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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카메라 Aug 27. 2018

나이와 주름에 대하여

<맘마미아2> 두번째 이야기

대한민국만큼 나이 듦에 대해 심각한 사회가 있을까 싶다. 피부를 젊게 만들어 준다는 수많은 화장품들과 식품들이 가득하고, 어떤 피부과 시술이 효과적이라는 소문들 하루가 다르게 들려온다. TV 속 배우들에게서 주름이 없어진지는 오래됐고, 이런 배우들처럼 우리의 주름을 없애기 위해 TV 밖 우리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부끄러운 가치가 되었고,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다.  




‘맘마미아 2’에는 꽤 나이가 든 배우들이 다수 등장한다.  1편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난 콘셉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껴진 부분도 부정할 수 없지만 큰 스크린 속 배우들의 주름은 자신감으로 보였다.  긴 세월의 흔적, 그 시간 동안의 생각과 행동들이 만들어낸 것이 주름일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자신의 연기가 부끄럽지 않으니 그들의 주름도 연기의 일부분이 되어 훌륭하게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몸은 둔해지고 흰머리는 늘어났지만, 그들은 그것이 인생이라는 듯 당당히 그 모습을 노출시켜 버렸다. 그 모습 그대로 맘에 드는 이성이 나타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추파를 던진다. 그냥 그들은 그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주름도 연기의 일부분이 되어 훌륭하게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오히려 ‘맘마미아 2’의 배우들은 나이 듦을 당당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삶의 깊이만큼 유머러스해졌으며, 여유로워 보였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 머릿속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떠올랐다. 얼마 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풀아웃’ 안의 톰 크루즈는 더 이상 젊고 멋있는 스파이 요원이 아니었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고, 열심히 뜀박질하던 톰 크루즈의 몸은 둔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나이에 걸맞게 가족을 생각하고 요원들을 걱정하는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다. 풀아웃 안의 톰 크르즈의 얼굴이 주름 하나 없이 탱탱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 세월이 그 주름이 풀아웃 속 톰 크루즈를 완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나이 듦이 무섭고 두렵다. 내 얼굴을 뒤덮을 주름과 내 머리를 감쌀 흰머리카락이 무서울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그 주름과 흰머리가 아닌 그만큼 인생을 살아내지 못할 수 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내가 늙었다는 표현이 어색해지지 않을 시기가 됐을 때 내 주름과 내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주름과 내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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