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노래를 들었다. 어디 오고 가느라 시간 때우려 들은 것도 아니고, 과제하면서 정적을 매꾸려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방에서 혼자 이어폰 꽂고 노래 들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자주 이렇게 음악만 듣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러지 못했다.
플레이리스트는 지난 몇 달간 내 감정을 서포트했던? 노래들이었다. 몇 달을 계획과 생각보다는 감정에 치우쳐 살았다. 감정에 끌려 다니듯 살았다. 감정에 고저가 심해질 때면 노래를 들었다. 정해진 노래들이 있었다. 몇몇 가수들의 몇몇 노래들을 때에 맞춰 들어왔다. 그렇게 나를 달래왔다. 토닥토닥.
그렇게 들어온 노래들을 방금 전에 아무 목적 없이 쭉 들어 본 것이었다. 지난 생각들이 났다. 몇몇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서 파생됐던 나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기분이 좋았다. 이제서야 이렇게 돌아봐 진다는 게. 파묻혀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내가 그랬었구나. 그래. 잘 했다.
이런 거 보면 감성이란 건 실존한다. 갬성이라 불릴 지언정, 입 밖에 내기 전까진 감성이란 게 저마다의 안에 있다. 감정이 독한 술같은 거라면 감성은 따듯한 차같다. 내 감성 남한테 먹이려 들지만 안으면 되는 거지 뭐. 혼자 호로록호로록 감성을 한 잔 하자. 과거가 된 지나버린 것들을 다과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