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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가 안주인 Apr 05. 2022

집 짓기에 앞서 생각해 볼 것들


남편과 나는 집을 짓기에 앞서 생각정리를 했다. 왜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그 집에서 살아갈 구성원은 누군지, 집의 어떤 기능을 살리고 싶은지, 집이 뿜어내는 느낌은 어떨지 등 '호호가'에 대한 청사진을 좀더 구체화 해볼 필요가 있었다. 타인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원하는걸 보다 정확하게 요구해야한다. 그 순간만은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야만 내 메시지가 상대에게 '방향성'을 가지고 전달된다.




호호가가 지어질 곳은 경기도의 어느 한적한 마을이다. 대지면적은 대략 150평, 희망입주일은 내년 하반기가 될 예정이다. 집과 가까운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고, 집앞엔 천이 흐른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잔디구장 등 운동시설도 있어 아이들과 살기 안성맞춤이다.


호호가 식구들

깜짝 고백. 호호가에 입주할 때쯤이면 네 식구가 된다. 연년생 엄마라니. 둘째를 갖기로 결정하던 찰나 제 집인걸 알았는지 천사가 찾아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아이 키울 때 한번에 같이 키우고 얼른 졸업하리라 다짐한다.

+ 유독 연년생 엄마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아이 키우는데 있어 '안 힘들 때'가 과연 있을까. 설사 아이가 아니더라도 분명 또다른 힘듦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다. 인생은 원래 고난과 기쁨, 그 파도의 연속이니까.



​지금 사는 곳에서 출산후 몸을 추스리고 갈 수 있어 타이밍이 딱이다. 둘째도 백일까진 길러서 이사를 하는거라 심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원래 한번 해본 것엔 이상하리만큼 자신감이 솟구치지 않던가. 새로운 집으로 이주하기 전 완수하고 갈 임무들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 또한번의 출산후에도 위치적으로 가까운 친정의 서포트를 받을 수 있어 다행이다. 출가한 딸로서 계속 도움 받는 게 처음엔 죄송스러워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깨달았다.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겠다고 아집을 부렸다 가랑이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걸. 힘이 들 땐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어도 된다는 걸 말이다. 인생, 혼자 사는 것도 아니며 결코 짧지 않기에 페이스 조절을 잘해가며 오래 달려야하지 않을까. 도움주는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내 사정에 맞는 마음을 전하는걸 잊어서는 안된다.

​​



생각 정리 후 집을 짓고자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해보았다. 막연히 '그냥 그러면 좋을거 같아서'가 아니라 '이런 이유로 우린 집을 짓는다'라는 답을 가져야만 했다. 아리송한 추상화를 누구나 고개 끄덕이게 만들 정밀화로 다시 그려내고 싶었다.

​우리 부부에게 일련의 과정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당장 '어떤 집'을 지을지로 시작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제법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공동의 가치관을 세우니 현재 직면하고 있는 크고 작은 힘듦이 즐거움으로 다가왔고, 덤으로 부부 사이가 돈독해졌다.


< 집을 짓기로 한 이유 >

가족구성원의 변화

주거환경의 중요성 대두

시부모님댁과 가까움 = 육아서포트 용이

남편의 자유로운 근무형태

우리 부부가 평소 갖던 전원생활 로망 실현



네 식구가 된다는건 두 아이와 집에서 보낼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아파트라는 공간엔 피할 수 없는 큰 제약이 있다. 바로 '협소한 공간'과 '층간소음'. 안타깝게도 아이가 둘이나 되는 집에서 이 현실의 장벽을 넘으려면 아이들이 발소리 하나 안 내고 크거나 한없이 너그러운 이웃을 만나야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가정주부로서 집에 가장 머물다보니 주거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무엇을 입고 걸치는지 보다 거주하는 환경에서 오는 진정한 자존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일상에 먹구름이 드리운지 어느덧 2년째.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있을 것 같다.

+ 아이들 또한 안정된 집과 자연적 환경에서 자란다면 무엇보다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




이사갈 동네의 풍경

동네의 한적한 풍경


남편이 다니고 있는 직장은 비교적 자유로운 근무형태를 갖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오프라인에서의 출퇴근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호호가에서 출퇴근을 하려면 지금보다야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지만 주5일 중 최소 2회 이상은 재택근무를 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이런 근무환경이 없었다면 시골로 내려올 엄두도 못냈을거다.




마지막으로 호호가를 지으려는 이유로 부부의 전원생활 로망이 한몫 차지한다. 남편은 미국에서, 나는 제주에서 전원생활을 누렸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이 성인이 된 지금에도 진하게 남아있다. 도시의 복잡함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고, 좀더 고요한 곳에서 본질을 추구하며 살고 싶었다.

+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년의 부부가 되어 둘만의 전원생활을 하고 싶진 않다. 스펀지처럼 모든 자극을 흡수할 아이들의 어린 시절. 우리 부부도 그들과 함께 자라고 싶다.




집터 옆 붓꽃


집짓기에 앞서 '왜 집을 지어야 하는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왜?'를 해결하고 나니 '어떻게?'라는 물음이 꼬리를 문다. 집 한채 짓기 위해선 단순히 물리적 공사 뿐만 아니라 사고와 가치관을 먼저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호호가가 앞으로 어떤 형태를 띨지 다음글에서 자세히 다뤄야겠다.


- 여기까지 긴글을 읽어준 모든분께 감사의 윙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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