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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필 Apr 25. 2018

벤츠는 승차감이 아닌 하차감으로 탄다

고객 가치

자신의 인테리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38세 서지택 대표(가명)는 최근 구매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 이하 벤츠)의 승차감이 탁월하다며 매우 만족스럽게 말한다. 그렇다면 서대표는 벤츠의 승차감이 좋아서 구매한 것일까? 영민한 마케터는 벤츠의 많은 고객이 승차감이 아니라 하차감때문에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안락한 승차감보다는 자동차를 내릴 때 주변 사람이 주는 우월한 시선을 더 즐기고 싶다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하차감이다. 벤츠의 고객은 자동차에서 내릴 때 “벤츠를 타시는군요”라는 타인의 시선을 강렬하게 경험하는데 마케터는 이것이 서대표가 벤츠를 구매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7개의 치즈케이크(cheese cake)를 판매하는 가로수길의 C27은 치즈케이크의 성지로 불린다. 치즈케이크의 맛에 매료된 고객은 인스타에 자신들이 먹을(?) 케이크를 올리면서 너무 맛있다고 말하지만, 고객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치즈케이크에 관한 것이 아니다. C27은 가로수길에서 누리는 2030 여성이 누리는 소소한 사치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4층으로 구성된 C27의 각 층은 층마다 다른 아기자기한 테마로 꾸며져 각자의 취향에 따라 색다른 공간을 경험은 멋진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배경을 제공한다. 여기서 찍은 사진은 곧 인스타로 직행한다.


인스타에 C27의 치즈케이크를 올린 고객은 치즈케이크가 맛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멋지게 인생을 즐기는 가를 말해준다. 이런 고객을 잘 아는 C27은 인스타에 올리고 싶은 다양한 27가지의 공간배경을 연출하였다. 그래서 나는 C27을 치즈케이크의 성지라기보다는 인스타 카페라고 정의하고 싶다.  


고객은 승차감이 아니라 하차 감 때문에, 치즈케이크가 아니라 인스타 때문에 제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은 마케터를 종종 위험에 빠뜨린다. 왜냐면 현실에서 고객은 하차감이 좋은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객은 승차감이 좋은 차가 필요하다고 말할 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아.”라는 어린 왕자의 말이 소설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터는 브랜드가 눈에 보이는 제품 특징(승차감)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고객 가치(하차 감)때문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제품 특징에 관한 정보는 넘쳐 나지만 고객가치에 대한 정보는 알기 어렵거나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객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고객 가치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까? 고객이 제품 사용 경험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저장되는지 이해하면 쉽다. “어떤 자동차가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고객이 ‘하차감’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하차 감이 좋은 자동차라는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의 말처럼 고객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즉 고객은 의식적으로는 승차감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하차감때문에 벤츠를 구매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의 아버지는 독일산 벤츠보다 스웨덴산 볼보(Volvo)를 최고의 자동차로 인식하는데, 나는 왜 아버지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아버지는 1980년대 초반 스웨덴의 한 기업으로부터 스테인리스(stainless) 파이프나 철사와 같은 원자재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하였다. 영어도 거의 못했던 30대 중반의 아버지는 사업차 스웨덴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고 그때 볼보(Vovo)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제 막 가난에서 벗어난 한국의 초라한 젊은 사업가가 스웨덴 여행에서 경험한 놀라운 충격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아버지에게 스웨덴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은 단지 기술적으로 최고를 넘어 선진국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웨덴 사람들이 선택한 차가 볼보라는 사실은 아버지에게 단지 최고 품질의 좋은 자동차라기보다는 가질 수도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당시 아버지에게 스웨덴은 꿈의 나라였고, 스웨덴 제품은 성공을 보장하는 최고의 상품이며, 스웨덴 사람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롤모델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볼보를 탄다는 것은 성공한 사업가가 된다는 꿈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침내 아버지에게 볼보는 승차감이 아니라 성공이라는 하차감으로 무의식 속에 각인된 것이다.  

