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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직장인 Feb 06. 2024

아빠의 충고

인생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자식이 되기 위한 방법

 병원 진료를 위해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고 있었다.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5 ~ 6살 정도로 보이는 딸이 함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부녀는 손을 꼭 잡고 아빠는 회사로 딸은 유치원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어서 우연히 부녀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딸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지금 몇 시야?"

"지금 8시 50분, 그런데 아빠는 시계를 5분 빨리 맞춰 놓으니깐 8시 45분쯤 되겠네"

빨리 맞춰 놓았다는 말을 딸이 이해할까 혼자 궁금했지만 역시나 딸은 아빠에게 물어봤다. 


"왜 5분을 빨리 맞춰?"

이 질문에 아빠는 딸에게 큰 교훈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진지하고 근엄하게 말했다.

"5분을 일찍 맞추면 사회 생활할 때 늦지 않아서 좋고 미리 준비할 수 있어서 좋거든"

과연 이 말도 딸이 이해했을까? 딸은 "응, 그렇구나"라고 말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부녀와 가는 방향이 달라서 부녀가 이후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알 수 없었다.


 부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나의 부모님과 어렸을 적 나눴던 이야기를 한참 생각해 봤다. '나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까? 나는 어렸을 적 부모님에 어떤 이야기를 들었지?' 물론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내가 지금도 부녀의 아버지처럼 시간을 5분 빨리 맞춰놓는 것을 보면 분명 나도 부모님 중 한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대학교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도 부모님은 나에게 인생에 이런저런 충고나 조언을 해주신다. 부모님은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면서 살아라. 항상 차조심해라' 등 아직도 내가 5 ~ 6살 어린아이인 줄 알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신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충고나 조언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했다가 크게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너무 참지만 말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면서 살라고 하셨지만 나는 화가 나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인생의 경험이구나'하고 살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만만한 상대가 되어 있었다. 한 번은 사람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 사람이 뒤에서 나의 욕을 하고 있었고 크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내용의 부모님의 충고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알아서 할게'라고 무시했을 것이다. 경제적 피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우리는 기어코 잘못된 결정을 한 뒤 '부모님의 말을 들을 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부모님도 분명 우리 조부모님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충고나 조언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지금의 우리처럼 본인 마음대로 했다가 큰 후회, 큰 실패를 경험한 뒤에 똑같이 후회를 했을 것이고 그 후회를 기점 삼아서 지금의 우리에게 충고를 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글이 부모님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책에서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한다.'라는 문구를 적이 있다. 나도 나의 부모님도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지금껏 경험하고 성장했다. 성장을 위해서 일부러 부모님의 충고를 무시하고 실수를 필요는 없다. 내가 처한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충고를 받아들이면 동일한 실수를 경험하지 않게 될 것이다.

 충고(忠告)라는 말은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른다는 뜻이 담겨있다. 임금에게 충언을 아끼지 않았던 어느 장군처럼 충고는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진심이 담겨있다. 그 진심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학교에서도 충고를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잘 되기를, 내가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나에게 충고를 해주는 상대방의 진심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나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서 적절한 선택을 한다면 분명 겪지 않아도 될 실수나 실패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봤던 딸아이는 앞으로 아빠에게 어떤 충고를 들을까? 딸아이가 아빠의 충고를 잘 듣고 실천해서 어느 곳에 가든 칭찬받고 예쁨 받는 성인으로 자라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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