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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Mar 02. 2022

2022년 1월/2월 회고 : 퇴사와 결혼 준비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들을 온몸으로 겪어낸 시간들

2022년 1월과 2월의 키워드를 꼽자면 퇴사와 결혼. 퇴사를 위해(?)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핑계지만) 그래서 2021년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2021년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2021년의 키워드도 역시나 퇴사와 결혼인 것 같다. 물론 비중을 따지자면, 결혼보다는 퇴사가 더 큰 이슈였다. 2021년에도 2년을 조금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다가 새로운 곳으로 이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직한 회사에서 올해 다시 퇴사를 하게 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서 다시 이어서 하는 것으로.


그리고 원래 나의 결혼은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놈의 망할 코로나 때문에 2022년으로 연기했다. 여러 번 연기를 하고 드디어, 겨우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결혼의 쓴맛(?)을 제대로 본 것은 최근 두 달이다 보니, 나중에 '결혼'하면 이 시기가 가장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이직 그리고 퇴사

2021년 7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너무나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져 몸과 마음이 자꾸만 아팠고, 악몽을 꾸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 회사로 이직할 때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직을 했었는데, 입사하자마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영혼을 불살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워낙 내가 좋아하는 프로젝트였고, 그 일에 흠뻑 취해 있어서 그런지 하나도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몰입했던 시기였다. 그러다가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와 여러 가지 계약 문제가 불거졌고, 최종적으로는 타의로 프로젝트를 중도에 멈추어야만 했었다. 그때 참 많이 속상해서 한참을 울었더랬다. 너무 많이 애정을 담았고, 영혼을 갈아 넣어서 그런지 프로젝트가 엎어지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었다. 하지만 곧 상처는 뒤로하고 쉴 틈 없이 여러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동네 술집 커뮤니티 바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캐릭터도 만들고, 로컬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며, 그중 특히 브랜딩을 담당했었다. 이외에도 자잘한 업무들도 많았는데, 아무튼, 이렇게 쉬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은 끝없이 지쳐갔다. 또, 너무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도대체 내가 뭐하는 사람일까?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지친 나는 2021년 7월 퇴사를 결심했고, 퇴사 후 두 달이 조금 되지 않는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그 휴식 시간 동안에도 마냥 쉬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주에서 숙박업 교육 의뢰가 들어와 잠시 숙박산업으로 돌아가 강의를 준비하며 예전의 경험들을 되짚어보고,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교육 덕분에 한 달 동안 경주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 그리고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남자 친구와 군산으로 4박 5일 여행도 다녀왔다. 나 못지않게 일에 많이 지쳐있는 짝꿍과 함께 제대로 머리를 식히고, 고민들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날씨가 도와줬다고 해야 하나? 여행 중 이틀은 내내 비가 내려서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호캉스를 즐기며 많이 쉴 수 있었다. 그리고 쉬는 동안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그동안 일하느라 바빠서 하지 못했던 나의 경험과 경력들을 정리하는데 보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례로, 처음으로 제대로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이력들을 정리한 결과, 끌리는 대로 혹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무언가 뚜렷하게 한 가지를 잘하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이것저것 두루두루 할 줄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이 되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렇게 나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듬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채용 사이트에서 어떤 회사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마침 그 회사는 여러 포지션에서 채용을 진행 중이었고, 지원할만한 포지션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포지션이 있었다.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어, 이거 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채용 공고에 좀 더 맞게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수정하여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고, 갑자기 며칠 만에 3회에 걸친 인터뷰를 가진 후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근무 조건 등의 협상 절차를 거친 이후, 나의 첫 출근 날짜가 정해졌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직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퇴사 후 쉬면서 내가 하려고 했던 것들을 모두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 한 켠에는 늘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처음으로 '일하는 나'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 시간이 금방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더 공부하고 싶었던 '서비스 기획'에 대한 강의도 미처 다 끝내지 못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생각들도 충분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안고 첫 출근을 했는데, 첫날부터 나는 확신했다. '아, 이곳은 오래 다니지 못할 것 같다.' 뭐든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고 하지만, 겉에서 보이는 것과 내부 사정은 역시나 훨씬 더 큰 차이가 있었다. 인터뷰 과정을 거치면서 무의식 중에 세웠던 이 회사에 대한 나의 평가 기준이, 당시 회사가 처한 현실보다 상당히 높았던 것 같다. 아니다 싶을 때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우선은 부딪혀보자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많이 시도해보고, 제안해보면서 가능성을 판단해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한 시간은 수습 3개월이었다. 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수습'의 시간이었다. 회사도 내가 조직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하겠지만, 반대로 나도 이 회사가 나에게 핏이 맞는 곳인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잡아놓은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조직에 알렸다. 그래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내가 기여한 만큼 조직도 성장하고 발전해주기를 요청했다. 짧은 시간이기에 가시적인 변화는 어려울 수 있으나,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수많은 대화와 시도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달라지기 어려워 보였다. 회사의 내부 사정이라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였고, 나는 다시 한번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올해 퇴사한 그 회사도 딱 한 가지 조건만큼은 내가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지켜주었다. 하지만 정말 딱 그 조건을 제외하고는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단순히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부족함이라면 어느 정도 기다릴 수 있는 것이지만, 가치관과 같이 쉽게 달라질 수 없는 부분들에서 회사가 지향하는 바와 내가 지향 바가 많이 달라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어디 내 마음에 쏙 드는 회사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최대한 나와 핏이 잘 맞는 회사를 찾아서 이왕이면 나도 즐겁게 일하고 그래야 성과도 잘 나오니까 모두가 Win-Win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창업했을 때 내가 만든 회사도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결국 짧은 시간에 다시 퇴사를 하고 보니, 이전 퇴사에서 좀 더 시간을 가져볼 걸이라는 아쉬움이 커졌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조직에 복귀했던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아쉬움. 그럼에도 조직에서 더 명확하게 깨달은 것이 있으니,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며 나 자신을 위로해본다. 그렇게 퇴사하고 나서는 다시 이전에 했던 고민들을 이어서 하려고 했다. 아직 확신을 가지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이제부터 시작할 '결혼 준비'때문에 생각 외로 많은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여전히 나는 잠시 멈춘 상태이다.



