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가보즈아!" 배우 이이경의 재발견
웬만한 핫한 드라마와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또다시 넷플릭스 표류기가 찾아왔다. 넷플릭스 표류기란, 넷플릭스에 볼 것은 넘쳐나나, 보고 싶은 것이 없어서 계속 이 영상, 저 영상 기웃거리며 방황하는 시기라고 정의해본다. 누군가는 넷플릭스의 특징이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볼 거 많은데 볼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완전 공감!ㅎㅎㅎ (마이보그 영상 '화사 편' 참고) 보통 드라마는 한 편을 틀어놓고 10분 안에 결정 난다. 계속 볼지 말지. 그렇게 이 드라마 저 드라마, 장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맘에 드는 작품을 찾았다! 바로 으라차차 와이키키! 넷플릭스를 표류할 때마다 몇 번이나 추천 영상으로 뜨곤 했는데, 왜인지 몇 번이고 끌리지 않아서 보지 않았던 드라마다. 그런데, 너무 여러 번 뜨니까, '아, 이 정도면 테스트라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1편을 재생시켰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와... 이걸 왜 이제야 봤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트콤은 아닌데, 코믹 요소가 다분한, 공식 페이지에서는 '골 때리고 빡센 포복절도 청춘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끌렸던 설정은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게스트하우스라는 것. 게스트하우스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서도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게스트하우스의 몇몇 특징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아주 일부분이라, 게스트하우스에서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사장까지' 매거진을 확인해보세요 :) (갑분 홍보ㅎㅎㅎ)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인생이 우울해진다 싶을 때 한 번씩 다시 보면 좋을 드라마다. 각 캐릭터의 설정도 너무 웃기도, 진짜 이상한 일들만 일어난다. 실제로 일어날법한 일들도 살짝 오버해서 표현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게 표현이 됐다. 제일 웃긴 설정은 호기심으로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오빠가 면도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다가 수염이 나는 서진(고원희). 심지어 너무 수염이 빨리 자라고 면도기를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며 수시로 면도를 해줘야 한다.(ㅠㅠ) 진짜 처음에 서진의 수염이 밝혀졌을 때는 빵 터졌는데, 한 편으로는 서진의 감정에 이입해서 슬퍼지기도 했다. 여자인데 수염이 남자들보다 더 빨리 자란다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계속 수염을 걱정해야 하는 서진이 짠했다. 수염 때문에 슬퍼했던 서진이 어느샌가 수염도 사랑해주는 준기와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6화에서는 <사랑과 영혼>을 패러디한 준기가 서진의 수염을 깎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진짜 또 한 번 빵 터졌다ㅎㅎㅎ
또,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보면서 배우 이이경의 매력에 눈을 떴다. 이이경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워낙 예능에도 잘 나오고, 코믹한 배역을 자주 맡다 보니, 코미디언인지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이이경이 나오는 장면은 진짜 빵빵 터진다. 으라차차 와이키키 모든 배역에 신인 배우들이 많이 캐스팅돼서,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몸 사리지 않고 촬영을 한 편인데도, 이이경이 유독 돋보였다. 아무래도 배우가 진심으로 즐기면서 촬영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TMI로 배우 이준기의 팬인데, 이이경의 극 중 이름이 이준기라서도 더 호감이 갔던 것 같다. 이준기들 짱!
