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한국에서 낳기까지의 이야기
첫째 아이가 11개월을 맞이할 무렵, 보육원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무렵, 독박 육아에 지쳐 회사생활이 장밋빛처럼 느껴질 무렵,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와는 달리 당혹감에 휩싸였다. 첫째도 아직 아긴데 또 아기?! 한 명도 힘든데 두 명을 어떻게 돌보지? 내년에 복직하려던 내 계획은?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저런 고민으로 한동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이왕 이렇게 와준 소중한 아기,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두 명은 낳고 싶다는 결혼 당시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그렇다면 복직하고 1~2년 지나서 다시 휴직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몰아서 쉬고 복직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첫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도 더 늘어났다고. 보육원 문제로 머리를 싸매는 것도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고.
그렇게 마음은 먹었다만, 현실은 현실.
일단 회사. 다행히도 내가 다니던 회사는, 이런 표현이 적합할지 잘 모르겠지만, 육아휴직에 있어서 너그러운 편이었다. 과장님에게 전화 연락을 했고, 별다른 문제없이 육아휴직을 연장했다. 육아 휴직 급부금 또한 둘째 아이의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날 때까지 연장해서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커리어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걱정은 덜었다.
문제는 내 몸이었다.
첫째 아이를 돌보면서 임신, 출산, 산후조리를 겪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한국엔 언제 돌아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직장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남편과도 친분이 있는 그는 응당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출산하리라 생각했던 듯, 내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남편을 챙겨주겠다며(남편과 놀아주겠다며) 살갑게 물어왔다.
딱히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는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사토가에리(里帰り)라고 해서, 본가에 가서 출산과 산후조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출산을 전후해서 2~3개월 남짓을 남편과 떨어져서 부모님의 곁에서 보낸다. (남편은 출산이 임박했을 무렵에 왔다가 일주일 가량 머물고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산후조리원과 같은 곳이 없기도 하고, 임신 막달의 서포트부터 산후조리, 집안일, 아기 돌보기까지 마음 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인지, 사토가에리를 선택하는 임산부가 많다.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토가에리 출산을 한 사람은 조사 대상자 600명 중 60%에 다다랐으며, 사토가에리를 하지 않은 사람 중의 반이 사토가에리를 하지 않은 이유로 본가가 가깝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내 주위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다음 달에 첫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는 남자 선배가 야근을 하고 있길래 물었다.
"일찍 들어가서 부인 도와드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토가에리 출산하기로 해서 지금 히로시마에 가 있어. 여기 있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 과정을 여성의 부모, 특히나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같았다. 아이를 두 명이나 낳은 지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엄마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을 배제해도 되는 걸까? 남편에게 있어서 아기가, 황새가 물어다 준 아기 마냥, 가만히 있으면 어딘가에서 툭 던져지는 존재여도 되는 걸까?
나는 임신과 출산, 산후조리까지 그 모든 과정을 남편과 함께 겪고 싶었다.
한국에서 낳으려면 예정일 두 달 전에는 한국에 가야 했고, 출산 후에도 적어도 한 두 달은 한국에 있어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남편이랑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았다. 무거워진 배를 받쳐 잡고 뒤뚱뒤뚱 걷는 것도, 커다란 배에 손을 올리고 아기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도, 예정일이 다가와 아이가 언제 태어날까 조마조마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남편과 함께 겪고 싶었다. 두세 시간마다 깨서 울어대는 아이를 돌보는 일도, 그 귀여운 얼굴에 피로가 씻겨나가는 경험도 남편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신과 출산은 내 몸 안에서 일어나지만, 그 말이 곧 임신과 출산이 여성만의 것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첫째 아이는 일본에서 낳았다.
남편은 일주일간의 출산휴가를 썼고, 퇴원 후 2주 동안은 엄마의 도움을 받았으며, 그 뒤는 남편이 한 달가량 오후에만 출근했다.
둘째도 일본에서 낳을 생각이었다.
임신 8개월 무렵, 첫 아이가 16개월 무렵 일 때까지도 그랬다. 그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