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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Apr 30. 2021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 '협업 잘하는 방법'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협업 잘하는 방법'이다. 협업을 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그 누구도 협업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준 적이 없다.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누구도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배운 적이 없다. 사회생활은 더하다. 배운 적도 없는 협업을 잘 못하면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커리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저 경쟁에서 이기는 법, 최고가 되는 법에 대해서만 배워왔던 건 아닐까?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기업들이 채용을 할 때 중요하게 보는 덕목 중에 하나가 바로 협업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 협업을 잘하는 게 무엇인지 배운 적 없는 사람들에게 협업을 요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통을 잘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역시나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그저 대화하기 좋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짧은 면접 시간 동안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 협업이든 소통이든 실제 상황에 닥쳐봐야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정말 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되어 협업과 소통의 문제로 인해 고충을 겪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웃픈 이야기지만 모두가 공감할 짤이 하나 생각났다. 바로 조별과제 짤.


조별과제 짤. 구글 검색.


조별과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협업'이다. 개인과제가 아닌 굳이 조별과제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교수님들이 조별과제를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협동심을 기르기 위함이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조별과제를 통해 배우는 것은 무엇인가? 웃프지만, 실제 조별과제를 통해서 우리는 사람에 대한 증오와 불신만 얻었다. 조별과제는 협업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협업과 소통이 어렵다. 


얼마나 조별과제가 중요한 이슈인지, 조별과제를 주제로 한 위키 페이지도 있다. 이런 것에 진심인 한국인들 정말 너무 멋져. 그런데, 조별과제는 정말 중요하다. 실제로 사회생활에서 이루어지는 팀 프로젝트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별과제의 문제는 팀을 구성하는 것부터 누가 조장을 할 것이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고, 최종적으로 누가 발표를 할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을 어떻게 구성해서 짤 것이며,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조별과제와 팀 프로젝트의 공통적인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 조별과제에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과정에 잘 참여하지 않은 조원이 있다면 억울하다. (그나마 좋은 성적이라도 남아서 다행) 하지만, 안 좋은 성적을 받게 되면, 열심히 한 사람이 매우 억울해진다. 열심히 참여하지 않은 팀원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처절한 평가와 심지어는 시말서를 쓰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모든 과정과 결과는 사실 협업과 소통의 결과물이다. 팀워크가 좋은 팀은 협업을 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해도 원활하게 해결하고, 또 좋은 결과물을 얻는다. 하지만, 팀워크가 좋지 않은 팀은 무엇을 해도 엉망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협업을 잘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잘은 모르겠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조직마다 특징이 다르니까. 각 조직마다 소속되어 있는 업에 특징에 따라 혹은 업무의 특징에 따라 소통 방식도 다르고 협업 방식도 다르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점을 꼽자면, 바로 '존중'인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깔려 있다면, 어떤 소통도 가능하고, 어떤 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보다 일을 하면서 많이 드는 불만 중에 하나는 '상대방이 나에 대한 존중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있는 그대로를 존중할 수는 있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각자 살아온 경험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마음속에 어떤 일을 마주쳤을 때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누군가는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할 테고,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어떤 때는 '그러려니'가 쉽게 되지만, 어떤 때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때로는 굽힐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만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일 때 말이다. 상대방을 존중한다고 말하면서도,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존중이라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새삼 나를 존중해주고 협업의 즐거움을 알려주었던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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