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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Jan 04. 2024

다시 찾는 나의 작은 행복

잠시 잊혀졌던 나의 작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나는 새해가 오기 전에 항상 하는 것들이 있다.


1. 새해 다이어리 사기

2. 지난해 가계부 정리하기

3. 새해 자기 계발 목표 세우기


  '올해는 내년 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 올해 못했던 것들은 내년에는 반드시 해야지' 등 한해를 반성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항상 계획을 세워야 하지?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나쁘다,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인생 로드맵을 갖고 한 단계씩 계획을 실천하다 보면 지금의 모습보다는 분명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했고 계획했던 것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졌다. 나와 동년배 또는 나보다 어린 누군가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고 하루를 아주 잘게 쪼개어 지금 보다 나는 미래의 내가 되기 위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내 자신이 너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SNS에 보면 '갓(GOD)생 사는 법,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몇 년 만에 00억을 모으는 법, 새벽루틴 만들기' 등 각자만의 계획에 맞춰서 하루하루를 사는 모습을 보면 대단해 보이면서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 스스로 반문도 해보고 '앞으로 나도 저 사람처럼 살아야지'라는 다짐도 해보지만 그 또한 스트레스로 나에게 다가왔다.


왜 남들처럼 열심히 살아야 하지?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다.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 어렵게 살았다. 하지만 나의 동창들은 내가 힘들게 살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언젠가 고등학교 친구가 성인이 되어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했다. "항상 바르고 밝게만 보여서 평범한 집에서 잘 큰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너희 집에 놀러 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 그리고 네가 참 대단해 보이더라". 그 당시 나에게 행복은 어쩌면 사치였다. 잘 사는 친구, 좋은 옷을 입은 친구, 분식집에서 스스럼없이 친구들의 떡볶이 값을 계산해 주는 친구들을 보면 하염없이 부러웠지만 내 앞의 현실은 그 부러움을 단 1도 해소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고 불행하게 살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 도시락 안에 있던 어머니의 손 편지, 친구들과 뛰노는 시간, 목표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했던 시간,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주시던 선생님들, 매점에 1등으로 왔다고 받은 서비스 과자 등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그때 터득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의 좌우명이 '작은 것에서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자'라고 일기에 적었던 것처럼 행복은 많은 돈, 멋진 차와 집, 대기업 직장인 등에게서 오지 않았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인생의 좌우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말 부유한 집의 아들, 정말 가난한 집의 아들, 망나니처럼 살아온 아들,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벌던 아들 등 군대에 있으면서 다양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아들들을 부대원으로 맞이하면서도 항상 부대원들에게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여러분들 가까이, 작은 곳에 있다고 알려줬다. 그런데 전역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의 좌우명은 순식간에 모래성처럼 사라졌다.

 사회는 비교와 평가의 연속이었다.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고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입는 옷과 타는 차, 숙소가 달랐고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 베푸는 스케일이 달랐고 입사한 기업의 규모에 따라 대출의 한도와 이자율이 달라졌다. 만약 경제력이 없거나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했다면 내가 갖고 있는 지식과 역량, 성과를 한껏 뽐내고 인정받기 위해 하루 4시간씩 자면서 일하고 공부하고 인적 네트워킹 등을 통해 남들과 견줄 수 있는 스펙을 쌓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도태되는 만년 대리, 만년 과장이 될 것 같았다. 이 시점부터 나는 매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도태되기 싫어서, 뒤처지는 것이 불안해서,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기 위해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날마다 작은 기쁨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라
_헤르만 헤세 《밤의 사색》 중


 2023년 12월 31일, 아내와 거제도에서 2023년 마지막 일몰을 보면서 2024년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작은 것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자라는 다짐을 나 자신과 했다. 그래서 2024년 계획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이어리 또한 2024년에만 쓸 수 있는 다이어리가 아닌 만년형 다이어리로 구매를 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10년 넘게 계획형 인간으로 살아왔고 한해 목표를 세우지 않고 성과를 내지 않으면 불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힘들었지만 순수했던 학생 때의 나로 돌아가보려고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은 비교의 동물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거나 갖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내가 가진 조건과 나의 상황에 맞춰서 살아가면 되는데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쫓아가다 보면 그 화는 결국 나에게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돌아온다. 

 2024년 내가 가진 목표를 잘 실천할 수 있을지 사실 조금 불안하다. 다음 주부터 나가는 HR모임에 이름만 들어도 '와'하는 대기업 출신 HR 담당자들이 자신의 성과와 스펙을 연신 이야기할 것이고 그것을 듣고 있는 나는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또 자괴감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그런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나도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부러워는 할지언정 자괴감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내가 갖고 있는 환경과 조건, 상황에 만족해하고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으니깐. 앞으로도 작은 기쁨을 가능한 한 많이 경험하면서 살 것이니깐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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