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민케이 Jun 25. 2017

스마트 팩토리는 코끼리

디지털 혁신 이야기 세 번째

지금 우리나라에서 혁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4차 산업 혁명. 그 용어의 유래와 글로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이전 글을 통해서 얘기했었습니다.

https://brunch.co.kr/@playfulheart/58


디지털 혁신은 다양한 산업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전개될 수 있는데요.  아직도 많은 나라들의 산업과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제조업에 대한 디지털 혁신을 우리들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는 대체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Smart Factory)라 부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스마트 팩토리가 마치 코끼리와 같이 되어버렸습니다.

불교 경전 열반경에 보면, 인도의 경면왕은 장님들로 하여금 코끼리를 만져보고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보게 했습니다. 코끼리의 상아를 만져본 이는 "무"라고 대답했고, 귀를 만져본 사람은 "키", 머리를 만져본 이는 "돌" 등 다양하게 코끼리에 대해 얘기했다고 하지요. 사실 하나도 틀린 대답은 없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코끼리를 구성하는 하나하나 요소이니까요. 다만 서로 내가 아는 코끼리가 맞고 네가 말하는 코끼리는 틀리다고 싸울 때 그 모습은 참으로 우스울 겁니다.


최근의 국내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도 미디어를 통해 많이 알려졌습니다만, 개인에게 와 닿을 현실적인 여파를 강조하느라 대부분이 무인화나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무인화 공장이나 자동화가 극대화된 공장을 많이 부각하지요. 물론 산업에 따라서는 자동화와 무인화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제조업을 혁신하기 위해선 아주 다양한 기술과 내용들이 관련되어 존재합니다.


마치 코끼리를 만지듯이, 스마트 팩토리를 가리켜 어떤 이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얘기하고, 어떤 전문가들은 IoT 기술을 통한 "설비 간의 연결"을 생각하고, 어떤 협회는 3D 프린팅과 가상현실/증강 현실을 떠올리고 어떤 교수님들은 인공지능이 공장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는 "스마트"한 공장을 얘기합니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소비자가 생산을 견인하는 방식이 결국 지향할 바이지 나머지는 모두 요소 기술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사양으로 바로 생산에 돌입하는 아디다스나 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하나도 틀린 얘기는 없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다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제조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하나하나의 방편 들일 테니까요. 스마트 팩토리는 이런 것이다 미리 정의해놓고 서로 싸울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스마트 팩토리

이처럼 스마트 팩토리에는 다양한 기술들과 관점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를 합집합 관점에서 크게 보자면,

로봇, 인공지능, 3D 프린팅, 가상현실, 증강현실, IoT, 빅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디지털 혁신의 최전방에 서있는 물리적 혹은 소프트웨어 기술들은 물론이거니와 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의 프로세스들을 최적화하는 것 모두 스마트 팩토리라고 보는 게 온당하지 싶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스마트 팩토리보다는 디지털 제조 혁신이라고 불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으로 혁신을 한정하는 듯한 어감이거든요.)

 

기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운영 기술 (OT, Operation Technology)와 정보 기술 (IT, Information Technology) 가 모두 필요하고 이 두 OT와 IT가 만나는 지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겠지요.

스마트 팩토리는 어떤 관점과 범위와 정의로 보건 간에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을 "데이터로 디지털화"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로 제조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을 "최적화" 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

언제라고 우리가 안 급했을까요. 어느 것이라고 소홀히 했을까요. 다만 급변하는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면서(?!) 정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모두 지금 급합니다. 서비스업은 서비스업대로 급하고 금융업은 금융업으로서 총망합니다. 제조업도 스마트 팩토리를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발이 먼저 나가지요.

아무리 급해도 모든 길을 한걸음에 걸어낼 수는 없을 터. 이렇듯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갖가지 수준의 신기술들을 채용해야 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단기간에 하려고 하는 건 무리입니다.


최근 제조업에서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적으로 해내고 있다고 평가받고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GE. General Electric 사 조차도 디지털 혁신을 시작한 지 벌써 5-6년이 되어가지만 전 세계에 500개 정도 가지고 있는 공장의 100개 남짓한 공장만을 스마트 팩토리화 했다고 합니다. 그 100개의 공장도 다양한 수준으로 혁신을 했다고 하지요.

GE의 경우는 스마트 팩토리를 Brillant Factory (생각하는 공장) 라 부르며, 3단계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Get Connected. 사람과 기계를 연결하고.
Get Insight. 분석해서 통찰을 얻고.
Get optimized. 최적화하라.

우선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 지속적으로 단계별로 접근을 하는 방법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겠지요.


지향하는 바와 목적이 중요

당연한 얘기겠습니다만 다양한 기술과 방법론들은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야 합니다. 이루고자 하는 일에 따라 필요한 기술은 로봇에 의한 자동화, 3D 프린팅, 가상/증강 현실과 같은 제조 기술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다양한 기술과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지금 가장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미리미리 준비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목표와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필요한 기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물론 때로는 새로 발견한 기술이 그동안 생각 못하던 아이디어를 떠오르게도 하겠지만요.

얼마 전에 한 제조업 회사의 기획팀장님이 고충을 토로하면서 제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를 회사에 어떻게 적용해서 효과를 볼 것인지 보고서를 올렸는데 자꾸 사장님께 반려 (전문용어로 빠꾸라고도 합니다만 ) 당한다는 겁니다. 왜 그러냐 물어봤더니 보고서에 3D 프린팅과 AR/VR ( 가상/증강현실 )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사실 그 산업에는 3D 프린팅을 적용할 사업 모델이나 부품도 존재하지 않았고, AR/VR을 구성할 디지털 데이터는 전무합니다. 그 사실을 잘 얘기하시지 그랬어요 했더니 아무리 사장님께 그렇게 얘기해도 시끄럽고, 빨리 안을 구성해서 가져오라고 막무가내였다네요.
제가 직접 사장님께 얘기를 해주면 안 되냐 부탁하셔서...... 정중히 거절한 기억이 있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