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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케이 Mar 04. 2022

어느 후보만큼은 절대 뽑아선 안된다는 이번 선거.

 내 의지와는 다르게 부동층이 되었다.

5년 전, 내가 첫 출산을 했을 때, 그러니까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우리나라엔 대통령이 없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었지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엄마 마음에 그 점이 조금은 거슬렸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불상사라 하면, 대통령이 탄핵되었다던가, 아니 대통령을 탄핵할 수밖에 없다던가, 대통령이 범죄자이거나 혹은 되거나 대통령이 부재하는 상황 등등 말이다.


어쨌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왔고, 나는 산후조리원에서 잠시 외출하여 투표를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선거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유행어는 사실이 되었다. 나 또한 문재인 외에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면 그 표는 '사표'가 될 것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어대문'이라는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내 소신대로, 내 기준대로 선택한 후보에게 내 소중한 한 표를 건넸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도 후회는 없다.


진짜 대선 일은 3월 9일이기에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어느 후보가 당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단 "어느 후보만큼은 절대 안 된다!"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다. 나 역시도 한 후보에게 마음을 온전히 기울이고 응원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당 색깔을 배제하고 공약을 틈틈이 들여다보고, 토론 과정에 귀 기울이려 노력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한 후보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지지했다.


주변 지인들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면, 사람들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아마도 그 사람에게 던지는 표는 곧 '사표'가 될 거라고 했다. 설령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저분한 정치판(?)에서 죄짓지 않고 그가 주장하는 새로운 정치를 밀고 나가길 바랐고 그의 말대로 끝까지 완주하길 응원했다. 비록 소수정당이라 할지라도 힘을 키워나가길 바랐다. 당의 색깔로 엎치락뒤치락 거리는 행태에서 벗어나 다수의 정당이 힘을 갖는 나라가 되길 바랐다.

 

그러나 끝까지 완주하겠다던 그의 발언은 허무하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소중한 한 표가 사표가 될지라도, 그럼에도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사람들의 마음은 갈 곳을 잃었다.  그리고 그를 지지하고 이미 투표한 재외국민들의 표는 말 그대로 진짜 '사표'가 되었다. 그를 지지하며 선거 운동에 참여하다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의 삶 또한 안타깝다는 말로는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허무해졌다.


 김영민 교수의 책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투표장에 들어서면 이제 중립 타령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꺼이 선택하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그 자리에 왔다. 자신은 아무 의견이 없다고? 매사에 중립이라고? 누가 정치의식을 중성화하기라도 했나? 투표하는 사람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날카로운 마음으로 지지 대상을 판별한다. 그러나 투표는 적과 벌이는 전쟁과는 다르다. 미운 놈을 돌도끼로 때려죽여서 갈등을 해소하는 대신, 문명인답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다. 투표는 농성과도 다르다. 세를 과시해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대신, 계산 가능한 한 표를 던지는 것이다.

내 의지와는 다르게 부동층이 된 나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었고, 자조했고, 분노했다. 그리고 몇 번의 고민을 거듭하다 이내 빠른 결정을 내리고 사전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사람만 아니면 된다!라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소중한 한 표를 건넨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그가 말하는 정치, 약속한 미래, 만들고 싶은 나라를 꼭 이루어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덧, 정치 얘기는 쉽게 말하고 표현해선 안된다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정치 이야기일수록 수면 위로 드러내어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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