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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석 Feb 20. 2019

난 과학은 아닌걸

요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요즘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몇 달째 이 책을 붙잡고 깨작깨작 읽고 있으니 말이다. 책의 중반이 넘어가면 과학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6세기쯤 서서히 고개를 들었던 과학은 이후 500년 동안 인간 생활과 문화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라고 그는 해당 챕터를 시작한다. 과학이 시작한 이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니 오히려 이제서야 전성기를 제대로 맞이한 것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건 과학과 공학의 페스티벌이지 않는가. 


오늘날 과학과 공학은 매일 매일 인류가 조금 나아갔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징표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핸드폰의 발전 과정은 우리 생활의 변화를 요약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이나 종교적 움직임보다도 AI의 발달 과정을 따라 서술해 가는 편이 와닿을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유일하게 측정 가능한 인류 발전의 지표처럼 여겨진다. 간단히 말해 인류의 전진은 곧 과학의 발전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살고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과학에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과학과 공학, 기술의 개념은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갈릴레오보단 뉴턴이, 뉴턴보단 아인슈타인이 더 발전된 이론을 만든 것은 자명하지 않는가. 애니콜 시절의 삼성 핸드폰보다 지금의 갤럭시S9이 더 뛰어난 기계임은 확실하다. 과거의 과학보단 최근의 과학이 더 낫다고, 최소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전공분야는 그렇지 않아보인다. 신문방송과 경영학과를 4년간 핥아 왔는데. 19세기 신문사가 21세기 신문사에 비해 월등히 뒤쳐지나? 마케팅이란 것은 시간이 지날 수록 발전하나? 회계학은 점점 더 뛰어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 분야 역시 과학 못지 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변화할 뿐 진화했다거나 개선되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그 변화마저도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런 차이에서 나의 고민과 회의가 발생한다. 내가 전혀 모르는 과학이란 분야는 인류를 이끌고 나아가는 반면 내가 조금이나마 몸 담은 이 쪽 분야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는 걸까? 이과에서 과학이나 공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야말로 현대적 개념에서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걸까. 이런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가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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