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한국의 나쁜 점만 닮는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의 단점은 뭘까
회사원들이 많은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화두다. 물론 회사가 다양한 만큼 갖가지 얘기들이 올라온다.
회사가 언제 철수할지 몰라서 고용이 불안하다, 하는 건 한국과 똑같다, 회식을 자주 한다, 본사랑 콜이 너무 많아서 새벽이나 밤에도 깨어있어야 된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의견들을 보면 ,
"나쁜 것 먼저 현지화된다"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이 두 가지다.
이 부분은 되풀이해서 얘기했지만 회사마다 너무나 다양하다. 외국계 회사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1인 지사장부터 완전히 현지화된 회사까지. 산업별로도 다르다. 그래서 현지화의 정도도 모두 다르다.
어떤 회사는 완전히 글로벌식으로 운영된다. 상하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이름을 부른다. 관계는 철저히 업무적 필요성에 의한다. 업무를 제대로 하는 한 근태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개인 생활을 철저히 존중한다. 가끔 제대로 된 식당에서 모두 우아하게 와인을 즐기는 게 회식이다.
이름만 외국 이름인 회사들도 있다. 현지화를 넘어서 한국 기업의 스탠더드로 봐도 너무한 케이스들이다. 업무 때문이 아니라 길을 들이겠다고 매일 아침 7시까지 출근하라고 한다. 회의 중에 상사가 쌍욕을 시전 한다. 상사가 술을 먹자고 하면 무조건 같이 먹어야 한다. 회식이 1주일에 2-3번은 기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어떤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더라도 그걸 따르고 적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특히 한국 지사장과 회사를 운영하는 매니저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의 한국에 대한 이해도 큰 차이를 만든다.
외국계 회사를 얘기할 때 그래도 대체적으로 꼽는 장점들은 수평적 의사소통과 근무 형태의 유연함이다. 그런데 이들마저도 회사 따라서는 희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매니저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에 근무하던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팀에 매니저가 새로 왔다. 15년을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던 A 부장. 오자마자 팀원들 군기를 잡으려 했다. 토요일에 모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하고 같이 스터디할 것을 강요했다. 당연히 팀원들은 반발했다. A 부장이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자 팀원 중 하나가 보스의 보스 즉, 지역 매니저에게 상황을 메일로 썼다. 지역 매니저는 A 부장에게 그러지 말라고 경고했다.
A 부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팀원이 자기 말에 항명했다는 점, 그리고 자기를 뛰어넘어 그 위의 보스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메일을 썼고 그 보스는 그걸 듣고 자기에게 주의를 줬다는 것이 A 부장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결국 6개월 후 A 부장은 못 견디고 퇴사하고 말았다.
반면, 비즈니스와 업무는 철저히 글로벌 프랜차이즈화 되어 가는 것이 추세이다. 이 프랜차이즈 전략과 한국 현지화의 차이점이 외국계 회사 생활을 쉽지 않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
지난 주는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고객들과 파트너들과의 미팅, 정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보고서와 시스템 작업들, 그리고 마케팅 행사에 대한 준비까지. 하지만 정신적으로 나를 제일 지치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
새로 출시하는 서비스에 대한 본사와의 시각 차이로 인한 끊임없던 갈등. 한국이 그렇게 중요한 시장인 것 같냐고 나를 교묘히 비꼬던 매니저 그 X.
본사는 서비스의 글로벌 표준이 존재한다. 그리고 운영에 대한 지침도 가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과 각 지역의 시장에 대한 전략도 가지고 있다. 그 전략이 한국과 다를 때가 있다. 목표로 하는 고객이 다르다. 고객이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자세도 다르다. 한국이 글로벌에 발맞추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글로벌이 한국 시장에 맞추어 현지화 (Localization)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끊임없이 본사와의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하는데 도저히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국의 상황만 맞춰달라고 할 수는 없다. 글로벌 표준과 한국의 특수성 사이의 경계선 (Border Line)은 폭이 좁다. 그 좁은 띠 안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쉽지 않다.
한국에 대한 시각과 전략의 차이 (Gap)
한국 시장은 크지 않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우는 전체 글로벌 시장 대비 약 1%를 차지한다.
물론 이는 산업마다 다르다. 영화 같은 경우는 세계에서 7위 시장이라는 위엄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 산업의 경우는 전 세계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바로 옆에 중국과 일본이 같이 붙어 있기에 더 두드러지게 시장이 작아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략을 짤 때 시장의 규모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에 대한 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거기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한다. 중국과 일본도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시장의 규모 때문에 현지화의 항상 1순위가 된다. 언어뿐 아니라 한국은 여러 모로 쉽지 않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 존재한다 - 그놈의 한국화. 규제는 많고 시스템적으로 규제도 많다 - 그놈의 ActiveX.
이런 규모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을 이해시키려 노력은 한다. 문제는 나 자신도 스스로 납득이 안 될 때, 왜 이런 프로세스가 있어야 하고 이런 규제가 있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 될 때다.
IT에 대한 컨설팅이나 설루션 도입을 검토할 때 유독 차이점을 내세우는 회사들이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런 프로세스를 충족해야 해. 이런 게 우리 업에 맞아. 그 주장이 맞을 때도 있지만 차분히 들여다보면 별 게 아닌 경우도 많다. 그저 관행이다. 그래도 특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본사와 한국의 특수성에 대해 논쟁하고 있는 나도 그 모습을 띠고 있진 않을까? 영어로 미팅을 하고 콘퍼런스 콜을 하는 것을 버거워하면서도 머리 한 구석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애플은 스토어도 열지 않고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항상 제외된다. - 사실 애플은 단순히 시장 규모 때문이 아니라 삼성과의 관계나 한국에 대한 비호감 등이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아마존 스토어는 아직 안 들어왔고, 우버는 불법으로 퇴출되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한국 시장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많이 고립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그냥 내 느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