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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Oct 25. 2023

나의 12시 45분

야근 후에 남기는 나의 하루 이야기

지금 시간은 12:45.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책상에 앉았다. 12시 45분에 맞춰서 Etham의 12:45이라는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빴다. 몸은 지치고 침대는 빨리 누워서 자라고 나를 부르지만 짧게나마 글을 쓰기 위해 호기롭게 컴퓨터 앞으로 몸을 옮겼다.


 나는 최근 3번째 이직을 했다. 직장 생활을 2015년부터 시작해서 9년 차 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직이라는 단어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하다. 첫 이직은 2021년에 했다. 약 7년을 근무하던 곳에서 처음 이직을 할 때는 큰 꿈이 있었다. 사실 연봉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업종과 사람들, 7년 동안 갈고닦았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멋지게 정착해서 성과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경직된 조직문화, 이직한 경력자를 굴러 들어온 돌처럼 보는 시선, "네가 여기를 알아. 여기는 그런 것 안 돼"라는 부정적인 의견, 나의 위에 정체되어 있는 나이 많은 직급자들... 입사 후 2주 만에 '여기는 오래 있을 곳이 아니야'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그래도 '1년은 다니겠다, 경력에 1년 미만의 경력은 만들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다짐은 6개월 만에 깨져버렸다. 그렇게 두 번째 이직을 한다.

 두 번째 직장은 아는 선배와 함께 하는 일이었다. 하고 싶었던 분야였고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사업영역이었으며 나름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스타트업 규모의 회사였다. 그리고 주 1회 출근, 나머지는 재택근무라는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이직을 결심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보다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익숙한 업무면서 새롭게 컨설팅 기반의 일을 한다는 것에 만족감이 꽤 높았다. 하지만 23년 국내외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회사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회사 대표의 앞뒤가 다른 언행, 정보의 비대칭 등 내부적인 이슈와 신뢰의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내가 모시던 팀장님이 먼저 사표를 내셨고 든든한 지원군을 잃어버린 나는 다시 이직이라는 탈출구를 선택했다. 그렇게 지금 세 번째 직장으로 옮기게 됐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대이직의 시대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다. 과거에는 공무원처럼 직장에 처음 들어가면 사원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장, 임원이 되기 위해 한 직장에서 충성을 다해서 회사에 이 한 몸을 바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이직이 경쟁력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이직을 통해 이력서에 들어가는 회사명이나 규모를 중소기업에서 시작해서 중견,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고 한 직장에서는 연봉이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연봉의 앞자리 숫자를 바꾸기 위해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직은 개인이 쌓아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원자를 뽑는 면접관들의 평가와 점검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절대 쉬운 것은 아니다. 나도 이직을 할 때마다 못해도 5개 이상의 이력서를 직접 제출하거나 헤드헌터에게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좌절도 하고 현타도 오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변화의 욕구도 생겼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친 뒤 이직을 하면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으니깐. 그래서 나는 내가 이직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나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직 잘하는 법을 이야기할 만큼 엄청나게 좋은 회사, 부러워하는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내가 어떻게 이직을 성공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 왜냐하면 평가는 내가 아닌 면접관들이 했기 때문이다. 쉽사리 내가 어떤 것 때문에 이직을 3번이나 했는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서 이직의 기술을 글을 통해 이야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이직한 사람이 겪었던 고충, 느꼈던 감정들, 몇 번 이직을 해보니 깨닫거나 터득한 것들을 나의 경험에 빗대어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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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운을 띄우고 다음을 기약한다. 아직까지 무한반복으로 설정되었던 Etham의 12:45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온다. 가사는 굉장히 슬픈 이별 내용이지만 뜬금없이 이직 이야기를 꺼내서 Etham을 좋아하는 분들께 살짝 죄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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