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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건수 Oct 01. 2024

다시 읽는 한국건축의 외부공간

전등사

1974년 전등사 배치도 안영배 <한국건축의 외부공간>, 보진재, 전등사 214p


전등사 Jeondeungsa(Temple)

위치 경기도 강화도 길상면 온수리 정족산


  정족산록(산기슭)에 남면하여 배치되어 있고, 산에 오르면 멀리 마니산과 길상산이 보이나, 사지에서는 정족봉의 주변의 구릉으로 완전히 에워싸여져 있다.

  성문을 지나 양옆이 거목으로 뒤덮여 있는 진입로를 따라 걸어가면 우측으로 갑자기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고, 그위에 대조루가 나무 사이로 보인다. 대조루 밑으로 진입하는 소위 누하진입의 대표적 예이며 대조루를 지나면 한단 높이 석축 위에 중정이 있고 전방으로 폭이 좁은 대웅전 건물이 다시 한 단 높은 기단 위에 있는데, 지붕의 처마가 유달리 하늘높이 치솟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좌측으로는 요사체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져 허전하게 넓은 개방된 공간이지만 이 건물이 있었을 때는 약 18m×15m로서 거의 정방형에 가까운 작은 공간이었다. 다른 사찰에서는 폭이 좁으면 깊이가 깊고, 깊이가 얕으면 폭이 넓은 데 비해 전등사는 폭과 깊이가 동시에 작고 대웅전의 건물 폭도 좁아서 기단 위에 세워 건물의 지붕 밑 양옆 공간을 시원하게 개방했어야만 했다. 요사체가 있었더라면 앞 공간 우교형으로 이어지면서 그 옆의 약사전과 명부전 등의 건물로 요사체를 중심으로 하여 환형으로 연속된 공간이 율동적으로 변화 있게 전개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건축의 외부공간>, 전등사, 214~215p

<공간>, 한국건축의 외부공간 3,  1974.6 




① 누하진입 과정의 변화


(좌) 대조루 1974년, (우)  2024년
(좌) 대조루 누하진입 1974년, (우)  2024년
(좌) 대웅전 1971년 ⓒ셀수스협동조합, (중) 1974년 (우) 2024년
(좌) 배치도 1971년 ⓒ셀수스협동조합, (중) 1974년, (우) 2024년


  1974년과 비교하면 대조루 아래로 누하진입시 풍경이 변했다. 누하진입 후 중정으로 접근할 때 석축이 높아졌다. 이전에는 누하진입 과정에서 중정을 중심으로 가운데 대웅전과 함께 동측 강설전이 시각적으로 인지되었다. 현재는 중정 높이가 높아지면서 중정보다는 각 건물의 몸체 일부만 보인다. 또한 동측 강설전은 새롭게 지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동쪽으로 건물이 물러났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중앙계단도 얼마 전 삭제되면서 이제는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들이 인식된다기보다는 개별 건물이 강조되는 쪽으로 변했다.



② 절 중심공간 이동


진입부 종루와 대조루, 2024년
대웅전 1974년, 2024년
(오른쪽부터) 대웅전, 향로전, 약사전, 명부전 1974년, 2024년
대웅전 마당 주변, 2024년
사찰 전경 2024년

  1977년 명부전 해체 후 대조루 서쪽에 종각이 신축되어 현재는 진입부에서 대조루와 함께 종루가 보인다. 종루가 대조루와 마찬가지로 경사지에 돌출된 누의 형태로 자리하면서 절 규모가 한층 커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1974년 시점에서는 강설당도 대웅전과 더 가까이에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1973년엔 대웅전 서쪽으로 적묵당이, 동쪽으로 강설당이 자리하여 대웅전 앞에 네 건물을 둘러싼 작은 마당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서쪽 적묵당이 대웅전과 붙어 있어 화재 위험이 있는데다 마당이 너무 좁다는 이유로 해체되었고, 강설당 또한 예전보다 더 동측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또한 대웅전 중앙계단도 2024년 없어지면서 마당의 개념은 사라졌다. 대신 사세가 확장되고 절 서측과 남측에 새롭게 건물들이 조성되었다. 이제는 사찰 건물들이 종루 서쪽의 오래된 단풍나무를 중심으로 크게 둘러싼 형태가 되었다.  



배치도 (좌) 1971년 ⓒ셀수스협동조합, (우) 2024년



<참고>

안영배, 「한국건축의 외부공간」,보진재, 1982, 재판

전등사 홈페이지 2024.9.29.

천영기, [인천 섬 기행] 전등사 종루의 사물과 청동수조, 인천투데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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