을 미룬 적도 있기에 더 그러했다. 예전에는 아무 이유 없이도 그렇게나 자주 만나서 함께 시덥잖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올해가 지나기 전에, 또 다른 일이 생기기 전에, 아무 이유 없이 자주 만나야지-하고 다짐한다.


4. 평일 점심에 오랜 친구 하나를 만났다. 1년 만에 보는 얼굴이라 조금 괜스레 낯설기도 했지만, 하는 이야기를 조금 듣다 보니 또 같이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졌다. 짧은 점심과 커피를 마치고 일어나려던 찰나, 친구가 물었다. 요즘 내 고민은 뭐냐고. 그날은 돈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일과 거기에서 보내는 시간에 행복이 있다고 믿었는데, 최근에는 곳간 사정이 넉넉해야 몸과 마음의 여유도, 행복도 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돈에 행복이 있을까? 답은 두 극단 사이 어디쯤 있겠지만, 어디로 조금 더 치우쳐 있을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절대 토스 뱅크 대출이 9일 만에 막혀서 하는 말은 아니다. 


5. 2021년도 4분기다. 선선하고 포근하던 가을바람도 차갑고 날카로워졌다. 올해 말까지는 회사 일로 바쁘고 정신없을 예정이다. 혼자 모든 걸 해내려고 애쓰지 말고, 몸의 균형과 마음의 여유를 잃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해야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조금 더 신경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 


+ 신변잡기와 디자인에 관한 글을 아무렇게나 적는 제 브런치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어느새 4800명이 되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댓글이나 의견도 늘 감사합니다.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겼을 때 쓰다 보니 글 쓰는 주기가 들쭉날쭉합니다. 궁금하거나, 듣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든 알려주시면 생각 정리해서 적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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