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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Mar 17. 2022

wavve 오리지널 드라마 리뷰/트레이서

태어날 때부터 나쁜 인간은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TPO가 존재할뿐

최근에 '트레이서'라는 드라마를 보고, 인간관계에도 TPO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날 때부터 나쁘게 태어난 인간은 없다. 다만 어떠한 시간에, 장소에서, 그리고 상황에 따라 사람들은 변한다. 영구적으로 다르게 변화한다기보다는 '분(扮)하다'라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우리 모두는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TPO라는 용어는 Time, Place, Occasion의 앞글자들을 따라서 만든 표현으로,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춰서 드레스 코드를 지켜 옷을 입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영어에 존재하는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쉽게 말해 콩글리쉬이고,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이라고 한다. 공식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내가 정의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라 가져왔다.


어디에서든 악인은 존재하지만, 그 악인의 존재는 그에 반하는 (보통) 정의롭고 선하게 묘사되는 주인공이 있기에 가능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나쁜 인간이 존재하려면 반대에 늘 착한 인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트레이서'가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이런 생각까지 들었냐면, 쉽게 말해 피해자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사건을 파헤치다 본인이 가해자 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잘 나가던 회계사였던 주인공(임시완, 황동주 역)은 아버지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퇴사 후 국세청으로 입사한다. 시즌1에서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당연하게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나쁜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이 한 때는 피해자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피해자였던 사람들은 본인이 당한 것을 되돌려주기 위해 나쁜 길을 선택하고 결국 똑같은 가해자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유일하게 가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입장으로 바뀌는 사람은 주인공뿐이다. 잘 나가는 회계사였던 황동주는 사실 분식회계 등 불법을 일삼는 회사들에게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으며 탈세를 도와주는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특정한 소수의 이득을 위해 많은 이들을 희생시키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이 발생하고, 이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캐내고 조력자를 움직일 수 있는 국세청으로 입사한다. 겉에서 보기엔 국세청 직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개인적인 목표에 도달하고자 원하는 위치에 오르고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만히 잘 있던 몇몇 사람들은 본인의 입지를 빼앗기는 피해(?)를 입는다. (사실상 입지를 잃은 인물들 모두 비리에 연루되어 있기에 온전한 피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사건을 파헤칠수록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누군가에게는 명확한 가해자였으며, 그 과정에서 아버지로 인해 피해를 본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주인공은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된다. 자신이 믿었던 아버지가 가해자였다는 것에서 오는 배신감, 당혹스러움, 미안함, 죄책감, 허무함 등을 느끼게 된다.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밝혀낸 진실은 결국 가해자 아버지의 민낯이었다.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하는 기준에 정답이 있을까?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 꼽으라면, 내 선택은 성선설에 가까울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를 해치고 괴롭히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냥 그 사람이 처한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따라 자신에 필요한, 어떤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에 따라 스스로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사람 자체가 착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라고 정해서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나 보다. 드라마 시작부터 거의 끝날 무렵까지 '어휴, 정말 나쁜 놈이네. 나쁜 놈이야! 천벌을 받아도 싸!'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 갑자기 그 캐릭터가 조금 딱하게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전반과 캐릭터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자면,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스토리에는 클리셰적인 부분도 많았지만, 나쁜 놈들을 혼내줄 때 통쾌함과 나름 반전도 있었고, 무엇보다 주연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우선 임시완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에도 황동주라는 캐릭터에 스며들었다. 직전 드라마 작품인 '런 온'(런 온, 리뷰 보기)에서 맡았던 기선겸 캐릭터도 너무 찰떡이었는데, 이번에 연기한 황동주 캐릭터도 너무 찰떡이라 이번에 진짜 제대로 팬이 됐다. 애초에 임시완 때문에 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임시완이 임시완 했다고 한다.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점도 흥미로웠는데, 특히, 국세청 직원들이 거의 검경찰 수준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들이 놀라웠다. 국세청에서 일하면 사무직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발로 뛰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니? 물론, 현실은 어떻게 다를지 모르지만, 국세청이라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해 준 것으로도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고아성, 박용우의 캐릭터가 조금 아쉬웠다. 뭔가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꼭 필요한 인물들이었던 것 같긴 한데, 그 존재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 의외로 반가웠던 인물은 '봄 밤'에서 만년 고시생이자, 주인공의 친구로 출연했던 이창훈 배우(류용신 역, 주요 악역)이다. 봄 밤에서 워낙 순둥순둥한 이미지로 나왔어서 이번에 맡았던 악역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기획의도에 100%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래 문장들은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황동주 입덕 드라마.


이 남자의 골 때리는 뻔뻔함에
기막혀하던 사람들도,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결국 사랑에 빠질 겁니다.
자꾸만 보고 싶어질 겁니다.


나는 mbc에서 방송하기 전에 wavve에서 이미 정주행 했지만, 공중파로 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드라마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될까 우려된다. 웨이브 공개시기보다 늦게 편성되기도 했고, 올림픽 시즌에 맞물려서 이미 집중력을 잃은 시청자들이 많을  같아 안타깝다. 만약 트레이서를 보겠다면, wavve 끊기지 않고 정주행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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