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에게 한 달에 50만 원씩 최대 6개월. 서울시가 내걸은 파격적인 정책이다. 정치뉴스에 대한 글을 써본 적은 평생을 통틀어 없던 나도 귀를 기울일만했다. 나도 대상이거든! 알고 보니 이미 시범적으로 실시 중인 정책이었다. 신청을 받아서 제한된 인원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했다고 한다. 뉴스를 들어보니 수당을 받은 청년 혹은 취준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취직을 했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거나. 그런데 이를 서울시에 살고 있는 모든 청년(19~34세)으로 범위를 확대해 본격적으로 지급하려는 안이 있는가 보다. 이를 위해선 연간 8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 한다.
8조. 듣는 순간 이 정책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난 이 정책이 실시되든 말든 심지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게 현실이더라도 고마웠다.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취업 준비를 하는 6개월 동안 50만 원씩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보통 기업공채 시즌은 상반기 하반기 둘로 나뉜다. 6개월이면 둘 중 하나에 사활을 걸고 도전해볼 수 있는 기간이다. 자소서, 인적성, 면접 등으로 이루어지는 취준의 과정은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시간은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꼭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사정이라면. 아르바이트에 쓸 시간은 너무나 아깝다. 50만 원이면 좀 아껴서 한 달을 보낼 수 있는 용돈은 충분히 된다. 아르바이트 걱정하지 않고 제대로 취준에 몰입할 수 있다.
지난 학기 취준은 접어둔 채 학교 다니며 일주일에 4일 알바를 했었다. 뭐 어떻게 봐도 잘 한 짓은 아닌데 그렇게 했다. 4일을 일하고 3일 정도는 공부도 하고 천천히 이런저런 준비도 해야지라고 처음엔 생각했었다. 그런데 참 어렵더라. 일주일에 반이 넘는 시간을 정신없이 일하는 데에 쓰고 나면 다른 복잡한 생각을 할 여유가 남지 않았다. 기업 채용 소식 알아보고, 자소서를 써보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이런 과정을 찬찬히 해낼 수가 없었다.
그래 난 게을렀다. 그래서 반 년을 그렇게 날렸다. 바빠도 열심히 준비해서 취직 잘 하는 사람들 많이 있을 거다. 그래도 그래도, 그렇게까지 바쁘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좀 덜 치열할 수 있다면, 덜 열심이어도 된다면, 머릿속에서 최소한 돈 문제라도 좀 더 지울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 돈 벌려고 취업하려는 것이거늘 그 취업준비에 돈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면 너무 억울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