코로나 속 결혼 준비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한 결혼은 여전히 준비 중이다. 코로나 때문이다. 작년 10월에 하려고 했던 결혼을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방역수칙으로 인원 제한이 생겨 많은 고민 끝에 올해로 미루었었다. 우리는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도, 일반적인 결혼식 대신에 하려고 했던 계획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가의 직계 가족만 모여서 간단하게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고, 함께 식사를 하려고 계획했었다. 그러나 방역수칙에 따라 사적 모임이 가능한 최대 인원수가 6명에서 나아지지 않아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우리는 1) 스튜디오에서 양가 직계가족과 가족사진 촬영 후에 2)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인원 제한에 따라 레스토랑에서 식사는 규칙에 맞게 나눠 앉기로 했다. 갑자기 달라진 계획으로 급하게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스튜디오를 찾느라 며칠 밤을 새우면서 이곳저곳 문의해보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스튜디오를 찾아서 다행이다.


우리가 준비한 결혼 일정이 끝나고 나면 <결혼식 없는 결혼>이라는 주제로 따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스몰웨딩이 더 급격하게 많아지긴 했으나, 우리처럼 가치관에 따라 결혼식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려는 예비부부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리고 준비하는 동안 너무 많은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지 기념으로(?) 기록을 꼭 남겨두고 싶다. 결혼식 없는 결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럼에도 우리가 어떻게 해내었는지 말이다. 다수가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길을 가는 게 아니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셀프였다. 예전보다는 스몰웨딩을 위한 공간이나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그래도 아직은 적은 규모의 시장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발품을 팔아 알아보는 노력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아, 이래서 플래너를 끼고 준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웨딩업계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장소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애초에 결혼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결혼식장 자체는 우리가 고려하는 후보가 아니었다.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룸이 있는 호텔 레스토랑, 돌잔치나 칠순잔치 등의 이벤트를 하는 공간들에 돌상이나 생일상 대신 간단한 버진로드와 꽃 장식을 하는 것, 그리고 펜션 같은 숙박시설 대관 등이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첫 번째 안이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우리만의 프라이빗한 분위기와 규모로 결혼을 기념할 수 있는 소소한 행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몇 개의 후보를 추려서 호텔들에 직접 방문해보거나, 비대면 상담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한 조건과 가장 알맞은 곳을 찾아 예약을 해두었었다. 그런데 예약 이후 시시각각 변화하는 코로나 상황에 레스토랑 예약을 취소해야 하나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날짜도 이미 한 번 변경했고, 시간대도 변경해야 했고, 심지어 좌석도 바꿔야 했다. 이렇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연락하면 진심으로 같은 걱정 해주고 고민해주시는 지배인님 덕분에 어떻게든 예약한 레스토랑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지배인님 정말 감사해요! 나중에 또 후기 쓸게요) 그래서 결국 우리는 최종적으로도 처음 예약했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우리가 원했던 날짜도, 시간도, 좌석도 아니지만, 초반에 이미 많은 시간 장소를 알아보는데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장소를 찾아보는데 시간을 쓸 수 없었다. 코로나 상황이 너무 안 좋아지면서 날짜를 한 번 더 미루고 야외로 장소를 옮겨야 하나까지 고민했다. (실제로 알아보고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원했던 방식이 아니었기에, 갑작스럽게 또 많은 것을 바꾸면서까지 하기보다는, 조금 아쉽지만 처음 선택한 장소를 고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장소 외에도 일반적인 결혼식이 아니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모든 게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고, 코로나로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내가 기대하고 원했던 모습으로 결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는 결혼식을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준비하는 동안 꽤 여러 번 '이럴 거면 그냥 결혼식을 할 걸 그랬어.'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무래도 결혼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코로나 방역수칙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물론 애초부터 결혼식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인원 제한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할 테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어찌어찌 결혼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끝날 때까지 방심할 수 없지만,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준비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코로나 속의 결혼 준비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부디 3월 19일, 큰 문제없이 잘 지나가기를 바라며. 4월 초에는 새로운 신혼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 3/4월 회고에는 신혼집, 혼수준비, 결혼 후기를 남겨 보아야겠다. 





몇 년 전, 회복탄력성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수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살면서 겪는 나쁜 일들 뿐만 아니라, 좋은 일들에도 상당히 큰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했다. 퇴사, 이직, 결혼, 이사까지 모두가 큰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항목들이었다. 이렇게 큰 스트레스들을 동시에 겪고 있지만, 이렇게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이겨내고 버텨준 나 자신에게 격렬하게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대부분 내가 선택한 결과이지만. 나의 선택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니까, 힘들더라도 끝까지 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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