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 되어도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
시작한 글이 수두룩 쌓여가는 중인데, 끝내는 글이 몇 개 없다. 끝내고 싶은데 끝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계획이 없어서 그런 걸까? (심지어 이 글도 써놓고 2주가 지난 지금에서야 발행한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내가 처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린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잠시 멈춰서 쓰던 내용을 읽다 보면 쓸데없는 문장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렇게 중간에 글을 수정하다 보면, 마지막 이야기까지 가지 못한 채로 너무 오랜 시간 붙들고 있다 보니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끈기, 인내, 계획, 우선순위 정하기. 모두 나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다. 그래서 길러보려고도 노력했는데 사실 잘 안된다. 사실은 그렇다. 억지로 하는 것은 체질에 안 맞는다. 그래서 하다가 마는 것들 투성이.
강제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지 않은 이상 집중하기가 어렵다. 핑계를 대자면, 세상엔 너무나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아서 이 글을 끝내기도 전에 다른 글을 쓰고 싶고, 이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 다른 이야기도 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대체 내 서랍 속 저장된 글들은 언제쯤 세상으로 나올 수 있을까?
나와 같은 ENFP 유형은 <관심이 가는 모든 것을 시도하기보다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어떤 것에 집중할지 선별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나는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여전히 무슨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서랍에 있는 글 완성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인생에 대한 고민이니 더더욱 어렵겠지. 지금까지는 내 본성을 따라 관심이 가는 모든 것들을 시도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가 부터는 그렇게만은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쉬어가며 깊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내가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들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적어보고 있다. 그동안 관심 있는 모든 일들에 이리저리 기웃대대 보니, 비교적 짧은 시간 동 경험한 것이 많긴 하다. 학원, 과외부터 사업체 컨설팅까지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육'도 꽤 많이 해왔고, 가장 큰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했던 일은 '숙박업'이고, 그 외에도 여행업, 부동산업, 외식업, 브랜딩, 캐릭터 IP사업 등 다양한 분야와 일에 발을 들였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많은 포지션에도 있어봤다. 다양한 위치에서 일을 해보니, 좋은 조직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조직을 꾸리는 일과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도 자꾸만 관심이 생긴다. 그리고 늘 IT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동경해왔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것 여러 개...)
잠시 쉬는 동안, 그동안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조건이나 가치들을 분류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 조건과 가치들은 내가 일하고 싶은 산업과 분야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조직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직무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그동안은 모든 것을 다 통합해서 생각하다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 내리기가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산업, 조직, 직무 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가 필요하고, 우선순위가 정해지면, 그 안에서도 어떤 조건들이 우선적으로 갖춰져야 하는지도 고민해보려고 한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만큼 오래오래 일하고 싶다. 하고 싶은 건 많고 계획도 잘 못 세우는 NP형 인간인지만, 이번만큼은 꼭 터닝포인트로 삼아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의 30대 중반을 함께 시작할 일을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