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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칸나의 그림책방 Jun 29. 2015

문래동 예술공장

길 위에서 만난 예술

길 위에서 만난 예술, 문래동 예술공장


영등포라는 도시는 높게 솟은 빌딩과 시끄러운 공장소리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도시입니다.


참 오래된 서울의 모습. 좁은 골목길, 왁자지껄 한 시장 그리고 그런 정겨운 모습과 대비되는 넓은 대로와 아파트 숲, 또 빌딩들까지. 이 모두를 가지고 있는,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중간쯤 되는 도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래동 예술공장은 그러한 영등포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도시가 발달하기 전 대부분 공장지대였던 영등포는 아직도 많은 공장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래 예술공장 역시 수많은 철강소들이 모여있는 공장지대를 활용한 예술공간인데요,  문 닫은 철강소라는 거친 공간에 예술을 입혀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재 창조 해내고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나와  아파트촌을 지나면 문래 예술공장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 하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부스에는 여러 가지 문화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있습니다.



문래 예술공장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조형물


 문래동 예술촌은 완전히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고 해도, 여전히 운영 중인 철강소들이 많습니다.

영업 중인 철강소 안쪽에 밝은 색의 페인트 칠이나, 벽화를 그려놓은 곳들도 있어 하나의 퍼포먼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아래 사진에 '초상권을 존중해달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방문객들이 열심히 일하고 계 분들의 모습을 찍어갔나 봅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예술촌 이라기보다는 그냥 공장지대라는 느낌이 훨씬 많이 드는  공간. 하지만 골목 사이사이를 자세히 둘러보면, 허름한 벽에 크고 작은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래된, 낡음을 간직하는 공간


예술촌이라고는 하지만, 대로를 지나 본격적인 공장지대로 들어가면 음산한 기분이 듭니다. 문을 닫은 공장들의 녹슨 문과 떨어진 간판. 검은 거리.


굳게 닫힌 문들에서 약간의 움츠러듦을 느끼며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합니다.  



차가워 보이는 철문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곳이 많습니다. 밝은 색채도 이곳의 어두운 분위기를 가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일층에는 공장들이, 그리고 이 층에는 상가들이 있는 대형건물입니다. 굉장히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들. 지금은 문을 닫은 식당과 다방들이 보입니다. 허름한 입구에서 왠지 모를 두려움과 오래된 건물에 대한 정겨움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곳의 상가는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추억으로만 남을 것 같은 공간들. 많은 사람이 이곳을 떠났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오래된 공장 건물 사이사이 예쁘게 새단장을 한 공간들도 눈에 띕니다. 새로운 간판과 깨끗한 대문으로 새 시작을 알리는 공간들. 예술을 위한 스튜디오가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예술을 담는 거리,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 되어야


도시가 개발되면서 많은 공장들이 서울 밖으로 벗어나게 되었고, 한때는 힘차게 돌아가던 기계들도 이제는 차갑게 식은 흉물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문래 예술공장은 이렇게 식어버린 공간에, 예술로 활기를 불려 일으키려는 작은  움직임입니다.


문래 예술공장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이곳이 가지고 있는 '철강공업소'라는 강한 이미지 일 텐데요. 낡은 건물과 검은 바닥이 주는 무게는 알록달록한 페인트로는 결코 가려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기계 그리고 이제는 불 꺼진 공장의 모습은, 아마도 지난날 누군가의 치열한 전쟁터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문래 예술촌은 아쉬움이 참 많이 남습니다. 예술촌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맥락을 놓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처음 예술촌을 계획했을 때는 훨씬 더 크고 멋진 계획을 그렸겠지요. 열악한 지원으로 그 계획들이  멈춰 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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