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민케이 Mar 09. 2017

4차 산업혁명은 없다

디지털 혁신 이야기 첫 번째.

'4차 산업 혁명', 요즘 어디를 가나 들려오는 말입니다.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가 4차 산업혁명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최근의 격동하는 정치적 사회적 지형과 맞물려서 정부의 각종 부처, 차기 대선 주자들 그리고 그에 화답하는 기업들까지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얘기하고 계획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지요. 서점에 4차 산업혁명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는 건 물론이고요. 지금 4차 산업혁명을 하지 못한다면 마치 망할 것만 같습니다. 아니, 벌써 망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4차 산업혁명은 어디서 온 걸까요? 아니, 정말 한국만 여기에 뒤처져 있었고 다른 나라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4차 산업혁명은 뭘까?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서 "생산, 소비" 측면에서 "폭발적인 변화와 결과"를 초래하는 걸 산업혁명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생산/소비", "폭발적인 변화와 결과" 이 3가지입니다. 이 3가지 중 한 가지만 가지고 산업혁명이라 부르지 않지요.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발견/발명되어 왔고 생산과 소비는 변화를 계속해왔고 자연적인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급격한 변화를 인류는 겪어 왔지만 그 한 가지 한 가지를 산업혁명이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이 3가지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결합될 때를 산업혁명이라 부릅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철도의 발달로 생산과 물류가 급격히 확장되기 시작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명과 전화 등 통신시설의 발달로 대량생산/소비 시대를 열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생산이 더욱 자동화되고 통신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지요.

그럼 4차 산업혁명은? 요즘 화두가 되는 모든 기술들이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들이라고 얘기됩니다. 인공 지능,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3D 프린팅. 이 기술들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얘기됩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유명해진 걸까?

'4차 산업 혁명'은 2016년 세계 다보스포럼에서 주제를 4차 산업혁명으로 정한 후, 그 개념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보스포럼은 클라우스 슈밥이 창립했고 스스로 회장직을 맡아왔었지요. 그동안에도 재계나 정계를 중심으로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얘기해왔지만 2016년 '4차 산업혁명' 이 아마 가장 일반의 주의를 끈 주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슈밥은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됩니다.

급기야 2016년 10월에 한국에 초청을 받아서 '4차 산업혁명과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열광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알파고와의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기사가 패하고 난 후 그 충격이 한국 사회를 흔들었고, 그에 따른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진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지요.

특히 다보스 포럼과 책을 통해서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해서 얘기한 점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 - 자동화의 극대화 - 일자리의 감소라는 흐름을 스토리텔링 해서 지금의 변화가 결국 내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얘기를 한 것은 충격이 크게 다가오지요.  단순히 생산성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사실 개개인들에게 와 닿지 않거든요. 최근의 아디다스나 할리데이비슨 등의 무인 공장이 단 몇 사람의 직원만으로 운영된다는 등의 기사들은 우리 같은 회사원들이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갈 수는 없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다른 나라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나?

보통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해야 한다면서 예를 드는 것이 독일과 미국입니다.

독일은 이미 인더스트리 4.0이라는 테마를 정부와 기업 연합회의 주도로 수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마 클라우스 슈밥도 이 인더스트리 4.0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테마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실패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등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긴 하지만 새로운 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명제를 설파한 개척자라는 건 사실입니다.

미국은 정부보다는 기업 주도로 새로운 제조혁신을 이끌어 왔습니다. 124년 된 스타트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GE가 대표적인데요. 산업 IoT,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의 개념을 자사 적용부터 시작해 다양한 기업에 공급하고 혁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혁신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누구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우리가 이 혁명에 뒤떨어져있다 우리는 빨리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생산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재미있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혁신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는 않다는 건데요. 독일 기업이나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를 많이 씁니다. GE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할 때 4차 산업혁명이라고 쓰지 않고 그저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내는 기회와 혁신을 묘사하며 산업인터넷이라고 부를 뿐이지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반론

최근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틀림없이 곧 4차 산업혁명은 없다 가짜다, 허구다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라고 얘기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반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의 각종 변화들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겪어온 그것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차이점을 단기간에 만들어낼 것이냐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지요.
그 배경에는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산업 생산성의 향상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도 한 몫합니다. 실제로 194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평균 2.8%였지만 2000년 이후는 생산성이 2.6%로 오히려 떨어집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생산성 증가율이 1% 정도라는 통계까지 있을 정도지요.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변화가 산업의 생산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된 겁니다. 물론 소비가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라면 더욱더 역설적인 상황이 4차 산업혁명에서도 계속됩니다. 1-2명이 자동화를 통해 10000명이 만들 물건을 생산해낸다면 결국 그 물건은 누가 살 거냐는 거지요.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로 인위적으로 띄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프레임이 붕괴된 지금, 그다음을 찾아야 하는 정부 부처, 사회적 부담을 무릅쓰고 사람 노동성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올려야 하는 기업 그리고 새로운 주제와 얘깃거리가 필요한 미디어 들의 요구사항이 결합되어 "4차 산업혁명"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측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떤 시대든 두 눈을 크게 뜨고 변화하는 자세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이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생활을 바꿔놓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정부와 기업들, 그리고 우리 개개인이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앞서서 변화하지 않으면 뒤쳐지고 망할 것도 분명하고요.

다만 그 변화의 형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될 겁니다. 각각의 새로운 기술들이 가져오는 혁신과 그 혁신들이 서로 결합되어서 가져올 혁명에 가까운 변화들은 어떤 한 시점에서 단순히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불과 1-2년 사이에 인공지능, 음성인식, AR/VR 등이 쓸만해지고 상용화되는 과정을 보았을 때 앞으로 어떤 기술들이 나오고 혁신을 주도할지 아무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편적인 정의와 요소 기술을 선정할 게 아니라 다양한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만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기존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새로운 형태로서가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고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기업이 필요합니다. 개인에게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에 유연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 밖에는 없겠지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더라도 혁신에 대한 탐구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법. 계속해서 최근의 디지털 혁신과 관련된 주제들,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의 주제로 얘기를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7화 7. 영어 이메일 이렇게 주고받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