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지는 한 사람의 푸념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스스로에게도 하고 아내에게도 하고 브런치를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했지만 일주일에 두 번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일이 엄청 바쁜 것도 아니고 일 외의 다른 개인적인 용무로 글을 쓸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글을 쓸려고 마음을 먹고 무엇을 쓸까 고민을 하다 보면 이것도 써보고 싶고 저것도 써보고 싶은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 브런치에 접속하고 글쓰기를 클릭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마치 브런치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첫 화면처럼.
그러다 보니 무엇을 쓸까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고민해 보는데 적게는 30분 많게는 1시간 이상의 시간을 쓴다. 이럴 때마다 첫 책을 출간하기 위해 불철주야 수십 번 글을 쓰고 지웠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는 써야 될 주제와 내용과 양이 있었고 안 쓸 수 없는 상황도 있었기에 컴퓨터에 앞에 앉으면 10분 이내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쓰고 나서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해서 수정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처럼 어떤 것을 써야 될까 고민하고 막막해하느라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에 읽었던 책, 《픽사 스토리텔링》의 저자 매튜 룬은 글쓰기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다음은 스토리텔러, 시나리오 작가, 책 저자, 블로거, 강연자의 길을 떠나는 여정에 필요한 몇 가지 팁이다.
1. 매일 글을 쓰자
2.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자
3. 글쓰기에 가장 힘든 건 처음 10분이다.
4. 꼼꼼한 계획가인가, 달리는 경주마인가?
-《픽사 스토리텔링》 매튜 룬(2022) p. 210 ~ 211
책의 저자가 이야기한 내용 중에서 일부 타이틀만 인용하였다. 위의 4가지 팁과 지금 나의 글 쓰는 스타일과 다짐을 비교해 보면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결국 그 차이로 인해서 나는 지금 글 쓰는 것이 어색하고 어렵다. 첫 번째, 나는 매일 글을 쓰지 않는다. 짧든 길든 나의 생각들을 글로 써야 되는데 지금은 짧으면 너무 볼품없고 초라해 보여서, 길게 쓰기에는 마땅히 쓸만한 주제가 없는 것 같아서 매일 글 쓰는 것을 피하고 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잠자기 전에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용과 의미, 양에 상관없이 그날의 일들을 글로 기록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써야 될 주제와 키워드가 명확하면 생각보다 쉽게 글을 써내려 갔다.
두 번째,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첫 책을 쓸 때는 글이 잘 써지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 시간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계속 매일같이 쓰다 보니 내가 글을 쓸 때 가장 잘 써지는 시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약속을 줄이고 잠을 줄였다. 요즘에는 서울에서 지낼 때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서울의 삶과 다르게 마음과 몸에 여유가 많아져서 그런지 '다음에 쓰면 되지, 어차피 시간도 많은데 쓰고 싶을 때 쓰면 되지'라는 생각을 나 스스로 갖게 된 것 같다.
세 번째, 10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10분 안에 뭔가를 써야 되는데 자꾸 딴생각이 들고 주변의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글을 쓰다가 갑자기 집 주변에 있는 텃밭이 가보고 싶고 평상시 구매만 하고 보지 않았던 책들이 눈에 들어오거나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다가 딴생각에 빠져서 정작 써야 될 글을 쓰지 않고 시간만 흘렀던 경우도 있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매번 글이 잘 써졌던 것은 아니다. 안 써질 때는 두 세줄 쓰고 포기한 적도 있고 첫 시작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2~3시간 동안 딴짓만 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때는 엉덩이의 힘을 믿었다. 책을 쓸 때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엉덩이의 힘이었다. 이 말은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묵묵히 책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지우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글이 써지기 때문에 인내와 끈기를 갖고 의자에 앉아 있어야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의 나는 엉덩이의 힘이 분명 이전과 다르게 많이 약해졌다.
마지막 네 번째, 나의 글쓰기 스타일이 잊혀졌다. 글쓰기 전에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놓는 사람을 계획가 스타일, 일단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쓰는 사람을 경주마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지금 나의 글쓰기 스타일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쓰는 스타일이 더 좋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단점은 막상 컴퓨터 앞에 앉으면 무엇을 써야 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머리가 하얘지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처럼 다짐만 하고 글을 안 쓸 수도 없고 작가로서 두 번째 책도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분명히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있는 것은 맞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답은 딱 두 가지인 것 같다. 꾸준함과 편안함.
꾸준함은 말 그대로 매일 조금씩 내가 생각하는 것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꾸준하게 쓰는 것이다. 글을 쓰는 시간을 미리 정하고 그 시간만큼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꾸준하게 글을 써나가다 보면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해지고 글을 쓸 때 나만의 스타일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 중에서 글의 주제와 소재로 담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미리미리 핸드폰이나 메모장에 간단하게라도 적어 보면 꾸준하게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편안함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자는 말이다. 글을 쓸 때 항상 걱정을 했던 것은 '나의 이야기를 누가 봐줄까?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짧게 써도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그 고민이 내가 글을 쓰는데 부담감으로 작용했고 글 쓰는 것을 일부러 회피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은 글을 써야겠다. 멋진 글을 써야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일상과 생각들을 글로 쓰다 보면 분명 나만의 글이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5월의 첫 번째 연휴가 지나고 내일 또다시 한주가 시작이 된다. 다음 주도 브런치에 2편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꾸준함과 편안함을 바탕으로 다음주에도 2편의 글이 브런치에 당당하게 올라올 수 있게 노력하자. 그러다 보면 나의 글쓰기 루틴은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에게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