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으로 먹은 음식은 광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바로 이름마저 생소한 상추 튀김. 광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초록색 간판에 투박한 폰트로 쓰인 이 네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외지인의 머리로는 언뜻 가늠이 안 가는 미지의 음식이다.
상추를 튀겨 먹는 건가? 아니면 튀김을 상추에 싸서 다시 한번 튀긴 건가? 그도 아니면 튀김을 상추에 싸서 먹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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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이곳에서 장장 사 년을 보내는 와중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다가 오늘에서야 홀린 듯 처음으로 먹어보게 되었다. 먹는 방법은 간단하다. 폭신 폭신하고 동글동글한 모양의 튀김을 청양고추가 가득 든 간장에 찍어 싱싱한 상추 위에 올린다. 이때, 청양 고추 몇 개를 넣으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야무지게 쌈을 싸서 입 안에 넣으면 끝! 튀김의 푹신함과 간장과 고추가 아삭한 상추 사이에서 어우러지며 묘하게 한식의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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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상상했던 상추 튀김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생각보다 심플하면서 포만감 있었다. 오징어 튀김, 단호박 튀김, 고구마튀김 등 각종 모둠튀김을 간장에 찍어 상추에 싸 먹는 것이라고 추측한 것과는 달리 크로켓 같은 야채 튀김이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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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상추튀김을 가벼운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만만하게 본 나와 내 친구는 순대와 라면, 꽈배기까지 저녁으로 사 왔다가 결국 다 먹지 못해 아쉬워했다. 두 명이서도 배부르게 먹을 만큼의 튀김 양과 보쌈집보다 더 넉넉하게 주는 상추는 합쳐서 삼천 원밖에 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야채값이 금값이라는 요즘, 분식집의 인심에 한 번 놀라고 싱싱한 상추 상태에 한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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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광주만의 음식을 먹어봤다는 묘한 뿌듯함에 배부른 와중에도 계속 상추쌈을 싸는 나를 발견했다. 아주 어릴 때 먹어보고 간만이라는 친구와 언제 또 함께 상추튀김을 함께 먹자며 식사를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6.
테이블을 정리하며 잠깐 상상해봤다.
어쩌면 쉽게 정들지 않았던 이 도시가 무수한 추억들을 이기고 오늘 우연히 맛보았던 이 상추튀김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고. 원래 기억은 그렇게 엉뚱한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