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필 Jan 19. 2018

디자인 문제가
디자이너 문제가 아닌 이유

브랜드 관리

주부들을 대상으로 독특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B브랜드는 컨설팅을 의뢰하기 위한 첫 번째 상담 미팅에서 궁금한 점을 자세히 물었다. 대회의실 테이블 건너편에 자리한 브랜드 디렉터는 물론 디자이너, 상품 개발 관계자들은 진지하게 우리가 하는 말을 면밀히 듣고 있었다. 1시간이 넘어서야 화제는 우리가 수행할 수 있는 멋진 컨설팅에 관한 것이 아닌 B브랜드 자신들의 문제로 넘어갔다.


문제없는 클라이언트가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는 없다. B 브랜드의 디렉터도 약간은 푸념이 섞인 투로 B브랜드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평가한다.


“제품은 좋은데, 디자인이 자주 바뀌고 일관성이 좀 없어요.”


요약하자면 B의 품질, 가격, 마케팅은 좋은데 디자인이 좀 떨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그 문제는 디자인의 문제도, 디자이너의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예기치 못했던 나의 답변에 브랜드 디렉터는 불편한 미소를 띠웠고 디자이너는 기쁨의 미소를 억지로 참고 있았다. 


B 제품은 브랜드 디렉터의 평가대로 좋게 말하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잘 반영한 품질이 좋은 제품이다. 그러나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신제품은 당시 트렌드였던 사물인터넷을 반영한 생활용품이었는데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이유는 오로지 최신 트렌드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B 브랜드 전략은 그때그때 다르고 디자인 전략도 그때그때 주부들이 좋아하도록 예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디자이너도 예쁘게 만들기는 어렵다.


반면에 업계 1등인 A브랜드는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있어 트렌드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트렌드를 쫓는 제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자연스레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일관된 제품, 마케팅, 디자인이 나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tructure follows strategy.


경영 조직은 경영전략을 따른 다는 말이다. 이 말은 전략이 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기에 확장해서 해석하면 사실상 조직, 재무, 마케팅, 제품 개발,… 기업의 모든 부분을 정의한다는 말이다.  브랜드와 디자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Design follows Brand.
브랜드가 디자인을 결정한다.


B브랜드의 디자인 문제는 디자이너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보통 나쁜 디자인의 문제는 나쁜 브랜드 아이덴티의 문제다. 시장에 나가 멋진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보라. 그들 모두는 멋진 브랜드 아이덴티나 철학을 가졌다.


런던에서 시작한 스마트 주방 기구 조셉조셉은 멋진 디자인을 가졌다! 이들의 멋진 디자인은 주방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쌍둥이 조셉 형제의브랜드 철학에서출발한다.


결국 내가 브랜드 디렉터에게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랬다.


“답답한 양반아~~ 디자이너 문제가 아니라 바로 브랜드 관리자의 문제라고요.”


미팅이 끝나고 조용히 엘리베이터까지 디자이너가 나와 악수를 청하며 말한다.


“늘 죄인 같은 심정으로 일했는데. 속이 다 시원하네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정해지만 저도 잘 디자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의 디자인이 문제인가? 


디자인을 정의하는 브랜드를 먼저 점검하라! 

내가 만난 대부분의 브랜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문제였다. 




_

문의

브랜드, 상품기획 컨설팅: 02-517-1984

브랜드, 상품기획 교육: https://unitasclass.modoo.at/?link=6ep6wjzz

 

 


매거진의 이전글 한복 전문가는 모르지만 고객은 다 아는 인스타한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