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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Mar 22. 2016

8. 글로벌 회사,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할까

올바른 (proper) 비즈니스 영어로 족하다

잘 아는 헤드헌터 (Searching Firm) 회사 대표님과 만나면 자주 나누는 대화다.


"대표님, 사람 좀 찾아 주세요."

"어떤 자리인데요?"

"아 이번에 우리 회사에 새로 시작하는 서비스인데요. 영업하고 기술 담당할 엔지니어 뽑고 있어요."

"아, 그럼 원하는 경험과 스킬셋은 어떤 건데요?

"이게 JD (Job Desciprtion)인데요. 해당 산업에 경험이 있어야 하고요. 해당 기술 스킬이 있어야 하고 영어는 잘 해야죠. 네이티브 수준은 아니더라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 없어야 하는데."

...

"에이, 그런 사람 찾기 힘든 거 다 아시면서 또 그러신다~"


해당 업무의 경험과 지식이 있으면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장에 생각보다 적다.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적절한 영어만 뒷받침되면 정말 기회가 많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고 영어를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잘 하는 사람은 물론 엄청 잘한다. 못하는 사람은 정말 간단한 대화도 힘들게 한다. 평균 수준보다 영어를 못 하지만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놀랍도록 많다.

물론 모든 업무가 다 외국어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업종마다 필요로 하는 커뮤이케이션의 수준이 다르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하는 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하다.  영어가 필수일 수도 있고 간단한 영어나 이메일만으로 충분한 일도 있다. 예를 들면 영업.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일이면 당연히 영어보다는 영업을 잘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런 사람이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을 뽑는 경우도 있다. 업무의 경험과 지식이 꼭 필요한데 영어까지 잘 하는 사람은 없을 때도 많다.

사람을 필요해서 뽑을 때 가장 고민되는 상황이다.

후보자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영어는 잘 하는데 업무 경험은 없고 다른 한 명은 업무의 경험은 많은데 영어를 잘 못한다.

누구를 뽑게 될까? 앞에서 얘기한 대로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영어는 필수다. 특히 해당 업무만 책임지는  Individual Contributor 로부터 여러가지 일을 책임지는 매니저 역할로 올라갈 수록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급격한 디지털화 (Digitalization)와 비즈니스 속도가 빨라진 것도 한 몫한다. 한 미국회사의 한국 지사는 이메일은 무조건 영어로 한다. 외국 아이들이 이메일 루프에 아무도 없어도 그렇게 하도록 한다. 이메일의 내용이 향후에 한국 밖과 소통되어야 할 경우에 대비해서다. 시간시간이 비즈니스를 좌우할 때 그간의 내용을 다시 영어로 번역할 시간이 없다.

그럼 영어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유럽의 동료들은 대부분 영어를 적절히 구사한다. 싱가폴은 워낙 국제적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구심점이니 대부분 영어를 잘한다. 인도는 글로벌 회사에 다닐 정도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영어를 거의 한다.(인도 액센트가 우리에게 힘들긴 하지만 워낙 인도 사람들이 많다보니 인도 액센트도 당당히 영어의 한 종류로 인정받는다.)
중국과 일본이 비교적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매니저 레벨에 오르거나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대부분 잘 하고 자국에서 해당 업무만 처리해도 되는 사람들은 영어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일본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시장 규모가 있다보니 통역 체계가 잘 되어 있다.


업무가 먼저, 그리고 적절한 수준의 비즈니스 영어


십수년전에 미국 회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지역 보스가 와서 새로 나온 솔루션에 대한 교육을 해줬다. 40분 정도의 교육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바로 똑같이 자기 앞에서 발표를 해보라한다. 일어나서 몇명의 동료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손을 너무 떨어서 마우스를 조작할 수 없었다.

2년 후, 한국 고객사의 임원에게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임원이 교포라 한국말을 못하니 영어로 해달라 했다.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1시간 정도의 발표를 큰 실수 없이 해냈다.

2년 사이에 갑자기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 하게 됐을 리는 없다. 그냥 경험과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물론 사전에 준비를 얼마나 했느냐도 달랐지만.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 하면 물론 가장 좋다. 그렇다고 네이티브가 아니라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대부분 영어 문법과 단어를 필요한 만큼 알고 있다. 사실 일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수준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건 일정 수준의 연습뿐.


비즈니스 영어는 미드나 영화에서 나오는 수준을 구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구어체의 표현이나 슬랭을 섞어 쓰며 벙벙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이라도 정확하게 얘기하는 것이 훨씬 낫다.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베이스가 되야 함은 물론이다.

(혹시 오해 없으시길. 영어를 네이티브로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하면 좋지만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게 요점입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신입사원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공부했다 하기에 당연히 영어를 잘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이 컨퍼런스 콜을 하거나 미팅을 할때 너무 버벅거리는 거였다. 정말 미국에서 대학 나온 거 맞아? 하고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의문은 외국 동료와 함께 술먹으러 갔을 때 풀렸다. 술 먹으면서 일상 대화를 하니 온갖 구어체를 써가면서 대화를 주도했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콘텐츠가 없기에 말을 할 수 없었던 거다.

반면, 정말 70년대 영어선생님같이 딱딱한 콩글리쉬로 발음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야말로 베이직한 문법과 발음으로 딱딱하게 영어를 구사했다. 하지만 어떤 미팅이던 내용을 확실히 준비했고 업무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외국인 동료들도 그 직원이 얘기를 시작하면 경청하고 알아들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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