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동시빵 맛보기 - '러닝머신'
걸어도 걸어도, 가도 가도, 하고 또 해도, 열심히 뭔가 하는데 왜 내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 살아가면서 답이 보이지 않는 때가 가끔 있다.
러닝머신은 19세기 영국에서 죄수에게 형벌 도구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죄수들이 거대한 바퀴 위에 올라가서 큰 바퀴를 돌려 얻은 동력으로 곡식을 빻고 물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시를 읽고 떠오른 러닝머신은 원하는 속도로 러닝을 하다가 멈춘 다음 내려오는 운동기구가 아닌 지난한 시간이 계속 흐르는 러닝머신이다.
러닝머신 벨트 위에 놓인 힘겨운 삶이 보인다. 목적지를 향해 줄곧 뛰어보지만 자리는 바뀌지 않는다.
러닝머신에 올라탄 사람들은 시스템대로 설정된 속도와 경사에 맞춰 목적지도 끝도 없는 길을 계속 뛰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 주어진 인생 벨트.
이 길 위에서 형벌을 받는 죄수가 아니라면 모두 건강한 러너로 뛰어야 하지 않겠나.
시 한 편은 이렇게 나에게 질문 하나를 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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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식 : 동시집 『팝콘 교실』, 『오늘도 학교로 로그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