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거죠?
누구에게나 첫- 의 기억은 참 소중하고 중요하다. 그 시작이 오래도록 바라 왔다면 더욱이.
두근대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시작을 하는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첫 인턴이 우리 팀에 합류해 나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환영과 함께 부담과 걱정이라는 손님도 함께 찾아왔다. 내가 대체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지, 특히나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케일업 상황에서 잘 걸어야 나중에 잘 뛸 수도 있는지를 알려주는 방법도 서투를 수밖에 없을 텐데.
인턴 샐리가 합류하며 이런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는데, 특히 그간 누가 누군가를 정말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흔하지 않은 기회를 잡게 된 소중한 첫 시작, 그렇기에 멋지게 잘하고 싶은 마음, 혹은 폐 끼치지 않겠다는 각오... 그런 고마운 마음들이 섞여 샐리의 가슴은 무척이나 바빴다. 난 그런 마음을 읽는 법도 잘 모르고, 10년 전 첫 인턴 때의 기억조차 가물거리는지라,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어려워 함께 방황했다. 먼저 물어봐주길 기다려줘야 하는 타이밍인지, 아니면 힘 있게 리딩 해야 하는 시점인지도 잘 몰랐던 부족한 선배인지라 나와 샐리는 혼돈의 소용돌이에 함께 휘말렸다.
그렇게 샐리를 만나게 된 지 이제 한 달 하고도 반. 그동안 그는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는데... 잊기 싫을 만큼 소중한 기억이라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다.
먼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색다른 산소가 공급되고 있다. 샐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일들은 그간 내가 무뎌져 왔던 것들에 대한 각성이자 발견이었다. 초심자의 시선이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이어서, 나는 샐리의 눈을 통해 다시 한번 내 일을 바라본다. 특히나 HR과 관련해서는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이란 없어야만 하는 것이어서, 그녀의 궁금증들이 내게는 매우 달다. 계속 질문해줬으면, 또 새롭게 바라봐줬으면 하고 기대하게 된다.
사실 위 언급한 장점이 너무나도 달콤해서.. 매주 두 번씩 부러 시간을 마련해 함께 업무 관련 온라인 컨퍼런스를 듣고 있다. 샐리는 꼭 HR을 하고 싶었던 예비 HR러였고(동아리를 일곱 개나 하며 사람들을 경험해 왔다고!), 그 처음을 나와 함께하게 되었다. 샐리의 이 소중한 불씨를 어떻게 잘 살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다, 컨퍼런스를 함께 듣고 나누는 방법을 샐리에게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주었다. HR에서 굵직한 뼈를 자랑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달되어 온 도시락을 냠냠 까먹으며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내 시각이 편견이 되지 않기를, 또 샐리의 시각이 우리 회사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주길 기대하면서… 오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그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며, 업무에 대해 거시적/미시적으로 시각을 공유하고 얼라인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듯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는 시간이다. '점심에도 일 시키는' 모양새라 아직도 여러모로 걱정이 되긴 하는데, 샐리만 희망한다면 쭉 이어나가며 각자의 HR 철학을 단단히 만들어나가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과정들을 통해... 가르침이 아닌 응원을 건네야 하는구나, 라고 깨닫는다. 일을 대하는 진정성과 애티튜드는, 일을 하는 '기술'과 달리, 연차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더 잘 갈 수 있도록 도우며 응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그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팀이 서로 친해야 하고 라포를 잘 형성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이를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샐리가 나를 넘어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진실한 조력자가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 내 마음이 가닿아 통한다면, 정말 기가 막힌 원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도 해본다.
나의 첫 시작, 그때의 마음, 내 선배들을 돌아본다. 정말 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도, 돌이켜보면 굳이 안 만났어도 될 것 같은 분들도 떠오른다. 전자도 후자도 그 나름대로 나의 성장에 좋은 거름이 되어주었다. 그들의 고민과 부담을 먹고 내가 자랐다는 걸 다시금 되새김질해본다. 나도 좋은 선배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샐리의 여정을 더 열심히 서포트하고, 3개월 뒤 더 성장한 그녀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으쌰.