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부터 육아까지, 그 기간 동안의 돈 이야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현지 기업에 취직해 일하기를 5년, 직장에서 만난 일본인 남자 친구와 결혼한 지 5개월, 줄곧 희망해오던 부서 이동에 대해서 부장과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무렵이 지났을 때쯤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 명은 낳아야지 막연하게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올지는 몰랐다.
그래도 기뻤다. 두근거렸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임신, 출산에 관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어떤 일인지에 대해서도. 커리어도 걱정이고 경제적인 문제도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다니던 직장은 육아휴직을 마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는 여자 선배들이 많았다. 육아휴직도 아이 한 명당 3년까지 쓸 수 있었고,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단축근무도 할 수 있었다. 여성 관리직을 늘리겠다는 방침 하에 여성 직원들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려는 회사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같은 부서 안에 아이 세 명을 키우면서 회사에 나오는 선배도 있었고, 2년간 육아휴직으로 회사를 떠나 있다가 복직한 지 2년 만에 과장으로 승진한 선배도 있었기에, 외국인 사원으로서 불안한 마음은 있을지언정, 커리어에 대한 걱정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여행도 다니고 맛집 투어도 하고 공통의 취미인 요리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생활을 보내왔는데, 내가 일을 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갑자기 수입이 반토막이 나면? 아기가 태어나면 돈이 들 데도 더 많을 텐데?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의 생활이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달까.
일단 출산비용.
일본에서 출산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다. 각 병원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각기 다른 비용을 책정하는데, 평균 40만 엔 정도라고 한다. 이는 자연 분만했을 경우의 비용으로, 분만비, 입원비 등이 포함된다. 물론 평균이 40만 엔이고 비싼 곳은 100만 엔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
(일본은 조리원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개는 병원에서 4박 5일에서 일주일 정도 입원 생활을 하고 퇴원한다. 그 대신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우리나라 조리원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병원마다 다르긴 하다만.)
그럼 그 비싼 출산 비용을 어떻게 하느냐. 출산 육아 일시금이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에서 42만 엔(쌍둥이의 경우 84만 엔)을 지급한다. 어떤 병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전국 평균 입원비용은 제공받을 수 있다.
그다음은 휴직기간 동안의 생활비.
일본에서는 출산예정일 42일 전부터, 출산 후 다음날부터 56일까지가 출산휴가 기간이다.
출산휴가로 인해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불받지 못했을 경우, 건강보험에서 출산수당을 지급한다. 금액은 월급의 2/3. (정확히는 일일 급료의 2/3 × 쉰 날짜)
출산휴가 종료 후 아기가 만 1살이 되는 생일 전날까지 필요한 기간 동안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상한은 1년. 어린이집 등의 보육시설에 지원했으나 떨어진 경우에는 2년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육아휴직으로 인해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불받지 못했을 경우, 고용보험에서 육아 휴직 급부금을 지원한다. 6개월째까지는 67%(상한선 1달 301,299엔), 그 후는 50%(상한선 1달 224,850엔)
※육아휴가 시작 전 6개월분 급료를 180으로 나눈 일일 급료에 30을 곱한 게 기준
예) 월급 25만 엔
25만 엔 ×0.67=16만 7500엔
25만 엔 × 0.5 =12만 5000엔
아, 그리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 중에는 사회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
고액의 출산 비용 하며 휴직기간 동안의 수당까지, 생각보다 제도가 충실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던지라, 일본의 이런 제도가 꽤나 만족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첫째 아이의 육아휴직기간을 끝낸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꼬투리를 잡고 싶은 점도 많다.
일단 출산비용. 전국 평균 입원 비용이라는 42만 엔이 지급되지만, 이는 물가 수준이 낮은 지방도시까지 다 아우른 평균금액. 도쿄나 그 인근 지역의 경우 42만 엔으로는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 무통분만비용까지 포함하여 4박 5일 입원에 85만 엔 정도가 들었다.)
출산 수당으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출산 휴가가 종료한 후 신청할 수 있고, 신청 후 수령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출산 휴가가 시작되고 나서 6~7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
육아 휴직 급부금 또한 육아휴직이 시작되고 난 후 2~3개월이 지나서 입금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달이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꽤나 가볍게 해 주었다.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을 상당 부분 덜고 출산을 맞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