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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민케이 Mar 20. 2016

7. 영어 이메일 이렇게 주고받는다

외국계 글로벌 회사 일상 업무에서의 이메일

이메일에 관한 딜버트 Dilbert 만화

뾰족머리 보스 Pointy-haried Boss : 의사소통을 개선하자는 내 메일 모두 읽었나요?

딜버트 Dilbert : 쓸데없이 길고 일관된 요점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메일 말씀이세요?

뾰족머리 보스 Pointy-haried Boss : 그건 다른 사람이 보낸 메일일 텐데.

딜버트 Dilbert : 잘됐네요.  그거 안 읽었거든요.

...

사무실 풍자만화 딜버트 Dilbert (by Scott Adams) 에는 이메일에 관한 풍자가 많이 등장한다. 쓸데없이 길고 읽기 힘든 이메일, 이메일이 계속해서 오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딜버트, 말로 하면 끝날 일을 이메일로 해야만 처리하는 회사원들 등등.  주로 이메일의 나쁘고 불합리한 점을 비웃는 풍자들이다.


이렇게 이메일에 대한 풍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무실에서 이메일을 많이 쓴다는 반증일 것. 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하루에 발신/수신되는 이메일은 무려 2000억 건이다. 단 하루에 2000억 건. 이 중에 비즈니스 이메일 즉, 일로 서로 주고받는 이메일은 반이 넘는 1100억 건 정도라고 한다.

큰 규모의 글로벌 회사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지역 부사장과 잠깐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평소 궁금하던 걸 물어봤다. 하루 몇 통의 이메일을 받냐고. 시즌과 비즈니스 성과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평균 1000통의 이메일을 받는단다.
하루 1000통.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계 글로벌 회사 내에서도 이메일이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다.

중요한 공지를 한다. 협조를 요청한다. 자료를 보낸다. 일의 진행과정을 알린다. 진척상황을 보스에게 보고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수준에서 더욱 나아가는 회사도 많다. 써야 하는 돈이나 해외 출장 승인도 이메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딜버트의 만화에도 자주 등장하듯이 꼭 필요하지 않은 메일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점잖게 이번에 일어난 회사의 좋은 소식을 공지하는 이메일의 행간에는 나 이번에 이런 거 이런 거 해냈어, 잘 했지? 누구 reply 좀 해, 칭찬 좀 해봐~라는 뜻이 있을 경우가 많다.) 전 세계 비스니스 이메일  1100억 건 중 쓸데없는 이메일은 몇 통이나 될까.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메일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쓴다. 때로는 하루 업무 시간의 반 이상을 이메일을 읽고 답장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이메일을 다 처리하지 못한다.

내 아웃룩의 편지함들. 숫자 598은 Unread 즉 안 읽은 메일의 수를 나타낸다.  그렇다고 내가 그만큼 게으르게 업무를 안 한 건 아니고 살짝 훑어보고 특별한 액션이 필요 없는 이메일을 놔두었을 뿐이다. (라고 공식적으로는  얘기한다 :)


이메일 제목의 중요성


이메일이 많아지다 보니 제목이 더 중요해졌다.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 제목에 잘 나타나야 한다. 메일을 받는 사람이 해줘야 할 일이 있다면 제목에 명시해주면 좋다.

최근에 온 이메일이다.

"ACTION: Training in Seattle"라는 간결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시애틀에서 있을 교육에 관한 이메일이다.  ACTION:이라고 붙어 있는 헤더는 메일을 받는 사람이 꼭 해야 할 일이 메일 안에 들어있다는 걸 의미한다.

꼭 수신자가 해줘야 할 일이 있으면 제목 헤더에 따로 써주기도 한다. 제목만 보고도 어떤 업무가 필요한 지 알 수 있도록 [Approval Request] 같이. -  "빨리 결제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라고 해석된다.


대화 같은 이메일


보고 반응해야 하는 이메일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이 대세가 됨에 따라 이메일의 격식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꼭 필요한 내용만 넣고 장황한 내용이나 필요 이상의 예의를 차리지도 않는다.

메일을 시작할 때  Hello, James. 정도로 인사하고, 끝에는  Best Regards, CitizenK 정도로 끝맺는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로 이메일이 시작되면 그 메일에 서로 reply를 해가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를 Email Thread라고 부른다. 메신저 대화방에서 모든 대화들이 보이듯이 이제 아웃룩도 대화 Conversation 위주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건 회사 내부에서 동료들과 일할 때 얘기다. 업무의 상대인 비즈니스 고객이나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이메일은 정중하고 올바르게 써야 한다. 그렇다고 어려운 영어나 수동태 형태의 예전 영어를 공부해서 쓸 필요는 없다. 메일 도입부와 끝에 쓰는 몇 가지 올바른 표현을 익혀서 쓴다. 나머지 본문은 정확하고 간결하게 써주면 좋다.

 미국에 비해 유럽이나 다른 나라 베이스의 회사들은 메일 형식에 조금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으니 처음에는 무조건 정중히 쓰고 대화가 발전되어 나감에 따라 조절하는 게 좋다.


이메일 참조 (CC)의 중요성


CC. Carbon Copy의 약자고 한국어로 참조. 이메일을 받는 사람 외에 이 이메일을 참조해야 하는 사람에게 같이 메일이 간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이 cc를 누구를 넣느냐가 회사에서의 경험과 그 사람의 캐릭터를 말해준다. 어떤 사람은 철저하게 업무에 관련된 사람만 넣는다. 자기가 일하는 거를 동네방네 알리고 싶은 정 매니저는 다르다.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매니저, 매니저의 매니저, 옆 부서 매니저 등등 cc 필드가 꽉 찰 정도로 넣기도 한다.

똑같은 메일을  cc 받고 어떤 사람은 쓸데없는 메일 자꾸 보낸다고 짜증내지만 다른 사람은 유용한 정보 고맙다고 답장을 보내온다. cc 안 넣었다고 무시하는 거냐고 화내는 매니저도 있다.

cc를 누구를 넣어야 하느냐에 정답은 없다. 일과 메일의 성격, 그리고 발신 수신인에 따라 다 다르니까.

단순히 처리해야 할 업무들은 그 일을 같이 하는 동료 정도로 cc를 좁게 가져가는 게 좋다. 의사결정이 필요하거나 마일스톤에 도달했을 때는 cc를 넓힌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거나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면 매니저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을 반드시 참조해야 한다.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문제를 혼자 안고 있는 건 좋지 않다.

지금 같은 형태의 이메일이 나온지 30년이 됐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양한 메신저가 있고 이메일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들도 나왔다. 요즘은 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매니저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메일이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그리고 외국계 글로벌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 메일이 영어 네이티브처럼 유창할 필요 없다.  간결하면서 상황에 맞는 영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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