모든 회차가 다 너무 재미있고, 모든 캐릭터가 다 매력적이라서 회당 1시간짜리 16회 분량의 드라마를 정말 단숨에 정주행 했다. 너무 재밌어서 끝나는 게 아쉬웠는데, 다행히도 시즌2까지 나와있어서 바로 이어서 시즌2도 정주행 했다. 그런데 역시나 1편보다 나은 2편 없다더니, 딱 그 말이 맞았다. 사실은 드라마 <스타트업>으로 김선호의 매력에 입덕한 후, 김선호 필모그래피를 보다가 으라차차 와이키키2가 있어서 언젠가는 보겠지 하고 사골국물처럼 우리며 기다리고 있었더랬다. 시즌2를 먼저 볼까 하다가 그래도 이왕 정주행 하는 거 순서대로 보자 하고 시즌1을 먼저 시작했는데,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시즌1과 시즌2의 스토리 전개는 거의 유사하고, 등장인물들의 설정(직업 등)만 다르기 때문에 시즌2를 볼 때 비교적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시즌1은 코믹에 가깝고, 시즌2는 로맨스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러브라인도 시즌1과 비교하여 시즌2에서는 약간 억지스러웠던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나갈 때까지도 제대로 러브라인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감정이 시작하기도 전에 급격하게 무르익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기봉이(신현수)와 유리(김예원)가 연결되는 장면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설정은 기봉이가 야구 선수를 그만두고 마지막으로 받은 연봉을 선뜻 유리에게 푸드 트럭을 사주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갑자기 실직한 기봉이에게 소중했을 큰 금액일 텐데, 그 돈으로 친구 누나에게 창업을 지원해주다니? 또,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마지막 회에서 준기(이이경)가 정윤(안소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 서로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3년 후 갑자기 커플로 등장한 설정이다. 주인공 커플들(김선호/차우식 역 & 문가영/한수연 역)도 너무 답답이들이라 겨우 마지막에 가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는데, 그 조차도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끝까지 고구마 백개 먹은 기분이었다. 시즌1보다 집중해서 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캐스팅 차이 일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시즌1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보다는 확실히 덜했던 것 같아 아쉽다.
시즌2에서도 명장면을 하나 꼽자면, 극 중 단역 배우인 준기가 맡은 역할이 거지였는데, 실감 나는 거지 연기를 위해 며칠간 실제로 거지와 함께 생활을 한다. 그리고 촬영 당일 나타나, 거지로 빙의하여 땅에 떨어지고 짓밟힌 빵을 주워 먹는 연기로 칭찬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와이키키스럽게 해당 장면은 극사실주의로 평가되어 편집되어버리고 만다. 너무 연기를 잘해서 결국 편집되어 버릴 정도라니. 역시 이준기답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보면서 이이경은 거의 이준기랑 동일 인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캐릭터와 다르게 내성적인 편이라고 한다. 리얼리티 예능 <국경 없는 포차>에 출연했던 것을 보면, 정말 배우는 배우구나, 연기력이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또, 준기 말고도 시즌 1,2 통틀어서 출연한 배역이 하나 있는데 바로 '레베카'이다. 레베카는 준기가 소유한 '자차'인데, 20년 정도 수명이 된 곧 멈춰도 이상할 게 없는 고물이다. 빨간색 마티즈인데, 일단 준기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레베카라고 이름 지은 것도 너무 찰떡이고, 심지어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웬만한 단역보다도 훨씬 존재감이 컸다. 거의 이준기2...! (ㅎㅎㅎ) 고장 나서 버려질 뻔할 때마다 다시 살아나서 노래를 부르고, 시동이 걸리는 고물차이지만, 준기가 본인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아끼는 가족과 같은 존재로 꽤 오랜 시간 출연했다. 레베카 이제는 사라졌을 테지만, 누구보다 고생 많았다고 해주고 싶다.
시즌2에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리즈는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현실 웃음 터지게 하는 드라마였다. 강력추천! 처음엔 너무 웃겨서 이게 시트콤인가 싶었는데, 시트콤이라기엔 러닝타임이 미니시리즈나 주말 드라마 급으로 길고,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는 스토리는 또 나름 진지해서, 꽤 신선하게 느껴졌던 드라마였다. 비유를 하자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무명가수 오디션 <싱어게인>에서 스타가 탄생했다는 극찬을 받은 30호 가수 이승윤에게, '장르가 이승윤이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장르가 으라차차 와이키키였다라고 할 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시즌1, 2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외치며 이번 리뷰는 이만 뿅!
가즈아! 가보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