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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송아 Jan 19. 2023

학원 끊기 프로젝트, 나도 도전?

sbs스페셜 '체인지-학원 끊기 프로젝트'를 보고

1월 1일, SBS스페셜로 ‘체인지-학원 끊기 프로젝트’라는 다큐가 방영됐다. 새해 첫 날에 어울리는 주제다. 등장하는 인물은 학원 스케줄과, 그 숙제에 지쳐가는 초5, 중1, 중2, 3명의 학생이다. 이 학생들에게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엄마가 있다. 중학교 입학하자 받아든 낮은 성적까지, 지치는 것은 러닝메이트처럼 달려온 엄마도 매한가지다.


부모들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학원을 끊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학원을 그만두자는 엄마의 제안에 아이들이 기뻐하기보다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억지로 학원에 끌려가듯 버티며 공부했지만, 정작 학원 없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불안해했다. 


자기주도학습이 학원만 그만 둔다고 하루아침에 될 리가 없다. 자기에게 맞는 학습 목표도 설정해야 하고, 교재도 골라야 한다. 학습계획을 스스로 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큐에서는 학습 컨설턴트가 나와서 학생은 물론 부모님과 상담을 해준다. 컨설팅 업체 간접광고를 해주는 셈이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대치동에 이름난 컨설턴트, 상담 비용도 엄청나게 비싸다.



나는 내가 얼마나,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고 있을까


자기 힘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면 자신이 얼마나 공부할 수 있는지 아는 게 별로 없다. 첫째, 내가 몇 분 동안 집중할 수 있는지 모른다. 둘째, 하루에 얼마나 공부하는 것이 적정한 양일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셋째, 교과서를 읽어도 무엇이 핵심인지 알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 공부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이는 데이터다. 메타인지, 자기 객관화가 학습에 중요한 이유이다. 


방송에 나온 학생들은 컨설턴트의 상담 후 각각 다른 처방을 받고, 나홀로 공부를 시작한다. 5분도 앉아 있지 못하던 5학년 학생은 어쨌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문제집을 풀면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 또다른 중학생에게는 1시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직접 측정해서 목표를 세워보라고 권한다. 시험에서 틀린 부분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것 물론이다. 핵심개념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문제집에서 묻고 있는 개념을 이론서에서 역으로 찾아 공부하는 방법도 제시된다. 


대치동 컨설턴트만 알려줄 수 있는 건가


사례로 나온 학생들은 사춘기 아이들 같지 않게 하나같이 다 순둥순둥해 보였다. 그래서 엄마 매니저의 역할이 먹히고, 방송출연까지 수락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이 정도의 학습 처방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도 알려 줄 수 있는 수준 아닐까. 일상적인 학습 계획 세우기, 실천 여부에 따라 시간과 양 조정하기, 시험 기간에 적합한 계획 세우기 등. 학교에서 매일 교과서 진도 나가는 것보다 계획짜는 법을 알려주고,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한 공부 아닌가. 


특출하게 공부를 잘해서 영재학교 준비하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학원 보내는 부모 마음은 대동소이할 거 같다.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집에서는 혼자서 아예 공부를 안 하니까 학원 다니며 숙제라도 하면 낫겠지 싶은 마음. 혹시라도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함. 방송에 출연한 3명의 학생은 자기 나름의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 보였다. 제작진은 학원도 자기주도학습도 하나의 공부방법이라며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마무리했지만, 사교육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마저도 넓은 의미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힘에 속하는 게 아닐까. 공부의 주도권을 사교육에 넘겨주는 순간, 자기 것으로 체화하는 공부에는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원에 다닐 때하고 완전 달라.’라고 말했던 출연자 학생에게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지 좀더 들어보고 싶었지만 상세 스토리는 생략됐다. 문제해결 과정에 속하는 후반부가 너무 빠르게 전개돼서 아쉬웠지만 방학을 맞아 자기주도학습에 도전하고 싶은 학생과 부모가 있다면 일말의 자극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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