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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책언니 채송아 Jan 19. 2023

네 아이는 학원 안 보내?

- 입시경쟁을 해결하려는 교육시민운동을 지지한다는 것

입시경쟁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교육시민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는 3,400명의 후원회원이 있다. 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사교육걱정 회원으로서 학원에 안 보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우리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지, 사교육 없는 세상을 꿈꾼 것은 아닌데 말이다.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1. 어린 시절에는 충분히 놀아야 하니까 

2. 학교에서 배우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서

3. 학원에 다니는 것을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싫어해서

4. 경제적으로 부담이 너무 커서(아이 둘만 돼도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5. 본인 학창 시절에 겪은 사교육 경험이 너무 싫어서

6. 본인이 사교육 종사자인데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져서


사람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복잡미묘한 이유로 나뉘겠지만, 내가 만나 본 단체 회원들은 대체로 위와 같이 나뉘는 듯하다. 공부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다르다.  

1.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

2. 공부를 잘 못할 수는 있지만 학교생활은 성실히 해야 한다. 

3. 공부 안 하거나 못 해도 괜찮다. 대학을 안 가도 된다.        


서로 다른 생각에 따라 부모의 태도와 역할, 무엇보다 아이의 특성이 맞물리면서 나타나는 경우의 수는 매우 다양하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불안과 과도한 입시경쟁에 쫓기는 교육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무한경쟁의 가장 뚜렷한 상징물 '사교육'을 최대한 덜 시키고 싶은 것이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현실을 직면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아이나 어른이나 어떤 일이든 잘 못할 거 같으면 아예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공부를 열심히 해 보기도 전에 놔 버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공부를 잘 못한다는 생각에 위축감이 들면 학교생활은 재밌기 어렵다. 좀 더 용기 있는 부모와 아이들은 대안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입시에 올인하는 공교육이 변하기를 기다리기에 내 아이는 너무 빨리 자라니까.     

   

보편적인 경우는 성적과 등수에 과욕을 부리지 않아도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다. 초등학교 때는 규칙적인 학습습관만 갖고 있어도 학교 성적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의 소신에 큰 타격이 없다. 중학교만 올라가도 달라진다. 내신시험 대비를 철저히 시키는 학원빨을 무시할 수 없고, 타고난 재능과 공부적성으로 엄청난 학습량이 누적된 최상위권 아이들은 넘사벽으로 다가온다. 한 시간 복습만으로 거뜬히 좋은 점수를 받던 초등학교 때와 비교하면 시험문제 난이도도 훨씬 높아진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점수를 받아 들고 혼자 힘만으로 공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학원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공부를 안 하다가 시작하려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원에 안 다니는 친구들이 없으니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곧 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인식한다.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던 부모들은 여기에서부터 자괴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이를 불필요한 학습 노동에 내몰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도 아닌데, 학원에 보내는 많은 이들이 갈등하고 죄책감을 갖는다. 아무래도 사교육걱정 후원회원이 되었을 때에는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행동강령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 삶에서 자발성을 빼앗는 사교육은 시키지 않겠다, 경쟁교육의 무한루프에 탑승하지 않겠다와 같은 굳은 결심 말이다. 사교육 ‘걱정’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마음의 이면에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가 스스로 원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가정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사교육을 활용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고 꾸준히 말해왔다. 어른도 혼자 운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유튜브에 차고 넘치지만,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심지어 고액의 PT를 받지 않나. 그래서 우리는 ‘현명하게 사교육을 이용하자’고 서로에게 당부한다. 현명하게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은 아예 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자녀의 학원비 결제를 하고 나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의 어떤 일도 ‘모 아니면 도’로 딱 떨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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