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끈질기게, 성실하게, 또 겸손하고, 긍정적으로.
1. 정신은 없지만 마음은 평온한 요즘이다. 때로는 팽팽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지낸다. 바쁘고 정신없는 날도 있지만 마음의 여유는 잃지 않고 있다. 내가 나를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삶의 박자는 이 정도가 아닐까. 꾸준히, 끈질기게, 성실하게, 또 겸손하고, 긍정적으로 보내자.
2. 쿼타랩에서의 수습기간이 무사히 끝났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체 도메인을 이해하고, 프로덕트의 문제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잡아보려고 애쓰는 시간들이었다. 덜컥 리드까지 맡으면서 팀 전체에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과 퀄리티의 기준을 전파하고, 프로덕트 디자인 팀의 문화, 일하는 방식, 개개인의 성장, 채용까지 신경 쓰게 되었다. 여기에 프로덕트 퀄리티와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 팀을 만들고, 팀원들과 컴포넌트를 만들고, UI 패턴도 정의하면서 하루하루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네, 할 일이 굉장히 많네요.
3.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팀과 프로덕트 모두 우상향 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이직 초반, 수많은 문제와 마주했다.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위한 프로세스, 낮은 업무 가시성, 문제와 임팩트보다 각자의 생각과 느낌에 기반한 설득, 실행보다 우려와 걱정을 발산하는 문화, 너무 잦은 싱크 회의 등... 스타트업은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게 없기에 빠르게 해 보고, 그 과정에서 배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 입장에서 당시의 상황은 의문 투성이었다.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였기에 느낀 점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다행히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였다. 빠르고 과감한 실행을 통해 현재는 대부분 나아졌고, 계속 나아지고 있다. 앞으로 3개월 후, 또 1년 후는 어떨까? 좋다고 소문난 팀과 견주어도 아쉬울 게 없는 팀이 되길.
4. 지금 내 역할은 허허벌판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먼저 넘어지고, 다치면서 방향을 찾고, 그쪽으로 길을 내고, 포장하고, 확장해서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잘 발휘하고, 또 성장하면서 뛸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다시 말해, 팀을 스케일 업하는 동시에 속도와 퀄리티를 챙기는 것, 그게 내가 여기에서 경험하고, 또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작 3개월 만에 다양한 일과 역할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찾고,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어서 기쁘다. 재미와 의미, 또 나를 잃지 않도록 균형 잘 잡으면서 가보자고!
5. 강의 준비는 예상대로 밀리고 있다. 그럴싸한 PRD를 쓰고, 레퍼런스 프로덕트를 두어 개 잡고, 공개된 디자인 시스템 위에 키 스크린 위주로 그려나가면 금방 하겠지 싶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프로덕트 하나를 통으로 만들고 있다. 아무리 강의용 예제로 만드는 프로덕트라고 해도, 기획적으로 말이 되어야 하고, 또 디자인적으로도 완결성이 있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매력적일 것이다 보니 디테일을 놓칠 수도 없다. 게다가 암묵지를 명시지로 바꾸기 위해서 내 지식의 출처가 어디인지, 내가 정확히 무엇을 알고, 또 모르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이 모든 게 전에 없던 강의를 만들겠다고 욕심을 부린 탓. 어쨌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