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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Mar 16. 2016

4. 외국계 회사에선 야근을 안할까?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근태

외국계 회사에 대해 간혹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그것도 매우 상반된 견해를 가진다.


"오직 능력에 따라 대접받는 곳.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계획하고 저녁이 있는 삶." 혹은

"말만 외국 회사지 어차피 한국이니 똑같다. 출퇴근도 결국 다 똑같애. 더 피곤하다. 거기다 언제 짤릴지 모른다."

어떤 것이 맞을까? 대답은 둘 다 맞거나 혹은 그 중간 어딘가에 (somewhere in between)


회사가 어떤 산업에 속해있는지, 규모는 어떤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간다. 송곳에 나오는 푸르미마트 같은 회사도 분명히 존재하고, 항상 회자되는 구글같은 환경을 가진 회사도 한국에 있다.

 9시부터 6시까지 고객을 서포트해야 하는 일은 정확히 시간을 지켜서 근무해야 하고, 고객 사이트에 나가서 같이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고객의 출퇴근에 맞춰야 한다.


자신이 어느 정도 계획 가능, 대신 업무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다양한 업종과 베이스에 따라서 근무하는 형태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많은 스타일 중에서 IT / 소프트웨어 중심의 서양계 글로벌 회사 위주의 얘기임을 먼저 밝혀 둔다.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국 기업처럼 엄격하게 근태의 시간까지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상습적으로 늦게 나온다던가 땡땡이를 친다던가 하는 건 당연히 안된다. 아침에 일이 있다던가 저녁에 다른 약속이나 중요한 개인적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나간다던가 이런 건 대체적으로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점심 시간도 몇시부터 몇시까지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자유롭게 먹는다.


다만 이런 유연성 (Flexibility)는  업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있다면 새벽부터 나와야 하고, 외국  동료와 컨퍼런스콜이 있으면 밤 11시에도 사무실에 머무른다.

퇴근 후에도 급한 업무가 있으면 상사나 동료와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과거 블랙베리가 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이메일을 보고 처리할 수 있는 체계.


하루는 지금도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와 술을 곁들인 저녁을 하고 있었다. 동료에게서 급한 전화를 받고 주섬주섬 랩탑을 꺼내서 자료를 찾아서 이메일을 보냈다.  측은하게 나를 보고 있던 친구가

"왜 그렇게 사냐? 퇴근 후에 회사 전화를 왜 받아?"


별 말 안하고 씨익 웃었다.  사실 그날 오전에 특별한 회의가 없어서 보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에서 업무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떤 것이 좋은 지는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다만 확실한 것 한 가지, 할 일 없는데 그저 남아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에 다니다 한 미국계 글로벌회사의 한국 지사로 옮긴 직후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서 3주간 교육을 받고 오라는 출장 요청 이메일이 왔다. 오, 역시 외국계 회사야. 그래, 나는 이렇게 살아야지, 신나서 비행기를 탔다.

교육을 받는 건물에는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개발자들과 지원 부서 - 흔히 Backoffice 라 부르는 - 들이 혼재하고 있었다.
개발자들은 정말 부러웠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10시 넘어서 어슬렁어슬렁 사무실에 타났다. 퇴근도 자유로웠다. 할 일이 많을 땐 늦게 가기도 하지만 이번 주 해야할 일은 다했다고 3-4시면 퇴근하고 금요일에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역시 미국회사다 싶었다. 하지만 지원 부서에 일하는 사람들은 9시 살짝 넘어서 출근해서 7시나 더 늦게 퇴근 하는 모습이었다.

교육 2주차 수요일, 갑자기 회사 글로벌 CEO가 중대발표가 있다고 했다. 미국 시간으로 아침 10시에 한 발표는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서 몇 백명을 감원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후와, 설마 막 들어온 나를 자르진 않겠지?
착잡한 심정으로 교육을 받던 중 오후 쉬는 시간에 밖을 내다보았다. 종이 박스를 품에 안은 사람 몇 명이 주차장을 향하고 있었다.
아침에 그 발표가 난 직후 해고 통보를 받은 개발자들이었다.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그 날 짐을 챙겨서 집으로 가는 거였다. 그 중에 한 명은 6개월전 신입으로 입사해서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옮겨와 집까지 구했다고 했다.
 ......
그 후 남은 교육을 열과 성을 다해 무조건 열심히 받았던 기억이 있다.


p.s.

유연적인 노동 시장은 철저히 기업의 입장이다. 돈을 받는 입장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지만 고용은 약자의 입장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외국에 있는 동료들이 "한국은 법으로 함부로 해고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정말 좋은 법이다!" 라고 부러워했었던 적이 있다. 그런 부러움을 받는 것도 이제 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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