고객의 무의식에는 구매를 결정하는 놀라운 정보가 가득하지만 불행히도 고객 조사의 일반적 질문은 의식적인 영역에만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좋은가?/불편한가?/개선점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승차감, 연비, 소재, 내구성, 가격과 같은 제품 특징에 대한 정보뿐이다. 그렇다면 고객의 무의식에 저장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마케터는 고객의 무의식에 저장된 비밀스런 정보를 캐는 마술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당신의 최초 OO경험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최고 OO경험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최악 OO경험은 무엇입니까?


유니타스 클래스에서 개발한 이 세 가지 질문은 간단하게 ‘최초/최고/최악 고객 경험 질문’이라고 명명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마술 같은 질문은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제품에 대해 각인된 제품 사용경험에 이르게 하여 상품기획과 브랜드 컨설팅에 꼭 진행하는 과정이다. 2013년 우리는 모바일 게임 기업과 ‘고객은 OO 때문에 게임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고 조사해보았다. 일반적으로 고객은 재미있기 때문에 게임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초/최고/최악 고객 경험 질문은 고객이 다른 이유에 의해서도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최초/최고/최악 고객 경험과 상품컨셉 기획 캔버스

그림 출처: 유니타스클래스 '비유컨셉 교육'  https://unitasclass.modoo.at/?link=6


“(인상 깊었던) 당신의 최고 게임 경험을 이야기해주세요.”


위와 같은 질문에 30대 초반 서지현(가명)씨는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친구 집에서 브루마블을 했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동산 매매를 하는 보드게임을 접한 5학년 어린이 지현은 처음 본 브루마블에 매료되었다. 오후 내내 게임을 즐기다 저녁이 다되어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엄마에게 브루마블을 사 달라고 졸랐다. 불행히도 엄마는 딸의 요구를 거절한다. 요즘 엄마들은 게임에 시간 빼앗기는 것을 우려하였겠지만 20년 전 지현 씨의 엄마는 경제적 이유로 거절하였다. 당시 지현 씨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브루마블의 묘미에 빠진 어린 지현이는 엄마의 거절에도 어떡하면 브루마블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드디어 기가 막힌 생각을 하였다.  두 명의 동생에게 주사위 2개, 스케치북, 가위, 풀, 볼펜을 가져오라고 명령하고 세명의 아이들은 실제의 브루마블과 똑같이 보드판, 지폐, 게임카드, 부동산 증서 등을 만들었다. 나는 처음 초등학교 아이들 셋이 어떻게 브루마블을 똑 같이 만들었을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너무 재미있게 놀았어요~”라는 그녀의 답변은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하였다.  브루마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지현 씨에게 이런 질문도 하였다.  


“진짜 브루마블과 똑 같이 만들었지만 그래도 다른 점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그녀는 마치 20년 전 동생들과 함께 했던 집으로 돌아간 듯 생각에 잠기더니 나에게 흥미로운 답변을 하였다.  


“다 똑같았는데… 지폐를 좀 다르게 만들었어요… 음…. 금액에 ‘0’ 하나 더 붙였어요!”  


그녀는 10만 원 권 지폐에 ‘0’을 하나 더 붙여 100만 원으로 만들어 놀았던 것이었다. 게임의 룰에는 지장이 없지만 굳이 ‘0’을 더 붙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이렇게 말하였다.


“부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같이 들은 게임 개발자들은 웅성이기 시작했다. 어떤 고객은 재미가 아니라 부자, 성공, 성취 같은 강렬한 느낌 때문에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초짜 게임 개발자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놀라웠지만 노련한 일부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지현 씨를 통해 게임 고객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브랜드가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


“고객은 OO 때문에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는가?”


만약 위의 답이 제품 특징에 관한 것이라면 당신은 고객이 구매하는 진짜 이유를 모르는 것일 수 있다. 답은 고객 무의식에 담겨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객 무의식이 궁금하다면 고객에게 이렇게 질문하라!


“당신의 최초/최고/최악 OO경험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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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주) 유니타스 클래스

- 브랜드, 상품기획 컨설팅:02-517-1984

- 브랜드, 상품기획 교육:

  ㅇ 비유로 만드는 상품컨셉 교육 (고객 무의식을 통한 상품기획과 컨셉 개발)

   https://unitasclass.modoo.at/?link=6ep6wj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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