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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카메라 Sep 17. 2018

당신은 어떤 동네에 사나요?

동네 판타지 <나의 아저씨> 리뷰


드라마를 차분하게 보는 성격이 못된다. 본방사수보다는 정주행 하는 편을 선호한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잘 참지 못하는 성격과 이야기 줄거리를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메모리의 한계가 만들어낸 습관일 듯싶다. IPTV를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몰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나의 드라마 시청은 유행이 다 지난 다음에 이뤄지곤 한다.


회사 동기와 오랜만에 갖은 술자리에서 우연하게 나온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저씨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젊은 여자의 사랑이야기가 화제 혹은 논란이 됐다는 것과 아이유가 그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젊은 여자 역할을 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작품이었다. 그 동기가 자신 인생 드라마라면서 적극 추천에 나섰고, 여느 때 처럼 그렇게 나의 드라마 시청은  시작되었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덤덤하게 흘러갔다. 한국 드라마 답지 않은 덤덤함이 극 전반적으로 깔려 있었다. 무채색에 가까운 프로덕션 디자인과 화면 컬러링, 특별한 효과음과 BGM 보다는 현장음 위주의 믹싱이 이 드라마는 조금 특별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런 잔잔한 분위기에 아이유의 연기는 과하게도 부족하게도 느껴지지 않게 어우려 져 있었다. 대학시절 연기를 배울 때 감정의 고조됨 보다도 덤덤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인지 어린 나이의 가수 출신 연기자가 저런 무채색 연기를 해 낸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시청 전 갖었던 작품에 대한 편견을 지워 가며 작품이 조금씩 빠져 들어갔다.


드라마는 한 동네에서 오래오래 살고 있는 박동훈(이선균 분)과 가족도 제대로 없는 이지안(아이유 분)이 서로를 이해해 가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다르게 느끼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이지안의 살인전과 스토리보다는 박도훈의 주변 환경이 나에게는 더 신기하게 다가왔다. 3형제가 똘똘 뭉쳐있고, 한 동네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매일 밤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친구가 하는 술집이 있는 삶. 박동훈의 아내는 그런 동네가 지긋지긋하다고 까지 이야기 하지만 동훈은 그 동네를 벗어나지도, 벗어날 생각도 없다. 오히려 이지안 마저도 이 동네에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 빠져들어 버린다.

동네 사람들이 항상 모이는 정희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보다 마을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동훈의 마을은 우리가 꿈꿔왔던 그런 동네가 아닐까? 죽마고우가 항상 곁에 있고, 옆집의 젓가락 개수까지 알 만큼 서로가 돈독한 모습. 이런 모습은 사실한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며 마을 판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꿈꾸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없는 마을이 묘사되어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보냈던 마을은 분명 동훈의 마을 같았다. 하지만 도시 재개발로 혹은 사업의 이유로 또는 교육상의 이유로 내 동네는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며 마을 판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꿈꾸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없는 마을이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동네 파괴의 경험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예전 아이들은 동네가 키워 주웠다. 지금처럼  주로 어머니들이 양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독박 육아라는 단어는 없었다. 오늘은 앞집에 내일은 옆집이 때로는 삼촌이 또는 동네 이모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놀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마을이 아이들을 키웠고, 육아는 동네의 몫이 었지 분명 개인만의 희생은 아니었다.  그러던 동네가 사라지고, 앞집 사람과도 인사하지 않는 아파트 생활이 시작되며 동네의 삶이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지안의 모습에서 현재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보인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회 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개인의 모습. 돈이 되면 뭐든지 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요청받기도 원치 않는다.  이러한 행태가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지안의 할머니와 같이 지키고 싶은 어떤 따뜻한 가치들이 분명 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따뜻한 관계를 맺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그 따뜻함이 좋고, 소중하지만 우리는 그 방법을 몰랐을 수도 있다, 지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가족과 같은 동훈의 마을

다시 태어나면 동훈의 동네에 태어나 살고 싶다는 지안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은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하지만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우리라면, 혼자서 살아가기 힘든 인간들임을 이해한다면, 이제는 우리 커뮤니티를, 우리 동네를 우리 사회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된것은 아닌지 동훈의 동네를 보며 생각해 본다.


이제는 우리 커뮤니티를, 우리 동네를 우리 사회를 어떻게 관계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된것은 아닌지 동훈의 동네를 보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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