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민케이 Aug 21. 2016

글로벌 회사에서의 남성 여성 평등 그리고 다양성

Diversity, Diversity, Diversity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종종 남직원 여직원 간의 문제가 올라오곤 한다. 팀 내 남직원 여직원들 간의 형평성이라던가 업무의 분배라던가 처우에 관한 문제라던가. 나는 작년에 유럽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한 팀의 매니저를 맡아 1년을 보냈다. 12명 남짓한 팀.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그 어떤 작은 문제도 없이 1년을 보냈다. 남자와 여자 직원을 그 어떤 편견 없이 동등하게 바라보고 업무를 분배하며 공평하게 평가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의 다른 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서 업무의 특성에 따라 분배하고 인간적으로 대하다 보니 문제가 없었다는 개뿔, 그냥 12명 모두 남자였다.

 ......

 아, 역시 글로벌 회사도 한국에선 어쩔 수 없구나 남탕이고 모든 권력은 남자가 쥐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 또 하나의 사실, 내 보스는 모두 여자였다.  팀의 특성상 나는 한국에 리포트해야 할 부사장이 있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부사장에게도 리포트해야 했다. 매니저가 둘 인 셈인데 (매트릭스로 표현되는 글로벌 조직 구조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괴로운 상황이기도 하고 --;) 이 두 분이 모두 여자였다. 한국 여자 부사장님 그리고 독일계 여자 부사장님. 괴로웠냐고? 사실 나는 20여 년의 회사생활 중에 가장 이성적이고 정상적인 대화를 두 명의 매니저와 나누는 1년을 보냈다. 내가 가진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주면서도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냉철히 지시해준 두 사람의 매니저.

여자가 더 매니저로서 능력이 뛰어나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 매니저는 독일계이며 키가 매우 컸으며 영어를 또박또박 쉽게 발음했으며 항상 짧은 머리 스타일을 유지했으며 회색 정장을 즐겨 입었고 여자였다. 그 매니저는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가 가진 많은 특성 중 하나가 여자였을 뿐이다.

그럼 글로벌 회사에서는 남자 여자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을까? 훗, 그럴 리가 있나.

"글로벌 회사에서의 성차별과 다양성"
이렇게 제목을 적고 보니 너무 커 보인다. 마치 한국과 비교하며 글로벌 운영하는 회사들의 성차별과 평등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치라도 제시해야 할 듯한 중압감.
사실 그저 외국 회사에 오래 다닌 입장에서 보이는 대로 경험한 대로 얘기해주고 싶을 뿐이다. 특히 주로 규모가 큰 IT 쪽 글로벌 회사에 있었기에 다른 산업이나 작은 규모에서는 다른 상황일 가능성도 크다. (라고 쓰고 이 화두에 그토록 예민한 이 시대에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는 않다고 읽는다)


Diversity 다양성과 성 비율

글로벌 회사들이 인사 운영 (HR) 측면에서 가장 신경 쓰는 단어 중 하나다. 신경을 쓴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만족할 만큼 잘 안되고 있다는 뜻. 원래 Diversity는 성별, 나이, 인종,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특히 남녀의 성비가 가장 많이 관심이 집중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남자가 압도적으로 여자보다 많다. IT, 특히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는 육체적인 능력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 등의 업종에 비해서는 여자가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7:3 정도가 유지된다. 왜 여자가 적으냐의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회학적 역사학적 경제학적 연구가 수반될 터이고 너무나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을 터.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은 남녀가 일하는 비율은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사회적인 인프라와 관련된 문제이니 그 비율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다만 그 현상을 정확히 인정하고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조금씩이나마 개선해나간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Management 즉, 경영진의 자리에 있는 여성들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목표를 가지고 신경 쓰는 부분이다. 한 글로벌 IT 회사의 2013 년 리포트 중 Diversity관련 부분을 보면,

We continue to work toward our goal of increasing the number of women in management from 18% in 2010 to 25% in 2017, a goal common to players in the IT industry. Our overall percentage of women in the workforce stayed constant at 31% from 2013 to 2014, and the percentage of women in management slightly increased to 21.3% in 2014 from 21.2% in 2013, marking the fifth year of growth in this area. Year-over-year, we added another 102 women to our management team. To further support progress, we offer executive sponsorships for women and require that at least one female candidate is included on the short list for leadership and other key executive positions.

Management, 즉 경영진에 있는 여자의 비율이 2010년에 18%인데 2017년까지 25%로 늘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 목표가 글로벌 IT 산업에서 흔한 목표다, 즉 평균적인 여자 경영진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직원 중 여자의 비율은 31%인데 경영진에서의 비율은 21.3%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 매니저 포지션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숫자적으로 20% 이지만 실제적으로 여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아직도 매니저 자리에는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여자의 비율이 30%이니 별 차이가 없지 않으냐 얘기할 수 있지만, 글로벌 회사들의 경우 경영진 자리의 수가 꽤 많기 때문에 숫자가 살짝 왜곡되는 걸 감안해야 한다.

나의 경우처럼 나라와 지역의 중요한 자리인 부사장이 모두 여자인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와 같이 중간 레벨의 매니저들은 대부분이 남자라고 봐야 한다. 심지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사장은 여성이었지만 대부분의 각국 지사장들은 남자인 현실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책임 있는 중간 매니저 급에도 여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구조적인 불균형 문제를 제외하고는 업무 자체에서 성차별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보기 힘들다. 남성/여성을 막론하고 나이, 외모, 결혼 여부, 자녀 등등을 언급하는 것은 엄청난 실례이고, 만약 불쾌감을 느낀 상대방이 회사에 리포트한다면, 회사생활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아직도 마초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술자리에서 여자가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하는 미국 동료도 만난 적이 있으니. 하지만 회사에서는 절대로 그런 생각을 겉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남성/여성 포지션과 비율면에서 아직도 커다란 갭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인정하고 목표를 정해서 점차 개선해나가는 것이 글로벌 회사들의 대체적인 기조. 그리고 일단 그 포지션이 주어진 이상에는 남성/여성에 연연하지 않고 동등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다.

다만, 그만큼 여성도 나는 여자이니까 이런 것은 할 수 없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여자도 필요하다면 급작스런 출장도 가고 다 같이 남아서 밤늦게까지 야근도 불사한다. 가족과 있는 휴일에도 다른 나라와 컨퍼런스콜이 있으면 당연히 참석한다.

그리고 남자는 그런 여자 상사와 같이 일한다. 작년의 나처럼.

고백하건대, 사실 쉽지는 않았다. ^^


같은 위치에 있는 호주의 한 팀 매니저는 나와 동갑인 여성이었다. 아주 똑똑하고 적극적인 동료였는데, 세 아이의 엄마였다. 그것도 아직 학교도 가기 전의 아이들. 망설이다가 너무 궁금해서 아이들은 어떻게 돌보냐고 물어봤다. 그렇잖아도 그것 때문에 남편과 상의 끝에 남편이 회사를 사직하고 작년부터 아이를 돌보고 가정주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이 연봉이 훨씬 많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기에 그렇게 결정했다 한다.
물론 호주의 경우에서도 그건 흔치 않은 경우지만 우리가 사회적인 인식이나 개인적인 감정 측면에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였다. 남자와 여자 모두의 입장에서.



이전 15화 외국계 회사의 접대 문화 그리고 김영란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