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면?
출산 휴가에 들어가기 전, 과장님과 면담을 했다.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육아 휴직은 1년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정일이 9월 초이니 내년 9월에 복직하는 게 목표입니다."
적어도 1년은 곁에 있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9월에 복직하려는 내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본은 4월에 모든 게 시작된다.
새 학기도 4월에 시작을 하고 회계연도도 4월부터이다. 공채로 뽑은 신입사원이 입사하는 날도 4월이다. 한 해의 연도가 4월에 시작하는 것이다. 즉 2019년은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이지만, 2019년도는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면, 보육원*의 모집 인원이 가장 많은 달이 4월이고, 그 모집 인원의 대부분이 4월에 차 버린다는 것이다. (기존에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진학으로 인해 어린이집을 떠남으로써 공석이 발생하는데 그 시점이 4월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린이집에 해당. 일본에서는 보육소 또는 보육원으로 지칭.
그러니 대부분의 부모들은 4월에 맞추어 입소지원을 한다. 육아휴직을 1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4월이 아니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힘들기 때문에 아이가 만 1살이 되지 않은 시점에 맡기는 것이다.
아뿔싸, 그 사실을 난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새로운 초등학교가 생길 정도로 아이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해서 어린이집에 지원해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린이집 견학을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겪는 임신, 출산, 육아로 마음의 여유가 없기도 했고, 아직 낳지도 않은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고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나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아이가 7개월이 되는 이듬해 4월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복직하든지, 육아휴직을 연장해서 아이가 1년 7개월이 되는 다다음 해 4월에 아이를 맡기고 복직하든지.
7개월은 너무 짧게 느껴졌고, 1년 7개월은 너무 길게 느껴졌다.
고민하다 결국 결정을 미루는 방법을 택했다. 일단 지원을 하고,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방법.
결과는?
떨어졌다.
일본에는 인가 보육원(認可保育園)과 무인가 보육원(無認可保育園)이 있다.
인가 보육원은 국가에서 정한 기준(시설 면적, 보육사 수, 급식 설비 유무 등)을 클리어한 곳으로 나라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 무인가 보육원 중에서도 좋은 시설과 보육 이념을 지닌 곳도 많으나 보조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보육료가 비싼 경우가 많다. 참고로 인가 보육원과 무인가 보육원의 아동수는 10:1 정도이다.
인가 보육원과 무인가 보육원은 지원 방법도 달라서, 인가 보육원의 경우는 지자체에서 통합하여 심사, 배정을 하는 반면*, 무인가 보육원의 경우는 각각의 보육원에 개별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인가 보육원에 우선적으로 지원을 하고, 인가 보육원에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몇몇의 무인가 보육원에 지원을 한다.
*자녀수, 세대 수입, 근무 형태, 조부모의 직업 유무와 근무 형태, 조부모의 거주지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심사.
나는 인가 보육원에만 지원을 했다.
'무인가'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께름칙함이 있기도 했고, 육아휴직기간도 최장 3년이었기 때문에 혹시 떨어져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떨어지고 나니 올해는 그렇다 쳐도, 내년에도 또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다음 해, 무인가 보육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화로 견학 문의를 하자 견학 대기자가 140명이란다.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버리는 게 나을까 싶어서, 도쿄 지도를 옆에 펼쳐놓고 보육원 합격률을 인터넷에서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육원 합격률이 높은 지역은 하나같이 회사와 거리가 멀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난 살던 동네를 벗어나지도, 무인가 보육원에 지원하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또 다음 이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