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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듀이 Feb 06. 2022

내 일에 대한 정의, 새롭게 내리기

부제: 커잘알의 길


새 회사에서 1년 하고도 2개월째. HR과 PR의 롤을 함께 담당하게 된지도 그만큼이 지났다. 서치펌이나 채용 플랫폼 등 HR 파트너사와의 만남에선 스스로를 HR 매니저라 칭했고, 반대로 미디어 미팅에서는 PR 매니저라 칭해왔다. 그러는 편이 해당 분야에 내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짐작 등등을 보탠 이유로 엉겁결의 이중생활(?)을 고집했다.


그간 두 가지 롤의 OKR을 각각 설정하거나, 각 일들의 스킴을 잡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종종 이 롤들이 과연 본질적으로 다를까? 하는 의문, 그리고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구성원 혹은 예비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더 좋은 경험과 따스한 환경을 만드는 일. 그리고 미디어에 나를, 또 우리 회사를 정확히 소개하고 나를 매개로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는 일. 두 가지가 어쩌면 같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 결국은 모든 일이 그러하듯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였고, 이를 주 롤로 하는 Relations managing이 내 일에 가깝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생각이 미친 후 바로 명함과 서명의 직무를 바꾸어 새겼다. 내 일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고민하고 새롭게 정리하고 보니, 이 일에서 중요하고 또 잘해야 하는 면면이 기존과는 달라진 새로운 프레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모여 생활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지만서도, 특히 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늘 어렵고도 큰 덕목이다.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쉼 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선도 없고 기댈 법칙 같은 것도 없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것이 바로 말이기에. 늘 진정을 다해야만 하는 것. 늘 새롭게 고민해야 하는 것. 그리고 잔꾀를 부려서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연습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는 내가 소설을 즐겨 읽는 이유와 비슷하다. 상대방 입장에 서보는 것이다. 저분이 현재 어떤 상황일지, 지금 듣고 싶은 말은 무얼지, 그리고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말은 무엇인지. 그리고 둘의 적합한 봉합점은 어디인지를 고민하는 것. 이를 공들여 생각하다 보면, 상대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외려 단기적인 업무 목적보다는, 그저 그 사람만을 위한 위안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날들도 있다. 일은 좀 미뤄졌을지언정 듣는 이의 일에 대한 동기는 해하지 않을 수 있다. 드라이브는 황금을 주고도 못 산다. 소중히 지켜줘야 하므로. 역지사지 만세.


나아가 메시지의 정확한 요약, 나와 당신의 타이밍, 그리고 적합한 채널 대한 고민도  머리에 맴돈다. 이는 우리가 모두 바쁘기 때문인데, 사적인 카톡에서 조차  이름만 부르고 이후 용건이 없는 메시지라면 답장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마는 것과 유사하다. “ㅇㅇ아”, “ㅋㅋ”, “아니 …”, “ㅋㅋㅋ  줄씩 연달아 이어지는 최악의 카톡 플로우가 일에서도 다르지 않다. 메시지의 정확한 요약과 전달은  몫이고 온전한 나의 노력이지만, 타이밍과 채널은  영역과  밖에 어스러이 걸쳐져 있다.  변동성을 줄이는   하나는 채널에 대한 컨센서스를 맺는 것임을 지금 회사에서 배웠다. 동료들 간에 채널에 대한 컨센서스가 없다면, 이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몇백  이상 효율적이라는 . 일례로 이메일로 용건을 보냈는데 카톡으로 답이 왔다면, 당장은 일이 진척될지언정 나중에  이메일을 참고할 길은 막혀버린다. 업무 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양방향으로 사라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만다.  하나 들자면, 나는 급한 업무를 메신저로 전달했는데 그는 알림을 꺼놨을  있다. 소통 채널의 활용에 대한 가이드가 사전에 정립되고 공유되었다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할  있게 된다. 우리 회사에서는 대략 이런 가이드( 다수...) 있다.


이메일 : 수신인과 참조인을 반드시 구분 기재하고 수신한 이는 답을 해야 함을 양지, 참조된 이는 참고만 해도 된다. 수신인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누군가 이메일에 답을 받지 못해 리마인더를 보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메신저 : 업무용 메신저는 기록이 필요 없는 단발성 용건이 위주, 내가 원할 때 확인할 수 있는 곳. 일을 멈추고 답할 필요는 없다. 나도 업무상 가장 많이 방해받는 요소라 주의하는 편이고 상대의 즉답을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대면, 전화 : 상대가 나로 인해 업무를 멈출만한 중요도가 있는 용건이라면 상대를 인터럽트. 비언어적 요소(눈썹의 움직임, 죄송한 표정, 염려하는 뉘앙스, 손짓 등)가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제일 효율적인 편.


상대의 타이밍을 잘 고려하는 것도 늘 마주하는 과제다. 좋은 타이밍을 잡는 방법 중 하나로 상대의 캘린더를 활용하곤 하는데, 상대에게 주어진 여유가 미팅과 미팅 사이의 짧은 시간뿐이라면 다소 설명이 필요한 안건은 미뤄두거나 이메일로 정리해서 보내는 식이다. 채용을 진행할 때도 재직 중인 분의 경우 문자로 통화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서 상호 적합한 타이밍을 찾는 경우가 있다. 모든 일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고민하고 선택하고 실행하는 건 예상보다 훨씬 더 업무를 수월하게 한다. 나와 상대 모두에게 여유가 있어야 커뮤니케이션 질이 높아지고, 오해할 가능성은 적어지며, 내가 원하는 바에 가까운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상대에게는 세심한 배려를, 나에게는 소기의 목적을 성취하게 해 준다. (배려의 탈을 쓴 무기랄까...)

내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평생 연구해야 할 부분. 이쯤 되면 커뮤니케이션은 지능과 아트의 복합 영역이다. 으아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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