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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비 Sep 17. 2023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01.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  모리오카 츠요시

 

  첫 직장(혹은 첫 직업), 다들 어떻게 고르셨나요? 기억나시나요?

  전 떠올려보면 '해외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란 막연한 생각 하나로 골랐던 것 같습니다. 2박 3일 여행도 2주 동안 계획을 세우는 전데, 어쩜 이렇게 별생각 없이 골랐나 모르겠어요. '언제든 궤도 수정하면 되지'란 젊음에 대한 과신도 있었고,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겠어?'란 모험심도 있었고, 어찌 됐든 얼른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싶은 조바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잡 마켓이란 게 한국에선 수요자 우위 시장이라, 어디 나 받아주는 회사 있으면 감지덕지한 느낌도 있잖아요?(저는 그랬습니다... 참고로 저는 문과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이걸로 어떻게 먹고살 수 있는지 막막했고, 번역에 대한 강의도, 편집자의 일에 대한 강의도 들어보았지만, 너무 좁고 험난한 길처럼 보였어요. 되기 위한 길도 좁지만, '돈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수십 번은 들은 탓에, 이 길을 고집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겁에 질려 있었고, 모든 걸 뚝심 있게 뚫고 나갈 자신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일본 기업의 채용에 합격했습니다. 그러자, 뇌가 저를 속이기 시작하더군요. '이게 네가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어 했잖아',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 '해외에서 일한다니 좀 뽀대 나지 않아?'하고 말이에요. 그렇게 전,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커리어, 어떻게 선택해야 했을까요? 어떻게 쌓아가야 했을까요?

  영업은 원치도, 어울리지도 않는 직종이었던 데다가, IT도 관심 없는 분야였지만, 처음엔 별생각 없이 다녔습니다. 해외에서 내가 내 돈 벌어서 먹고 산다는 게 신기했거든요. 동기들도, 직장 사람들도 참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떤 길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 3년은 다녀보자,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뚜렷한 목표도, 목적도 없었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생각해 보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 잘하던 저의 첫 사수가 늘 내뱉던 말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니까 돈을 버는 거다.'에 제 마음속에 일던 작은 의문은 점점 사그라들었습니다. 일은 원래 힘든 거라고 믿게 되었어요. 이 세상 사람이 다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겠어?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습니다. 가끔 일이 재미있을 때도 있었고, 여러 업무 중에서 나에게 맞는 업무가 어떤 것인지 얼핏 알 것 같은 때도 있었고(그렇지만 좋아하는 업무 만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죠), 인간관계는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거웠습니다. 이게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늘 머릿속 한 편에 있었지만, 뭘 하고 싶은지도 몰랐기에,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기에, 그냥 그곳에 있었습니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전 한국 대학을 막 졸업한,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던 희망 가득 찬 청년에서 'IT업계의 영업 사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버티는 게 버겁게 느껴질 무렵, 서점에 갔는데 책 한 권이 눈에 띄었습니다. "힘들었을 때 이야기를 해볼까?"라는 제목이 꼭 제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어요.

"네네, 해 보세요. 저도 지금 힘들거든요."라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로해 줄 것 같던 저자, '들어가는 말'에서 생각 없이 그저 흘러가고 있지는 않느냐고 따끔하게 묻습니다.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눈앞에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도 편하다고 여기고 대개는 아무 생각 없이 올라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는 한 번 올라타면 최종지점까지 일정한 궤도 위를 움직이는 것 이외에 자유가 없다. (중략) 싫으면 탈출해야 옳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계속 올라탄 채로 간다. 그리고 실제로는 도착점까지 타고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내리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먼저 내리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내 얘기를 하는 건가?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이 책 혹시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고 겁에 질려 행동하게 만드는 류의 책인가?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는 이미 겁에 질려 있는 사람이기에, 슬그머니 이 책을 돌려놓으려 했으나, 다행히도 저자는 길이 있다고 말해줍니다.


