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에 직원의 안전을 우려하며 반대를 표명하는 회사들
트럼프가 폭주하고 있다. 후보 때야 인기를 위해 극단적인 공약을 했어도 막상 대통령이 되면 그럴 수 없을 거라는 낙관적인 이야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가 멀다 하고 행정 명령을 발동하고 있다.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탈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에 이어 어제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발동시켰다. 잠재적 테러 위험이 있는 무슬림 7개국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켜버렸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예멘, 리비아, 수단, 소말리아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 입국이 바로 금지되어버렸다. 심지어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막장과도 같은 이 정책에 해당 국가들은 당연히 분노를 표시했고, 미국 내의 시민단체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같은 다른 나라들도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의 입장은? 글쎄... 한번 검색해보시길.)
미국에 있는 IT회사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구글의 CEO순다이 피차르는 해당 국가 출신의 본사 직원들에게 빨리 귀국하라고 이메일을 보내며 이렇게 얘기한다.
"We're concerned about the impact of this order and any proposals that could impose restrictions on Googlers and their families, or that could create barriers to bringing great talent to the U.S. 구글은 이 명령이 구글의 직원과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과 제약에 대해 우려하고, 우수한 인력들을 미국에 채용하는 데 만들어낼 장벽들을 우려한다."
애플 CEO 팀 쿡은 "이건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을 돕겠다고 이메일을 보냈고,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이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트윗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해스팅은 참 슬픈 한 주라고 얘기하며, "미국의 자유와 기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얘기했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이건 옳지 않으며 우리는 당사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라고 얘기하며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 이들에게 잘 곳을 제공하겠다고 얘기했다.
대부분이 잘 나가는 IT기업들이라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지만,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은 외부로 적극적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서 회사의 우려를 얘기한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은 1-2일 내에 회장 혹은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이번 정책을 통해서 영향을 받을 직원들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고,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방법도 같이 제시한다. 혹시 어떤 일이 있는 사람은 여기로 전화하라고 직통 번호도 안내하고, 일할 장소를 제공하거나 재택근무를 지시하고, 혹은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이들은 왜 그러는 걸까? 사람들이 선해서? 회사가 잘 나가서 돈이 막 모여서?
아니,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는 본질은 어디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우리 나라보다 해고가 쉬우니 회사 사정이 좀 안 좋아지면 쉽게 잘리는 경우도 많고, 비용이나 고용(Headcount) 응 동결하기도 다반사고, 보통 직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연봉과 혜택을 가져가는 임원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저 이게 본인들에게 이익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적의 인재들을 모아서 그 재능을 이용해서 일을 추진하는 게 결국 회사가 발전하는 길이라는 걸.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당장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걸.
글로벌 회사라고 좋은 점만 있을까, 개인적인 문화와 개인적인 성과 주의는 즐기는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면 도태되기 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발전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회사들, 우리에겐 그 무엇보다 직원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회사들,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하는 회사들을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