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라 씨의 고통은 가족 안에서 공감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비정상이었고, 그러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는 정상이었다.
정상과 비정상은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 기준선을 살짝만 한쪽으로 밀어도 정상은 비정상이 되어버린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이분법적 기준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자신이 비정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곤 한다.
나는 혜라씨에게 그녀의 고통이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증인 역할을 했다.혜라씨 말고도 나는 꽤 여럿에게 그들의 고통의 정당함을 확인해 주었다.
이것은고통을 겪은 후의 생각과 감정이 '옳다'라고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옳다는 것은 정당성이 부여된다. 그렇게 해도 무방하다 또는 격려된다로 이해된다. 아픈 마음을 만날 때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구분해야 한다. 무조건 덮어놓고 다 옳다는 식의, 소위 공감을 해보겠다고 행해지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마음이 아픈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생각은 부정성편향(negativity bias)이 심해진다. 부정적인 쪽으로 심하게 기운다는 말이다.누군가를 해치고 싶다거나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다거나 공들여 쌓아 올린 것을 망가뜨리겠다는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생각들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는 생각의 결과물로 우리는 이것들을 옳다고 할 수 없다.
혜라씨는 사람들을 해치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에서 나를 만나러 왔다. 사랑스러운레이스가 달린 새하얀 블라우스에 단정하게 빗어 묶은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는모든 인류의 생명을 앗아가고 싶다는 기괴한소망을 드러내는 그녀를 보면서 난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났길래 이 무해해 보이는 사람의 생각이 뒤틀려졌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의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기억나는 것 있어요?"
내 질문에 혜라씨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끄덕거리는 고개를 제외한다면 몸의 나머지 부분은 뻣뻣해졌다. 팔다리와 어깨는 더욱 긴장되었고 무표정했다. 동공은 멍해지면서 초점을 잃었고 누군가 툭 치면 풀썩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이 뻣뻣해지는 혜라씨를 보며 나는 그녀의 고통을가늠해보았다.
"그 일을 겪으면서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거예요."
혜라씨가 고개를 또 끄덕거렸다.
"그 고통이 사람들을 해치고 싶은 생각을 하는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일단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게요. 괜찮을까요?"
혜라씨의 잔뜩 긴장했던 팔다리와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이 보였다. 긴장과 두려움이 담겨있을 법한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덜어진 모양이다.
"언젠가는 이야기를 할텐데 오늘은 하지 않으면 어떨까 싶어요. 괜찮을까요?"
"음...그러면 무슨 이야기를 해요?"
"혜라씨 마음이 편안해지는 법을 찾는 연습을 하려고요. 우리는 이 연습을 매 회 하게 될 거예요."
"그 연습을 계속하면 비정상적인 생각도 없어지나요?"
"고통이 줄어든다면요"
"고통이요...?"
"네. 고통때문에 마음이 틀어지는 것이거든요."
"제가 바뀔 수 있을까요?"
"어떻게 바뀔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혜라씨는 상당히 고통스럽고 고통을 덜어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해볼 수 있겠어요?"
"마음이 틀어질 만큼 마음이 아팠다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일단 혜라씨 몸을 안정시키는 방법을연습할 거예요. 이것을 안정화기법이라고 해요. 몸을 안정시키면 마음도 안정되는 것을 경험해 볼 건데요. 긴장이 사라지고 편안해지고 떨림이 줄어들고 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을 느끼면 기분도 좋아질 뿐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과거를 더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거든요. 어때요?"
"네. 한 번 해 볼게요."
혜라씨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속...
마음을 고치는 이야기, 바디풀니스는 몸을 매개로 마음을 치료하는 신체중심치료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