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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 Aug 15. 2019

1%도 확률이다.#3 두근대는 소리

초음파실에서 꺼낸 첫마디, “애가 없어요?!”

 아내와  나는 며칠동안 악몽을 꾸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깜짝 놀라 깨곤 했다. 그러다가, 나는 내 불안감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표현된 꿈을 꾸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일어났다. 아이가 유산되는 꿈이었다.

 아내와 나는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기 심장소리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초음파실에 남자는 들어갈 수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초음파 봐주시는 선생님의 질문을 듣고 아내가 꺼낸 첫마디는 “왜요? 애가 없어요?” 였다.


증거많은 아이, 증거 하나

 두번째 아이, 뱃속에 있는 우리 요벨이는 증거가 많다. 생전 믿지도 않던 태몽을 꾸기도 했다. 아내는 탐스럽게 생긴 왕큰 상추밭에 자신이 있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나는 물고기 꿈을 꾸었다. 한 손에는 그물이 들려 있었고, 그물 안에는 큰 물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퍼덕퍼덕 하며 몸을 흔드는 물고기의 운동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꿈이었다. 심지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던 누군가가 한 마리를 덤으로 더 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임신이 확인 되었다. 테스트기에 그어진 희미한 두줄을 보고 설마설마 하며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그를 보고 ‘선명한 두줄’이라고 표현했다.


임신은 곧...

1%도 안되는 확률 가운데, 그토록 바라던 자연 임신이되었다. 아내와 나는 둘다 어벙한 상태에서 긴장도 되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임신은 곧 출산을 의미했지만, 우리에게는 아니었다. 초음파를 확인하고, 심장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일단 그 단계에 이르면 또 다음 단계가 있겠지. 임신과 출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단계를 우리는 조심스레 거쳐가고 싶었다. 테스트기를 했고,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가 제일 정확하다더라, 혹시나 테스트기는 잘못 나올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첫 단계를 통과했다. 둘째 단계는 초음파였다. 초음파를 처음 보러 갔을 때, 의사의 눈치를 살폈다. 아이가 잘 있다고 했다. 난임 전문 병원이라 눈치보여서 초음파 사진은 잘 펴보지도 못했다. 초음파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내와 나는 기쁨과 흥분과 긴장이 뒤섞인 마음으로 의사의 반응을 비전문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괜찮은 것 같다.’로 나왔다. 지난번 의사가 보였던 반응과 달랐으니, 이번에는 괜찮은 것 같다가 결론이었다. 지난 임신 때에는 의사 선생님 반응이 뭔가 수상했다. 처음부터 말이다. 그리고 초음파 사진을 1주일에 한번씩 가서 찍었다. 의사가 처음부터 기미를 미묘하게나마 알아챘는지, 알 길은 없다. 추측일 뿐이다.


둘째 증거, 입덧

 아내가 입덧을 시작했다. 이 또한 지난 임신 때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는 그랬다. 입덧은 엄마 뱃속에서 아기가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이다. 우리 요벨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구나, 아내 뱃속에 아이가 열심히 자라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입덧은 아직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호르몬의 변화니 어쩌니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임상적으로 ‘입덧’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그 증상도 참 여러가지로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형태가 다르고 그 증세가 다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른 체험기를 찾아봐도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아내의 입덧도 조금 특이하다. 냄새에 민감해져서 냉장고 문조차 열지 못한다. 그런데, 음식은 잘 먹는다. 딱히 못먹는 음식도 없다.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주방일은 내가 전담하게 되었는데, 아내의 생활이 뭔가 편리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마치 드라마에서 본듯 말이다. 진짜냐고 물어봤다가 몇번을 맞을 뻔했다. 참고로 아내와 나는 연상연하이다.

 후각과 미각 외에 전정기관(?)에서 변화도 보였다. 계속 어지럽다고 한다. ‘엄청 흔들리는 배를 탔는데, 못내리고 있어.’ 라는 것이 아내의 표현이다.

 아내는 예민하다. 증상이 5분 정도만 사라져도 금세 알아채고, 불안해 한다. 설마...! 이러면서 말이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바로 입덧 증상이 나타난다. 마치 뱃속 아기가 봐주고 있었는데, 아직도 정신 못차리네 하면서 손을 쓰듯 말이다.


병원에 울린 아내의 외침

 아침내 첫 심장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 날이었다. 아내가 긴장한 마음으로 초음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이 의례적으로 '혹시 피가 비치거나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아내는...

"왜요? 애가 없어요?!ㅠㅠㅠㅠ"

 당황한 의사는 '그게 아니라...' 하며 급하게 심장소리부터 들려주었다고 한다. 쿵쾅쿵쾅쿵쾅. 결론을 이야기하면 이날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두근대는 소리, 초음파실을 나오는 아내의 밝은 표정에서 그 소리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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