하지만 만약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면 날마다 설렘과 기대, 미칠 것 같은 성취감과 소리치고 싶은 흥분에 휩싸일 것이다. 그 흥분과 감동이 '보람'이며, 나는 사람이 그것을 맛보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장 충만한 시기의 수십 년이라는 인생을 바칠 커리어이니, 어차피 일할 것이라면 '보람'이 있는 길을 고르고 싶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잘못 선택했다면 다시 고르면 된다. 만약 첫 번째 직장에서 실패했더라도 두 번째 직장을 고르면 그만이다. 이 책은 그것을 위한 가이드다.


  일이란 건 원래 힘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의 저 말("만약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면 날마다 설렘과 기대, 미칠 것 같은 성취감과 소리치고 싶은 흥분에 휩싸일 것이다.")이 정말이라면, 내가 지금까지 보내온 인생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대단히 손해 보고 산 듯한 생각에 괜스레 억울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한 번 믿어보고 싶어 집니다. 마침 '이렇게 사는 것뿐이 방법이 없는 걸까?' 싶던 참에 저자가 "그 흥분과 감동이 '보람'이며, 나는 사람이 그것을 맛보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하잖습니까. 게다가 잘못 선택했다면 다시 고르면 된다고 하니, 과감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믿는 것 외에 길이 없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애초에 대학 졸업을 앞둔 딸을 위해 저자(망해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V자 회복시킨 전설의 마케터)가 틈틈이 쓴 글을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 (말로 하면 귓 등으로 들을 것 같아서 썼다고 합니다.) 출간할 의도는 없었는데, 우연히 편집자의 눈에 띄었고, 이 글을 읽은 편집자는 딸에게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며 출판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제 곧 사회에 나가려는 사람,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를 되돌아보고 재점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다움'을 살리며 커리어를 쌓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딸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아빠 마음 담아서 쓴 책,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 - 선택의 기로에 선 딸에게 알려주는 커리어 안내서 >가 제가 처음 소개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서 고민하는 너에게 - 선택의 기로에 선 딸에게 알려주는 커리어 안내서 >의 원제는 <힘들었을 때 이야기를 해볼까? - 비즈니스맨 아빠가 딸을 위해 쓴 '일한다는 것의 본질' (苦しかった時の話をしようか - ビジネスマン の父が我が子のために書きためた「働くことの本質」)>입니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거 도대체 왜 배운 거지? 싶은 게 꽤 있습니다. 중학교 실과 시간에 배운 납땜이라든지(배웠는데 사십 평생 써먹을 기회가 없네요), 체육시간에 배운 다리 찢는 법이라든지(뭐 이건 유연성을 위한 거니,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알아보는 법, 그걸 믿고 키워나가는 법은 왜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요?

  제가 이토록 답답해하는 이유는, 이 책을 정리하면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커리어 전략이란 그 사람의 목적 달성을 위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인식하여
그것이 강점으로 바뀌는 맥락을 찾아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는 일이다.


  저자는 말합니다. 커리어 전략은 결국 이 세 가지라고. 그리고 이 세 가지야말로 불평등한 이 세상에서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변수라고 말입니다.


1.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라 (자신의 특징에 대한 이해)

   "성공은 반드시 사람의 강점으로 인해 생겨나지 결코 약점에서 생각나지 않는다."

2.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맥락을 찾아라 (환경의 선택)

   "동일한 특징이 '보물'이 될지 약점이 될지를 결정짓는 것은 맥락이다."

3. 자신의 강점을 연마하라. (특징을 연마하기 위한 노력)

   "최종적으로는 같은 강점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되는 세상 속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서는 윗 생각을 바탕으로, 저자의 경험을 섞어가며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강점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직종과 업계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

자신을 어떻게 브랜드화할 것인가 (feat. 면접에서 긴장하지 않는 법)

