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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Aug 07. 2018

외국계 회사에 대한 환상을 깨자

BMW 사태로 본 글로벌 회사의 한국 지사 조직

최근 BMW 차량의 화재 사태가 그야말로 뜨겁다. 

급기야 BMW 코리아의 대표와 BMW 본사의 부사장이 날아와 같이 사죄하고 기자 인터뷰를 시행. 물론 사죄보다 더 필요한 건 사태를 해결하고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할 터. 주목할 점은 그 일련의 과정에서 BMW 코리아에 쏟아지던 비난들이다. 도대체 니들은 뭐 하는 거냐 한국이라 무시하는 거냐 본사 데려와라 - 쏟아지던 말말말. 잘못은 명백하나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가 어떤 지를 아는 입장에서는 측은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글로벌 회사 지사의 조직

대부분 영업 조직이다. 말 그대로 본사에서 개발한 제품/서비스를 한국에 판매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드웨어적인 제품을 파느냐 서비스를 같이 파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영업 조직, 기술영업(프리세일즈) 조직, 팔고 난 후 사후 서비스를 위한 기술 지원 조직 정도로 구성된다. 여기에 산업에 따라 제품/서비스를 고객이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설치/구현/컨설팅 등의 조직이 추가된다.

무엇이 빠져 있을까. 즉, 제품/서비스를 연구 개발하고 생산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조직이 없다. 그 어떤 제품/서비스이든 그저 가져다 팔아야 한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물론 영업하면서 고객으로부터 듣는 피드백과 서비스로부터 들어오는 품질에 대한 클레임들을 연구개발과 생산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 그 회사가 충분히 크고 좋은 회사라면 체계적으로 프로세스로 정립되어 있을 터. 뭐, 안 좋은 회사라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무한 영업 책임

어떤 영업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글로벌 회사의 지사는 영업 목표치(타깃)를 가져간다. 본사에서 정해주는 숫자.  조금 더 인간적인 회사라면 한국 시장의 상황과 경제 지표 등을 조금 감안해줄 터이지만 사이즈가 더 크고 체계화된 회사일 수록 지사의 상황 따위는 고려치 않는다. 불행히도 요즘은 후자가 대부분이다. 그 목표치를 채워야만 인센티브를 가져갈 수 있는데 모수는 자꾸 커져만 간다. 

개인적으로는 BMW 본사에서 내년 한국 지사에 어떤 영업 목표치를 내릴지 참으로 궁금하다. 화재 사태로 인한 브랜드 하락을 감안해줄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라고 쪼아댈까.


세일즈 프랜차이즈 Sales Franchise

세일즈 프랜차이즈

요즘은 세일즈 프랜차이즈라는 관리 전략이 유효하다고 믿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말 그대로 본사에서 전 세계를 관리하는 방법을 최대한 동일시한다. 맥도널드가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하게 물건을 만들고 마케팅하고 파는 걸 상상하면 된다. 예전에는 영업을 하더라도 그 지역과 나라에 맞는 방법 즉, 로컬라이즈(Localized)된 콘텐츠와 프로세스를 존중해줬다면 이제는 그냥 무조건 본사에서 팔라는 대로 팔아야 한다. 

영업 자료도 본사에서 내리는 걸로, 제품 데모(Demo)도 본사가 정해주는 시나리오대로. 영업 숫자를 관리하는 방법 (Operation)도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관리하는 본사 입장에서야 당연하고 논리적인 방법이지만 지사에서는 그저 괴로울 뿐이다. 

지인 중에 사이즈가 작은 외국계 회사의 지사장으로 몇 년을 생활한 분이 있다. 하루는 저녁 자리에서 본사에 대한 짜증을 토로하면서 대취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은 글로벌 회사의 개로 살지 않겠어어어어!"
 사표를 냈냐고? 지금도 한 회사의 지사장으로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 


글로벌과 한국의 끔찍한 혼종?

절대로 잊으면 안 된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쿨한 미국의 테크 자이언트 회사든 하드웨어 부품을 생산하는 작은 유럽계 기업이든 한국 사람이 일한다. 한국인 매니저가 관리한다. 한국 지사장이 대표한다. 물론 회사에 따라 라 비한국인 직원/매니저/사장과 일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이다. 한국 회사의 종특이라고만 생각했던 괴로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본사의 엄격한 관리 체계와 책임 체제 하에서 한국의 나쁜 관행으로 조직을 꼰대식으로 관리하며 한국 지사가 그 문화에 젖어 있는 경우다. 실제로 그런 회사들은 한국에 존재한다. 꽤 높은 비율로.


외국계 회사, 선택이 중요

오해는 금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회사는 많은 장점을 가진다. 

직원 개인에 대한 존중. 일에 대한 성과만 내면 근태 등은 크게 개의치 않는 워라밸. 한국의 수직적인 상하관계는 약한 편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 한 테크 자이언트 회사의 지사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단방향의 업무 지시로 악명이 높다. 직원들이 오래 못 버틴다. 그래도 여전히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 서있다.


한국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요 외국계 회사를 들어가고 싶어요 하고 얘기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가끔 본다. 충분히 살피고 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언론 기사에 나오는 환상적인 글로벌 회사들과 그 업무 환경은 대부분 본사 얘기다. 그것도 과장된 경우가 많다. 한국에 있는 지사는 겉에서 보는 경우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꼬옥 이해해야 한다.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고 개인 존중 문화를 가지고 있고, 타국의 지사에서도 그걸 지켜가는 글로벌 회사가 있다면? 무조건 들어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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