열등감과 자괴감에 괴로울 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지만 결국 지겹도록 반복하는 말은 "목적에 따라 자신의 특징을 강점으로 바꾸고 죽을 때까지 갈고닦으라!"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사회에서 결과를 남기는 사람들은 죄다 '그 길에서 노력을 계속해낸 사람'이며, 그 정체는 '노력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발견의 성공자'라고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 찾기. 자신의 강점을 찾기. 노력하기. 다 너무 좋은 말들입니다. 이 책 읽으면서 얼마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게을렀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실 저거, 몰랐던 사람 있나요? 실천이 어렵지. 게다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도 어렵지만,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맥락을 찾는다는 건, 난이도 최상입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도, 이를 발휘할 수 있는 맥락을 찾지 못해 적절한 타협안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한국보다는 일본이, 대학 졸업 후 취직 시 기업 선택의 폭이 더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의 문턱도 한국만큼 높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모험심도 있고 정신력도 강한 데다가(젊은 날 인도네시아를 히치하이킹으로 횡단한 적도 있고, 보라카이 섬에 잠긴 구축함을 보겠다고 딥 다이버 자격까지 따서 한계수심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수압이 너무 세서 혈관이 끊어지는 통에 고글 안에 절반쯤 코피가 찼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냉정히 대처해 살아 돌아온 적도 있다고 하네요) , 경영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전공도 경영학)도 있었더라고요. 이쯤 되면 이 사람은 자신을 잘 알아서 성공한 게 아니라, 원래 성공할 만한 사람이어서 성공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의 강점이 요즘 이 사회가 원하는 특성인 데다, 이를 원하는 곳은 많으니 저자의 강점이 발휘되는 맥락 또한 그다지 찾기 어렵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저자에게 인간적인 면모도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개인적으로는 참 웃겼는데, 14년간 근무한 회사의 마지막 상사로부터 들은 최대의 개선할 점은 최초의 상사로부터 들은 말과 똑같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기' 였다고 합니다. 사교성 제로였던 모양이에요.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하지만 저자는 마케팅 기법을 이용해 자신이 커뮤니티에서 이해받기 쉬운 구조를 생각해 냈다고 해요. 그러니까 '살가운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며, 전략구축 노하우와 높은 마케팅력으로 반드시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자신을 브랜딩 했다는 겁니다. 


  이야기가 잠깐 샛길로 빠졌네요. 여기까지의 감상을 뭉뚱그려보자면, (저자의 강점이 부러운 건 제쳐두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서 이를 끊임없이 갈고닦아야겠다, 입니다. 

  제 강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장에서 제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거든요. 저자 또한 말합니다. 자신의 몇 가지 특징이 약점으로 두드러질 뿐 강점으로 발휘 저 되지 못하는 일에서는,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니 성과가 나오지 않고,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데다 평가도 좋을 수 없다고. 결국 열정 또한 점차 식는다고.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강점을 찾아보기로.

  

※사실 이 책에서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많습니다. 원제 '힘들었을 때 이야기를 해볼까'에 걸맞은 내용이죠.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강점을 찾아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저는 아직 강점을 찾는다는 가장 첫 단추부터가 꿰어져 있지 않기에 , 이 글에서는 이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겠죠. 저자는 힌트를 줍니다.

나는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발상할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상태'일 때 행복한지에 대한 미래의 이상적인 '상태'부터 발상하기를 추천한다.


'강점'을 발견하는 가장 빠른 길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분 좋았던 맥락을 나열해 보는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맥락'이야말로 네 특징이 강점으로써 이미 발휘되고 있을 가능성이 지극히 높거든. (중략) 지금까지 자신이 좋아했던 '~하는 것'을 실제로 써보렴.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써 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책 읽는 것'?......

  두세 개 쓰고 나니 뭘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잔뜩 써놓고 분류를 해야 하는데(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T형인재, C형 인재, L형인재의 특성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분류는커녕 모수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합니다. 왜 이렇게 생각이 안 날까요. '첫아이가 태어나고 6년,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잊었습니다.'가 핑계라면 핑계겠습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기분 좋았던 맥락을 써보고 싶은데, 사회와의 관계라면 회사 정도밖에 없고, 회사 안에서 기분 좋았던 일이 그다지 없으니 이 책을 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 되겠습니다. 모르는 게 나왔을 땐 어떻게 할까요? 

  예, 저는 또 책을 찾았습니다. 

  다음책은 야기 짐페이의 <세계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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